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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포르쉐 911, AMG GT에게 한 수 가르쳐 주다


스포츠카의 성능을 이해하는 잣대 중 하나가 바로 '그 차가 트랙을 얼마나 빠르게 질주하는가'일 겁니다. 수퍼카 나올 때마다 "랩타임이 얼마래~" " 이 번에 이겼어?" 라는 식의 설왕설래 많이들 하죠. 빠르게 달릴 줄 아는 것이 스포츠카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랩타임은 꽤 의미 있는 데이터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한 곳에서 아주 재밌는 랩타임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스포츠카 포르쉐 911 터보와 이 차에 도전장을 내민 메르세데스 AMG GT S가 그 주인공입니다. 고가의 SLS AMG를 단종시키고 좀 더 대중적(?) 스포츠카라고 내어 놓은 게 AMG GT인데요. 포르쉐 911을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아예 지목하고 나온 녀석입니다.


사진=다임러


사진=포르쉐 홈페이지


요즘 독일 내에서 광고도 엄청나게 하며 한껏 분위기 띄우기 중입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911과의 달리기 성능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혹시 911을 능가하는 건 아닌지 많이들 궁금해 했습니다. 그런 타이밍에 적절하게 비교테스트를 한 것인데요. 그것도 일반 도로나 테스트 트랙 한 곳 빌려 한 것이 아니라 세 군데에서 제대로 겨뤄봤습니다. 




타이틀이 굉장히 거장합니다. '진실의 시간'이라네요. 아우토빌트는 공도 한 곳, 그리고 서킷 두 곳 등, 모두 세 군데에서 주행 비교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공도에서는 전반적인 차량의 성능과 기능 등에 대해 접근했고요. 두 군데 서킷에서는 말 그대로 달리기 성능에 초점을 맞춰 특징과 차이를 분석했습니다. 서킷 두 군데 중 한 곳은 여러분들이 아주 잘 아는 뉘르부르크링의 노르트슐라이페이고, 나머지 한 곳은 '작센링'이라는 비교적 소규모의 서킷이었습니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장소별 평가 내용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를 해드리고, 그 다음에 항목별 점수는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그 전에 두 차량의 간단한 제원부터 보고 내용으로 들어갈까요?


엔진

포르쉐 911 터보 : 3.8리터 6기통 터보 박서엔진 / 520마력, 토크 660Nm

메르세데스 AMG GT S : 4.0리터 V8 터보 / 510마력, 토크 650Nm


차체 크기 (전장, 전폭, 전고 순서)

포르쉐 911 터보 : 4506/ 1880/ 1296mm

메르세데스 AMG GT S : 4563/ 1939/ 1288mm


무게 

911 : 1618kg

AMG GT S : 1669kg


최고속도 및 변속기

911 : 최고속도 시속 315km/h / 7단 듀얼클러치 

AMG GT S : 최고속도 시속 310km/h / 7단 듀얼클러치


구동방식

911 : 네바퀴굴림

AMG GT S : 뒷바퀴굴림


사진=포르쉐


사진=다임러

   


일반 도로

아우토빌트의 테스트팀은 911의 성능에 더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911 터보가 2단 변속이 되었을 때 AMG GT S는 아직 변속이 시작도 안됐다고 하더군요. 두 차량이 비슷한 무게와 비슷한 힘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치고 나가는 속도나 주행감에서 포르쉐가 앞선 건 역시 사륜구동 방식이 주는 트랙션에서의 우위, 그리고 런치컨트롤 같은 기능이 차별화를 만들었다고 표현했습니다. 제동력에서도 911이 앞선 결과를 보여줬는데요. 테스크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속 100km/h에서 제동 시 (디스크 차가운 상태) 

911 터보 : 33.3미터

메르세데스 AMG GT S : 35.8미터


시속 100km/h에서 제동 시 (디스크 가열된 상태)

911 터보 : 32.5미터

메르세데스 AMG GT S : 34.5미터


대략 2미터 정도의 차이가 나니까 넉넉하게 포르쉐가 이겼다고 해야겠습니다만, 911 터보의 테스트 차량에는 그 비싸기로 유명한 세라믹 브레이크가 달려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감안은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로백 테스트에서도 911 터보가 2.9초인 반면 AMG GT S는 3.7초여서 앞서 설명드린 순간 치고 나가는 부분에서 역시 사륜에 가벼운 몸체와 조금이라도 마력과 토크가 높은 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추월가속과 0-200km/h 테스트 모두 포르쉐가 AMG GT S를 이긴 결과를 나타냈고, 연비 역시 공인 연비의 경우 AMG GT S가 더 좋은 걸로 나왔지만 테스트 연비에서는 포르쉐가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 정도로 정리를 하고 이제 트랙에서의 랩타임을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작센링 결과부터 볼까요?

작센링 전경. 사진=sachsenring.de


작센링

코스는 크게 세 곳으로 되어 있는데, 정확하게 어느 코스에서 달렸는지까지는 표시가 안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일단 랩타임 결과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포르쉐 911 터보 : 1분 32초 95

메르세데스 AMG GT S : 1분 35초 25


2초 30더 빠르게 포르쉐가 랩타임을 끊었습니다. 이 정도면 차이가 좀 난다고 봐야겠죠? 이 잡지에 따르면 AMG GT S의 운전대가 다소 민감했다고 합니다. 커브에서 속도를 낼 때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는데 특히 가속 페달을 조금 빨리 밟게 되면 차의 뒤가 흔히 표현하는 날리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다만 차량이 전체적으로 예민하게 세팅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트랙에서 긴장하고 집중하게 하는데 이게 운전자에 따라서는 재미로 느껴질 수 있을 거라고 전했습니다. 포르쉐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다루기 쉬워지는 것에 반해 오히려 메르세데스 AMG GT S는 더 긴장을 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감성적인 주행이랄지, 혹은 코너링에서의 안정감, 그리고 결과적으로 911 터보가 더 빠르게 달릴 줄 안다면서 911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번엔 뉘르부르크링 결과입니다.


노르트슐라이페. 사진=뉘르부르크링 홈페이지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어지간한 차들은 모두 이 곳에서의 공식 랩타임을 다 가지고 있죠. 그리고 여기서의 기록으로 서로 이 차가 낫네 저 차가 낫네라는 식의 재밌는 투닥거림이 있습니다. 뉘르부르크링 중에서도 노르트슐라이페는 그 길이만 22km가 넘는 대단히 긴 도로입니다. 여긴 서킷이자 일반 교통법이 적용되는 도로이기 때문에 면허증 없이는 이 곳에서 달릴 수 없다는 거, 참고로 알려드립니다. 그럼 결과를 볼까요?


포르쉐 911 터보 : 7분 59초 20

메르세데스 AMG GT S : 8분 10초 10


어이쿠야~ 차이가 많이 나네요. 테스트를 진행한 아우토빌트에 따르면 링의 노면 상태에 AMG GT S가 많이 영향을 받았지만 좁은 구간 등을 빠져나가는 솜씨나 계속되는 드라이버의 강한 압박에도 엔진이 힘들어 하는 그런 구석은 없었다는 칭찬을 해줬습니다. 반면 911 터보의 경우는 좋은 서스펜션과  균형감 있는 조향장치 등이 안정감을 더해줬고 커브에서 치가 나가는 것이 더 빨랐다고 했습니다.


사진=포르쉐


사진=메르세데스 홈페이지


그렇다면 주요 항목별 점수는 어떻게 나왔는지도 한 번 보겠습니다.


품질 (10점)

911 터보 : 9점

메르세데스 AMG GT S : 8점


주행성능 (30점)

911 터보 : 27점

AMG GT S : 24점


변속기 (20점)

911 터보 : 19점

AMG GT S : 18점


사운드 (10점)

911 터보 : 7점

AMG GT S : 9점


주행 안전성 (20점)

911 터보 : 19점

AMG GT S : 17점


핸들링 (20점)

911 터보 : 29점

AMG GT S : 24점


조향능력 (20점)

911 터보 : 19점

AMG GT S : 16점


제동력 (30점)

911 터보 : 30점

AMG GT S : 24점


거의 모든 항목에서 911 터보가 더 낫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운드나 옵션, 그리고 가격에서만 메르세데스 AMG GT S가 더 좋은 결과를 보였는데요. 독일에서 두 차량의 가격 차이는 제법 있는 편입니다. 


911 터보 : 165, 149유로부터 시작

메르세데스 AMG GT S : 134,351유로부터 시작


아마도 메르세데스가 삼각별 달고 가격이 경쟁 모델보다 더 싼 경우는 포르쉐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다 포르쉐의 옵션은 뭐 알아주는 수준이니 여기에 옵션이 붙기 시작하면 차이는 더 벌어지겠죠. 어쨌든 잡지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포르쉐 팬들은 걱정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 잠을 자도 되겠다. 메르세데스는 운동선수 같고 핫하고 터프한 면이 있다. 그에 비하면 911은 상대적으로 정제돼 있다. 부드럽지만 모든 면에서 빠르고 AMG GT S를 한 단계 낮은 급으로 내려놓았다. 결론은 911 터보를 따라잡긴 어렵다.'


오히려, 오히려 더 터프하고 다루기 어려울 줄 알았던 911 터보가 AMG GT S 보다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빠른 주행을 선사한다고 내린 결론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만큼 포르쉐가 점점 운전이 쉬운, 편한 차로 바뀌어 간다는 의미일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하면 메르세데스 AMG GT S가 보기 보다 터프하고 예민한 차량이라는 의미도 될 것입니다. 잡지의 표현을 제 표현 방식으로 바꾸면 마치 AMG GT S는 남미축구 같고, 911터보는 독일 축구 같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어느 정도 두 차량의 특성이 파악이 되셨죠? 그런데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 차량들의 성능에 대한 평가부분이 아닙니다. 바로 이런 재밌는, 그리고 독자들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부분을 해소시켜주는 자동차 잡지의 역할과 능력이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독자가 있기에 가능한 기획이 아닐까 싶고요. 무엇보다 눈치 안 보고 정확하게 어떤 차가 더 낫다, 어떤 차가 더 못하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그 과감함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기획을 할 여력도 없지만 설령 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매체들이 과연 얼마나 위에 내린 결론처럼 과감하게 큰 광고주 눈치 안 보고 자신들의 데이터를 공개하고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수십 만 유료 독자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자신들이 만든 결과를 가감없이 공개하는 신뢰성과 뛰어난 기획력 등이 있기에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거겠죠.


어쨌거나 벤츠가 체면을 좀 구겼네요. 이번 K.O패는 많이 아플 거 같습니다. 포르쉐 명성만 더 높여준 거 같아 머쓱한 기분도 들 수 있겠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생각하면, 그리고 벤츠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생각하면, 노력 여하에 따라 포르쉐 911 터보가 아닌 메르세데스 AMG GT S라는 스포츠카로 고객들을 얼마든지 끌어 올 수 있을 겁니다. 더군다나 첫 도전에서 얻은 이런 평가는 시행착오를 거쳐 앞으로 더 포르쉐와 멋진 승부를 펼칠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앞으로의 메르세데스 AMG GT를 기대해 보는 이유입니다. 끝으로 4월 1일부터는 DAUM 자동차에서도 저의 글을 볼 수 있게 되는데요. 거기서도 많은 응원 바라겠습니다.


폼 나네요. 사진=다임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