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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짐차라고?' 플래그십 고급 왜건들은 달라


제네바모터쇼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계속해서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와 컨셉카 등을 언론 등을 통해 먼저 공개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분들에겐 가장 신나는 기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먼저 소개할 차량 역시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될 모델로, 아우디 프롤로그 아반트가 그 주인공입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좀 더 큰 이미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우디 프롤로그 아반트 컨셉카. 사진=아우디

  

아우디는 이미 지난 11월 L.A모터쇼에서 프롤로그 세단 컨셉카를 내놓으며 디자인의 변화를 예견한 바 있습니다. 40대 중반의 젊은 디자이너 마크 리히터를 내세워 변화를 추구한 것인데요. 예전의 동글동글한 아우디 디자인을 좋아라 했던 제 입장에선 멋지지만 다소 차갑게 변해가는 요즘 디자인이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우디 스타일링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아우디를 이해하는데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왜건 모델에 무척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겐 여전히 왜건은 짐차의 이미지가 강하죠. 그래서 고급스러움과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에 왜건 판매는 늘 우울한 성적표를 받고 있습니다. 스타일 좋고 나름 괜찮게 만들어졌다는 현대 i40만 봐도 여전히 시장친화적이지 못하다는 게 판매량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차를 들여오는 수입업체들 또한 자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왜건들은 아예 가지고 올 생각조차 안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고성능 모델 RS 중 왜건으로만 판매되고 있는 아우디 RS4 아반트와 RS6 아반트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상황이죠. 놀랍죠? 최고 성능의 모델들을 왜건으로만 만들다니 말입니다.


아우디 RS6 아반트. 사진=아우디

또 온오프 겸용 올로드 콰트로 역시 아우디만의 멋과 맛이 담겨 있는 왜건형 모델입니다.


A6 올로드 콰트로. 사진=아우디


실용성과 편안함, 그리고 주행 안정성 등에서 우위를 보이는 왜건은 유럽인들 취향과 매우 잘 맞아 떨어지죠. 그래서 벤츠 역시 다양한 왜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우디에 올로드 콰트로가 있다면 벤츠에는 좀 더 고급스럽게 변형된 CLS 슈팅 브레이크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공개된 아우디 프롤로그 아반트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아우디 A6 아반트(왜건) 에 적용되는 것 외에도 플래그십(브랜드 최고 모델급)인 신형 A9 왜건으로 적용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사진=아우디


사진=아우디.


사진=아우디


프롤로그 아반트의 길이는 아우디 A8과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 사이즈 그대로 나온다면 쿠페 모델인 A9에 4도어 형 스포츠백(A7 쿠페는 4도어 스포츠백만 있죠)과 다시 왜건인 아반트(RS6은 왜건만 있죠)까지 적용되는 흔치 않는 라인업이 완성되게 됩니다. 저 측면 모습을 보세요. 비율과 스타일에서 어디 짐차 느낌이 나나요?


만약 아우디가 A9을 내놓으며 아반트까지 함께 출시한다면 현재 독일 브랜드 중 메르세데스 CLS 슈팅 브레이크가 차지하고 있던 고급스러운 왜건의 자리를 한 급 위인 아우디 A9 아반트에 내주게 될 것입니다. 벤츠로서도 아우디의 선택을 주의 깊게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플래그십 왜건이 외면받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적어도 유럽에서는 충분히 관심을 받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그런데 이런 플래그십 왜건을 선보인 건 아우디 뿐만이 아닙니다. 1년 전으로 잠깐 되돌아 가보면 볼보가 보일 겁니다.


볼보 컨셉카 에스테이트. 사진=볼보


사진=볼보


사진=볼보

 

작년 이맘 때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됐던 볼보 '컨셉카 에스테이트' 모습인데요. 이후 작년 말, 이 차를 기본으로 한 플래그십 왜건 V90를 양산하겠다는 볼보 측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곧 만나게 될 SUV XC90, 그리고 세단 S90와 함께 플래그십 삼총사가 되게 됩니다. 아우디가 플래그십 왜건을 만들어야 하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는 셈입니다.


볼보의 플래그십 컨셉카 에스테이트는 이미 70년대 선보였던 1800ES라는 슈팅브레이크 스타일을 재해석해 내놓 것으로, 확실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한 진영을 다시 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XC90이 컨셉카의 느낌을 다소 많이 배제했다면 이번에 나올 왜건과 세단 플래그십은 좀 더 컨셉카 느낌에 가깝기를 바라겠습니다.


1972~73 볼보 1800ES. 사진=favcars.com


우리나라 운전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낯설기도 하고 이해가 안가는 제조사들의 행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함급 모델에 왜건이라니." 하고 말이죠. 하지만 오늘 소개한 두 대의 컨셉카들 (물론 컨셉카이지만)을 통해 플래그십 왜건도 얼마든지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특징이랄 수 있는 촘촘하고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소비하려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된다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프리미엄 타이틀에 맞게 이런 노력들이 계속 이어졌음 좋겠고, 나머지 고급차 브랜드들 역시 어떤 형태로든 자극을 받아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해주길 바랍니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판매로 보답을 받아야겠죠. 그나저나 어떠세요, 이 차들로 왜건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뀔 수 있을 거 같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