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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폴크스바겐 새 회장 마티아스 뮐러는 누구?


독일 자동차 산업 역사를 통틀어 지금처럼 위기였던 적이 있었을까요? 그간 여러 사건사고(?)가 많았고 위기라면 위기일 때도 있었지만 이번 VW 디젤게이트의 충격파는 너무 컸습니다. 최근 한 독일 언론은 폴크스바겐 직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무기력과 실망감에 빠져 있다고 전했는데 사실 독일 전체가 무기력감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이제는 폴크스바겐이 이 사태를 과연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놓고 독일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힘든 상황인데요. 위기에 처한 그룹을 살리기 위해 그룹 이사회는 포르쉐 CEO였던 마티아스 뮐러(Matthias Müller, 62세)를 그룹 최고 경영자 자리로 끌어 올렸습니다. 


마티아스 뮐러 / 사진=위키피디아



아우디 직업교육생으로 출발한 입지전적 인물 

마티아스 뮐러는 독일이 동과 서로 나뉘었던 시절인 1953년, 당시 동독 지역이던 작센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서독으로 건너와 독일 남부에서 성장을 하게 되는데요. 그곳이 바로 아우디 본거지 잉골슈타트였습니다. 아마도 이 때 그의 운명이 VW 그룹과 연결지어졌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지 않은 채 아우디에서 아우스빌둥, 그러니까 직업교육을 받게 되는데 그 때 그가 배운 일은 쇳덩이를 가지고 공구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2~3년제 응용학문대학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하게 되죠. 학업을 마친 그는 1984년 아우디에 정식으로 입사를 해 IT 관련 업무를 보게 됩니다.


그가 나온 학교는 종합대학과 달리 박사학위를 받을 수 없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전문대 보다 좀 더 종합대학에 가깝지만 종합대학은 아닌 그런 곳이죠. 독일 자동차 업계는 대체로 이름 있는 공과대학 출신의 박사 학위를 소지한 이들이 최고경영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우디 루페르트 슈타틀러 회장도 경영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룹 최고 자리에 오르지 못할 정도로 공대 출신들을 선호하는 게 일종의 전통같습니다.


그런 화려한 이력의 그룹 회장들에 비하면 마티아스 뮐러의 배경은 내세울 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우디에서 능력을 인정받게 되고 1993~1995년까지 아우디 콤팩트 모델 A3의 제작관리를 담당하게 되면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이후 아우디 조립라인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며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냈고 경영진의 높은 신임을 얻게 됩니다.


마르틴 빈터코른이 2002년 아우디 회장에 올랐을 때 마티아스 뮐러는 아우디는 물론 그룹 내 다른 브랜드인 세아트와 람보르기니 등의 수석기획관리자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2007년 빈터코른이 VW 그룹 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그의 권유로 함께 폴크스바겐으로 가게 됩니다.



어려움에 있던 포르쉐를 성공시킨 것을 높이 평가받다


IAA 전야제에서 미션E 컨셉카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 포르쉐

폴크스바겐에서 그는 제품전략을 짜고 제품 관리를 하는 핵심 업무를 맡게 됩니다. 그러던 중 폴크스바겐 그룹과 포르쉐의 입수합병전이 벌어지고, 극적으로 폴크스바겐이 포르쉐를 합병하게 되자 2010년 10월 포르쉐의 새로운 회장으로 취임하기에 이릅니다. 당시 포르쉐는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불과 4년 만에 년 9만 6천대 판매 수준의 회사를 19만대까지 판매하는 회사로 만들며 성공적인 경영자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폴크스바겐 이사회는 그룹의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며, 기획력이 뛰어나고, 포르쉐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준 그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지난 주 그를 새로운 그룹의 회장으로 선출했습니다. 동독에서 건너온 직업교육생 출신이 거대 자동차 그룹의 운명을 책임지게 된 것입니다. 


특히 마티아스 뮐러는 말을 돌려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 업무적으로도 간단명료하게 의견 내는 것을 좋아하고, 대단한 스포츠광인 그는 테스트와 런닝, 골프 등을 즐기며 클래식 자동차 경주대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르틴 빈터코른 전 회장이 카리스마를 가진 보스형 리더라면 마티아스 뮐러는 직원들과 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소통형 리더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과연 위기를 극복할 만한 인물일까? 

혁신을 약속한 그에 대한 신뢰는 아직 절반 수준

마티아스 뮐러는 회장이 된 직후 투명한 경영을 위해 조직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그룹 내 일부 브랜드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에 대한 독일인들의 평가는 어느 한 쪽으로 완전히 쏠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마티아스 뮐러의 회장 취임은 적절한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총 3,928명이 참여한 이 설문에서는 42%(1,636명)가 그가 회장이 된 것을 지지했고, 37%인 1,472명이 그의 회장 취임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또 적지않은 820명(21%)이 마르틴 빈터코른이 계속 회장 자리에 머물렀어야 한다고 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번에도 이야기를 드렸지만 이 820명 안에는 빈터코른 전 회장을 지지하는 이들 외에도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일종의 결자해지하라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마티아스 뮐러 신임 회장은 이 난국을 제대로 극복해 낼 수 있을까요? 소비자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는 지금 독일이라는 브랜드의 신뢰까지 회복시켜야 하는 더 무겁고, 더 힘든 짐을 짊어지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