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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인 54% "그래도 폴크스바겐 자동차 구매할 것"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과 관련해 독일 내 반응은 어떨까요? 사건이 처음 공개됐을 때 독일인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중 한 곳이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사기를 쳤고 이 사실이 발가벗겨지듯 공개된 것에 대해 분노와 부끄러움 등이 교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이번 사태에 대한 독일인들의 생각이 연령대에 따라 조금 달랐습니다. 


모터쇼 관람 중인 독일인들 / 사진=픽사베이

독일 뉘른베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펄스-마크트포르셔(Puls-Marktforscher)라는 리서치 전문회사는 폴크스바겐 디젤 배기가스 조작사건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개했는데요. 577명의 신차 구매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과연 독일 자동차 산업이 이번 사건으로 얼마나 영향을 받을 것인지, 또 폴크스바겐은 어떻게 될지, 디젤과 전기차의 관계는 어떨지 등에 대한 생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젊을수록, 그리고 여성들의 경우 사태를 덜 심각하게 보고 있었고, 문제가 생각 보다 좀 더 빨리 해결이 될 수 있을 걸로 내다 봤습니다. 공개된 설문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설문1 : 이번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폴크스바겐만의 문제라 보는가?

 "다른 제조사들도 뭔가 신뢰할 수 없는 속임수가 있었을 거라 본다." (67%)


설문2 :  VW 스캔들로 메이드 인 저머니는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50%)


설문3 : 독일 자동차 전체가 이번 사태로 신뢰를 잃었는가?

"그렇다" (50%)

"폴크스바겐에게만 해당된다고 본다" (21%)

"반반이다" (29%)


위 질문을 연령대로 나눠보면 조금 차이가 발생합니다. 


30대 이하

"그렇다" (45%)

"폴크스바겐에게만 해당된다고 본다" (26%)

"반반이다" (29%)


31세~50세 이하

"그렇다" (45%)

"폴크스바겐에게만 해당된다고 본다" (20%)

"반반이다" (36%)


50세 이상

"그렇다" (67%)

"폴크스바겐에게만 해당된다고 본다" (16%)

"반반이다" (17%)


나이가 많을수록 이번 조작사건을 심각하게, 그리고 독일 자동차 산업 전체의 신뢰도하락으로까지 보는 비율이 높았고 젊을수록 다소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경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전기차가 이번 디젤게이트로 인해 얼마나 이익을 볼 건지에 대해선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설문4 : 이번 사건으로 전기차가 얼마나 이익을 볼 거라고 생각하나?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33%)

"아니다. 전기차가 이익을 얻을 것이다" (26%)

"반반이다" (40%)


이 역시 연령대별로 보면 조금 의견이 달라지는데요.


30세 이하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29%)

"아니다. 전기차가 이익을 얻을 것이다" (30%)

"반반이다" (40%)


31세~50세 이하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35%)

"아니다. 전기차가 이익을 얻을 것이다" (23%)

"반반이다" (42%)


50세 이상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38%)

"아니다. 전기차가 이익을 얻을 것이다" (25%)

"반반이다" (36%)


젊은 고객들은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게 될 거라고 봤고 반면에 나이가 들수록 전기차가 큰 반사이익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니까 중장년층은 폴크스바겐 사태가 독일 제조업과 자동차 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상처를 입혔다고 더 많이 판단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전기차 이익으로 바로 연결될 거라는 생각은 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끝으로, 그럼에도 폴크스바겐 차를 구매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설문5 : 당신은 폴크스바겐 차량 구매에 관심 있나?

"나는 늘 폴크스바겐 자동차를 사는 것에 관심이 있다" (54%)


30세 이하 (54%)

31세~50세 이하 (54%)

50세 이상 (53%)

여성 고객 (56%)

남성 고객 (53%)


"상황이 어떻게 될지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 (35%)


30세 이하 (36%)

31세~50세 이하 (36%)

50세 이상 (31%)

여성 고객 (39%)

남성 고객 (33%)


"나는 더 이상 폴크스바겐 차를 사지 않을 것이다" (11%)


30세 이하 (10%)

31세~50세 이하 (10%)

50세 이상 (16%)

여성 고객 (5%)

남성 고객 (14%)


독일 자동차 역사상 가장 큰 조작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독일인들은 폴크스바겐 차량에 대한 비교적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여성 고객들에게서 조금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젊은 고객들은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생각 보다 빨리 회복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내다 보기도 했습니다.


다만, 제조사가 이 문제를 오래 끌지 않는 게 중요하며, 재발 방지 약속과 실행 계획, 그리고 고객 보상 계획 등이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 의견들을 내놓았습니다. 독일 차는 물론 독일이란 나라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이번 사태이지만, 여전히 폴크스바겐에 대한 독일인들의 관심은 높아만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애정을 보이는 독일인들,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아내가 한 마디 거듭니다. "밖에서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독일인들 눈에 폴크스바겐은 라인강의 기적을 함께 하고 오랜 세월 같이 달려온 회사야. 그 긴 시간 쌓아온 독일인들의 애정이 쉽게 무너질 거 같진 않아." 잘못했으니 회초리를 들어야겠지만 그래도 제 자식 버릴 순 없다는 부모마음 같은 걸까요? 이런 독일인들 모습을 보고 있자니 폴크스바겐의 잘못된 선택이 더 미워 보입니다.


사진=V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