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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차 비어만 영입은 테슬라 나비효과?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연구개발과 관련해 양적 질적으로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현대차의 남양연구소일 겁니다. 만여 명의 전문 인력들이 모여 치열한 기술적 도전을 하고 있죠. 최근엔 DCT를 자체 개발해 양산 중이고, 10단짜리 자동변속기 개발도 한창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분명 의미 있는 결과와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싸움은 멀고 험합니다. 열정만 가지고 성과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회사의 큰 지원이나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장을 이끌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요즘 남양연구소의 변화는 꽤 의미 있어 보입니다. 바로 BMW의 고성능 브랜드인 M 기술파트를 책임지고 있던 알베르트 비어만 씨가 남양연구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죠.



알베르트 비어만. 사진=BMW


2008년 사진이라 요즘 모습보다는 많이 젊어 보이는 사진이네요. 전형적인 독일 출신의 엔지니어로 M 파트에서 많은 활약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50대 후반으로 독일 기준으로 보면 비교적 젊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 BMW의 세대교체 분위기와 맞물려 현대차가 운 좋게(?) 최고 수준의 기술자를 데려올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비어만 부사장과 현대와의 인연이 전혀 엉뚱한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 오늘 그 얘기를 좀 해드릴까 합니다.


BMW M 파트 대표(좌에서 두 번째), 그리고 드라이버들과 뉘르부르크링에서 대화하고 있는 비어만 (맨 우측). 2013년 사진= BMW


자동차 회사들은 늘 경쟁 업체 차량을 분석합니다. 화제가 되는 자동차의 경우는 더더욱 연구의 대상이 되죠. 현대 역시 여러 브랜드의 차량들을 시승하고 분석합니다. 어느 날 남양연구소에 미국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 S가 들어 오게 됩니다. 그리고 한 연구원의 제안으로 연구소 임원이 시승을 하게 되죠. 시승을 한 임원은 테슬라 모델S에 물어봅니다. 2012년 나온 모델로 테슬라가 내놓은 첫 차인 로드스터 이후 5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차량이라는 설명을 듣게 됩니다.


임원은 연구원의 이야기에 놀라 반문을 하게 되는데요. " 이제 겨우 두 번째 모델을 만든 신생 브랜드가, 그것도 전기차로 어떻게 이런 주행성능이 가능한 거지? " 모델 S는 현대차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준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테슬라 모델 S는 냉정한 평가로 유명한 미국 컨슈머리포트에서 2013년도에 최고점을 받습니다. 아직까지도 이 점수가 깨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테슬라 모델 S는 놀라운 평가를 얻게 되죠.


테슬라 모델 S. 사진=netcarshow.com


2012년, 테슬라 모델 S가 고객들에게 처음으로 인되되기 위해 공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그러고 보니 우린 이 신생 전기차 업체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뛰어난 주행성능의 차량을 만들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잘 달리는 차라는 것밖엔 모르고 있죠. 처음 로드스터를 만들었을 때 로터스로부터 기술 제휴를 받았고, 이후 벤츠의 엔지니어들을 영입하고, 도요타 미국 공장을 인수해 그곳에서 조립을 한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제휴나 인재들 영입은 다른 브랜드들 역시 다 하는 일입니다. 중요한 건 로드스터 (2007년) 출시 후 5년 만에 만들어낸 모델이 운전성능에서 이처럼 뛰어난 기술적 완성도를 어떻게 보일 수 있었느냐는 것이죠. 현대차는 테슬라 시승 이후 고성능 차량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고 최고 경영진에게 그 필요성을 보고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침 당시 시승에 참여했던 연구소 임원은 독일의 유명 공대 출신으로 독일통이었고, 비어만 영입에도 어느 정도 관여하게 됩니다. 현재 그 임원은 독일 현대차 R&D 연구소를 이끌고 있죠. 비어만 영입 과정이 100% 이 내용만으로 설명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테슬라 시승과 비어만 영입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연결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현대차는 이제 이 알베르트 비어만이라는 자동차 고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이 고민이 제대로 된 계획이 되고, 그 계획이 차질없이 실천된다면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현대차 주행성능은 분명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고성능 브랜드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비어만의 역할과 그의 활용이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네. 이 모든 것은 현대차 자신들의 능력에 달렸습니다.


BMW M3. 사진=B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