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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의 쏘나타 라인업 늘리기, 그 속내를 보니


지난 달 현대는 북미 시장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던 쏘나타 2.0 터보 모델을 한국에도 내놓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과거 YF 쏘나타 때와는 좀 다른 관점에서 LF 쏘나타 터보 출시를 바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2.0 터보를 내놓은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가 자신들의 주력 모델의 라인업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쏘나타 2.0 터보. 사진=netcarshow.com



▶8개로 확장될 쏘나타 라인업  

LF 쏘나타는 가장 먼저 2.0 가솔린 엔진을 선보였죠. 그리고 2.4 가솔린과 연비효율을 위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원래 계획에 없던 것으로 보이는 가스 모델이 나오는데, 택시형 쏘나타를 내놓지 않겠다고 큰소리 쳤던 현대가 상황이 좋지 않음을 파악하고 2.0 LPi 모델을 내놓습니다. 그 바람에 쏘나타 구매 연령대는 더 고령화(?) 되고 말았죠. 2.0 가솔린 터보 모델이 출시되며 무난했던 쏘나타 라인업 전체에 임팩트를 줄 수 있게 됐습니다.


늘 못생긴 스티어링 휠이 맘에 들지 않았던 현대차였지만 이번 쏘나타 2.0 터보 모델은 운전대 디자인에도 나름 신경을 썼더군요.. 괜찮았습니다. 여전히 센터페시아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과거 YF 쏘나타 터보가 하지 못했던 일반 쏘나타와의 디테일한 스타일 차이를 이번엔 보이려한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더 선명한 스타일 차별화를 통해 젊은 고객층을 흡수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네요.


어쨌든, 과거의 현대차라면 이쯤에서 머물렀을 겁니다. 충분히 이 정도로도 내수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보였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현대차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언론들을 통해 2.0 가솔린 터보 외에 몇 가지가 더 나올 것임을 슬쩍 내비췄죠. 그 추가될 면면이 화려한데요. 이미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판매가 되고 있는 1.6리터급 가솔린 터보와, 공개된 바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젤 모델입니다.


쏘나타의 예상되는 라인업


출시

*쏘나타 가솔린 2.0 

*쏘나타 가솔린 2.4

*쏘나타 하이브리드

*쏘나타 2.0 LPi

*쏘나타 2.0 가솔린 터보


출시 예정

*쏘나타 1.6리터 가솔린 터보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쏘나타 디젤 1.7(확실치 않음)


이 라인업을 보면 현대차의 어떤 의지, 혹은 말하기 어려운 속내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요. 그러면 여기서 현대차의 쏘나타 라인업 늘리기가 왜 이뤄지고 있는지, 그 배경과 속사정 등을 한 번 짐작해 읽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진=netcarshow.com



기대에 못미치는 판매량

기아 K5라는 강력한 경쟁자로 인해 YF가 타격을 입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쏘나타의 아성은 한국 시장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았죠. 그런데 딱히 직접 경쟁상대가 없다고 예상했던 LF 쏘나타는 전작 보다 오히려 판매량에서 더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내놓으면 알아서 팔리던 화려한 시절은 LF 쏘나타에겐 옛 무용담일 뿐입니다.


브랜드 전체적으로도 내수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가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볼륨 모델, 브랜드를 상징하는 모델을 통해 시장 사수를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 모델이 현대에겐 쏘나타인 것이죠. 하지만 이 중형 모델의 라인업 확장엔 판매량 감소에 대한 단순한 대응책 그 이상의 이유들이 숨어 있어 보입니다.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

과거에 비해 갈수록 자동차를 소비하는 고객들 수준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수입차들의 엄청난 공습 앞에 이제 과거처럼 몇 개 모델로 버티는 방식으로는 내수시장을 사수하기 어렵게 됐죠. 무난하게 탈 수 있는 쏘나타를 원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연비효율이 좋은 쏘나타를 찾는 고객들이 있을 것입니다. 


또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한 운전의 재미를 주는 쏘나타를 원하는 고객들이 있을 것이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같은 새로운 트렌드가 반영된 쏘나타를 원하는 고객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디젤 쏘나타 출시해 줘요~!" 라는 외침도 외면할 수 없었겠죠.


소비자들의 개성 있는 요구는 늘어가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도태할 게 뻔한 상황에서 현대의 쏘나타 라인업 늘리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쉽게 말해 쏘나타 안에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들이 다 있으니 여기서 해결하라는, '골라 먹는 재미'에 현대도 억지로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경쟁사(라고 그들이 부르는) 폴크스바겐을 보면 더 분명합니다.



VW 골프 라인업 좀 보소


골프 GTI. 사진=netcarshow.com


현대차는 공공연하게 폴크스바겐을 기술적으로 따라잡아야 할 브랜드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제조사 보다 폴크스바겐에 대해 현대차 엔지니어들이 잘 알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무엇이 그들에 비해 부족하고, 어떻게 하면 경쟁이 될 수 있는지를 말이죠. 이런 폴크스바겐을 대표하는 모델이라면 당연히 골프겠죠. 


중형 쏘나타와 준중형급 골프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그렇지만 폴크스바겐의 골프 라인업 전략을 보면서 특히 현대차의 생각도 변화가 있지 않았겠나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러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골프의 라인업들을 한 번 살펴 보도록 할까요?


골프 라인업

골프 가솔린 (1.2~1.4 TSI)

골프  디젤 (1.6~2.0 TDI)

골프 GTI (가솔린 2.0)

골프 GTD (디젤 2.0)

골프 R (4기통 300마력 가솔린)

골프 CNG (가스 모델)

골프 GT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골프 (전기차)

골프 바리안트 (왜건)

제타 (골프 세단형)

골프 카브리오

골프 스포츠밴 (MPV)

VW EOS (하드탑 컨버터블)

골프 올트랙 (온오프 겸용-출시 예정)

수동 변속기 골프

자동 변속기 골프

듀얼 클러치 변속기 골프


14개 정도의 모델이 골프 안에 존재하고 3가지 미션이 준비돼 있습니다. 말 그대로 빠져나갈 틈이 없을 정도로 촘촘하고 다양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네요. 자신들을 대표하는 모델에 대한 일종의 무력 시위라고나 할까요? 골프를 좋아하는 소비자들, 또는 골프를 구매하고자 하는 신규 고객들에겐 이 안에서 무엇이든 얻을 수 있게끔 해놓았습니다. 사이드 미러 하나 옵션으로 적용하는 것도 10여 가지 선택이 가능할 정도로 선택 사양도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 선택 시 똑 같은 골프로 세팅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정도는 해줘야 브랜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현대차는 폴크스바겐의 이런 전략을 쏘나타에 적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사실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동차 기업으로서 이런 구성을 통해 전문성을 소비자에게 드러내는 것은 무조건 이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왕 유럽 얘기가 나왔으니 쏘나타에 1.6 터보가 추가되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같이 짚어보도록 하죠. 



터보, 미국에선 빠른 선택 유럽에선 늦은 선택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중형차로는 처음으로 V6 자연흡기를 버리고 4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YF 때의 일이죠. 그리고 LF 쏘나타를 내놓으면서는 한 술 더 떠 1.6리터 170마력대의 가솔린 터보 엔진을 '에코' 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경쟁 메이커들도 이제 4기통 터보로 다운사이징을 북미에서 준비하는 것에 비하면 확실히 현대가 공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으로 건너오면 얘기가 달라지죠.


폴크스바겐 파사트를 볼까요? 유럽 내에선 가솔린 디젤 모두 터보가 아닌 트림이 없습니다. 1.4 가솔린 터보 (125마력, 150마력 두 종류), 1.8 터보, 그리고 2.0 터보까지 가솔린 라인업 모두 터보차처가 달려 있습니다. 디젤 역시 1.6 (120마력)부터 2.0 (240마력)까지 모두 터보입니다. 그 외 유럽의 소형차들도 터보를 달고 달리고 있죠. 터보가 없는 현대차는 독일 등에서 비교테스트 시 늘 손해를 봐야 합니다.


유럽에서, 혹은 유럽차들과 경쟁하려면 이제 터보 없이는 얘기가 안되는 지경에까지 온 것이죠. 그래서 현대도 과감하게 터보를 유럽과 한국 시장까지 확장하게 됐습니다. 유럽에선 심지어 1.0리터급 3기통에도 터보를 달기로 했고, 이미 5월부터는 준중형 i30 1.6리터 터보(186마력)가 판매에 들어 갑니다. 아마 유럽에서 팔릴 i40 역시 파사트를 겨냥해 1.6리터 터보를 내놓지 않겠나 예상되는데요. 이미 파사트 터보와 비교해 보고 어떤 점에서 더 낫고 못 한지 확인까지 다 끝냈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북미와 유럽에서 이렇게 터보로 승부를 본다면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터보엔진이 장착된 모델들이 나와야겠죠. 1.6 터보 쏘나타의 출시는 이런 분위기와 매우 밀접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현대만의 변화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쏘나타 터보 엔진. 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쏘나타 디젤 출시는 그랜저의 힘?

또 한 가지 한국 운전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 바로 쏘나타가 디젤 엔진을 장착할 거라는 부분일 텐데요. 1.7리터급과 2.0리터급이 얘기 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모두 나와야 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그런데 중형급 이상의 디젤 세단에 대해 그동안 부정적이던 현대가 쏘나타에 디젤 엔진을 올리게 된 이유는 뭘까요? 내부적으론 그랜저 디젤의 예상 외의 선전이 이런 결정을 좀 더 쉽게 하게 한 것으로 분석하는 듯 합니다.


수입 디젤차들이 활약을 하고는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 국산 승용차가 디젤 엔진을 올리고 나오는 것에 대해 회의적 반응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랜저 디젤이 기대치 이상의 성적을 올렸고, 이 정도면 충분히 쏘나타 디젤도 승부가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죠. 뚜껑은 열어 봐야겠지만 일단 국내에서 일고 있는 디젤 열풍이 분명 현대의 선택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 외에도 현대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쏘나타를 내놓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 이유에는 자신들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계산도 담겨 있다 하겠습니다. 우리도 이만큼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당장의 판매 전략 보다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또 디젤이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1.6 터보 등은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적 차원에서 라인업에 포함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것입니다.



시작된 라인업 다양화 전략은 계속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순수 전기차는 어떻게 될까요? 가격 부담이 있는 쏘나타급 보다는 그 이하의 소형차 쪽에서 먼저 시도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8개 정도로 쏘나타의 라인업이 완성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8개의 쏘나타라, 과거엔 있을 수 없는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쏘나타 라인업 다양화 전략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에 동참하면서 내수 시장에서의 판매량 늘리기를 위한 복합적 포석 정도가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구성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나 관심도는 올라가게 된다는 점, 그리고 그 것이 계속되면서 자연스레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 간다는 점 등이 현대에게 장점으로 작용되겠죠. 여기에 컨버터블과 멋진 쏘나타 스포츠 쿠페 등만 포함된다면 더할나위 없겠습니다.


현재 현대차는 위기입니다. 눈치만 살피며 안전하게 남의 뒤를 따르는 것과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꾀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위기 극복의 답이 될까요? 쉬운 선택 같지만 이 쉬운 답을 체득해 실천하기까지 현대가 많은 길을 돌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마진 폭을 더 줄여서라도 보다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바랍니다. 그게 당장 손에 몇 푼 더 쥐는 것 보다 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터보와 DCT 조합 등은 많이 팔아야 원가 부담도 줄어들 테니 더더욱 욕심 부리지 말아야겠죠. 라인업의 다양화는, 현대가 제대로 달려가는 기업인지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중요한 기회라는 걸, 꼭 현대는 새겨두길 바랍니다.


그리고 끝으로 한 마디만 더 하자면, 디자인은 좀 과감하게 바꾸시길.


LF 쏘나타. 사진=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