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늘 새로운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쉽게도 머리 속에만 머문 채 사라진 꿈들도 있고, 지난한 과정을 극복하고 우리 눈앞에 그 실체를 드러낸 것들도 있죠. 실패하든 성공하든, 늘 꿈을 꾸고 도전하기에 인간이 아름다운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런 상상력이 현실 속으로 성큼 들어온 이야기를 하나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자동차 트렌드 4가지
하루에 제가 평균적으로 둘러보는 자동차 관련 매체는 (독일 기준) 13개 정도 됩니다. 물론 일간지 포함해서고요. 후루룩 훑어보는 경우도 많고 이야기가 있다 싶어 '즐겨찾기' 해놓고 찬찬히 읽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어떤 흐름이라는 게 자연스레 보이게 되죠. 최근들어 부쩍 많이 눈에 띄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좀 지겹다 싶을 정도로 많이 나오는 것들이었는데요.
1.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관련한 친환경 기술 얘기
2. 테슬라와 BMW의 전기차 이야기
3. 최근들어 언급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 소식들
4. 그리고 자율주행 (autonomous) 기술
원하든 원치 않든, 이 4가지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해서 듣게 될 것입니다. 작년부터 이산화탄소 규제 문제나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이야기는 끄적여 보긴 했지만 자율주행에 대해서는 별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썩 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씀 드리는 게 솔직하겠네요. 여전히 저는 직접 운전대를 쥐고 차를 모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부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취향과는 무관하게 자율주행은 굉장히 우리 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됐습니다.
▶자율주행에 있어 앞서가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사진=Daimler
자동차가 운전자의 도움없이 알아서 달린다는 건 영화 속에서나 그려졌던 모습이었죠. 자동차 회사들은 이 문제를 오래 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해왔습니다. 구글이 자율주행에 무인자동차 기술까지 재연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이에 뒤질세라 미국, 일본,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자동차 업체들은 달려들었습니다. 이미 현재 나와 있는 몇 가지 기술들, 예를 들어 앞 차와의 간격을 스스로 조절하거나 사람이나 차량을 인식해 급제동을 하고, 전후좌우를 모두 살필 수 있는 카메라 기술에, 차선을 읽는 기술 등은 자율주행 시대를 알리는 전조였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한 독일 브랜드들의 움직임을 볼까요? 벤츠는 S클래스 신형을 내놓으면서 자율주행의 실생활 적용이 멀지 않았음을 이야기했고, 아우디는 최근 RS7으로 트랙에서 운전자 없이 최고 240km/h라는 속도를 내며 트랙을 도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형 BMW 7시리즈는 아우토반 등에서 부분적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충 정보들을 모아보면 2016이 자율주행의 원년이 되지 않겠나 어렵지 않게 예상이 됩니다.
사진=audi
사진=audi
사진=BMW
사진=BMW 7시리즈
▶자율주행 능력 어디까지?
여기 그 의문에 도전하다
자, 그렇다면 자동차 회사들이 얘기하는 자율주행은 정말 실제 도로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할까요? 차를 믿고 운전자들이 운전대와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 등에서 손과 발을 뗄 수 있을까요? 이 궁금증을 해소해 줄 아주 재미나면서도 의미 있는 테스트가 독일의 자동차 매체 아우토빌트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자세로 앉아 있는 사람은 아우토빌트의 기자 중 한 명으로, 본인이 스스로 원했는지, 아니면 회사에서 콕 찍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이 사람이 독일을 관통하는 횡단 주행의 테스터가 됐습니다. 덴마크 국경과 맞 닿아 있는 플렌스부르그에서 오스트리아와 가까운 남부 퓌센까지, 965km의 거리를 한 번에 내달려야 했습니다. 물론 자율주행으로요.
퓌센을 대표하는 노인슈반슈타인성
▶기자도 걱정했던 도전
그리고 9시간을 내달리다!
사진=Daimler
이번 독일 종단 자율주행 테스트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가 참여했습니다. C 220 블루텍 모델로 디젤 170마력에 연비는 유럽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25km 수준이죠. 오토매틱에 디스트로닉 플러스 패키지가 적용됐고, 최고속도는 233km/h입니다. 약 9시간을 달려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기자는 테스트 전부터 체력을 키우기 위해 밤낮으로 조깅을 해야 했고, 바로 전날에는 물을 4리터나 마셔 당일 물을 거의 마실 수 없는 상황에 대비를 했습니다. (뭔지 모를 비장함이)
그리고 이 차가 자신을 안전하게 목적지에 데려다 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는 솔직한 고백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당일 아침 7시, 모든 준비를 마친 기자는 사진 기자 한 명과 함께 차에 올랐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소변통까지 실었습니다.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속 140km/h 이상으로는 달리지 않게끔 속도 조절을 끝낸 그는 출발을 했습니다. 일단 A7 아우토반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직접 운전을 했고, 아우토반에 들어서서야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변수에 대한 대응력 더 키워야
그럼에도 놀라운 실증
처음 자율주행 모드로 바꿨을 때는 바둑의 수를 읽 듯 (물론 본문에선 체스라고 되어 있음) 긴장한 나머지 계속해서 앞의 상황을 미리 파악하려 신경을 썼다고 전했는데요. 함부르크를 지나서야 어느 정도 차에 적응이 되었다고 했으니 꽤 긴 구간 동안 조마조마 긴장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첫 번째 정체 구간(약 8km)을 만났을 때도 걱정과는 달리 C클래스는 안정적으로 열심히 운전을 했고, 그 때서야 비로소 두 번째 아침 식사를 차 안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동료 사진기자를 위해 다양한 포즈도 취해 줬는데요. 커피를 마시는 시늉을 하고, 안경을 바꿔 쓰고, 립밤을 바르는 등, 이런 행동들이 자율주행 자동차 안에서는 위험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미 프로그램 되어 있는 기본적인 교통법규에도 정확히 대응을 했는데, 시속 80km/h가 넘으면 우측 차선으로 추월하는 게 금지되어 있는 법규를 이 차량은 정확하게 따랐습니다.
좁은 구간을 스스로 자세를 제어하며 빠져 나올 땐 로봇이 로봇을 정확하게 컨트롤하는 모습에 신기해 하기도 했지만 모든 게 다 완벽할 순 없었던 모양입니다. 우선 차로 위에 떨어져 있는 베낭 크기의 짐을 제 때 감지하지 못해 결국 운전대를 쥐고 직접 차로를 변경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웃겼던 건 공사 구간에서의 반응이었는데요. 독일 아우토반은 곳곳에 공사구간이 많은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구간들은 기본 흰색 차선 위로 노란색 임시 차선이 그어져 있죠. 대체로 노란색 선을 잘 따라 가던 C클래스가 어느 공사구간에서는 불안감을 보여줬는데, 계속해서 앞서 달리던 5시리즈의 꽁무니를 좇던 녀석이 노란색과 흰색 선이 모호하던 구간에서는 그만 자율주행 모드를 스스로 꺼버린 것입니다. 한 마디로 " 여긴 나 못 가겠다. 니가 운전해!" 뭐 이런 상황이었던 것이죠. (이 차 좀 귀여운데요?)
비교적 선명한 이런 공사구간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스케치북
목적지를 2시간 정도 남겨 놓은 상황. 슈투트가르트 근처에서 퇴근길 차량들과 함께 사고 현장을 지나면서 두 번째 정체 구간을 만났습니다. 45분 정도 지나자 사고 현장이 나왔고, 1차로가 통제된 상황이었죠. 차선이 하나로 좁아지니 아무래도 차들이 서로 번갈아 가며 한 대씩 끼어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차가 이런 상황에서의 대응 프로그램이 제대로 안 갖춰졌는지 결국 끼어들던 트럭을 받을 뻔 했고, 운전자는 여기서 처음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습니다. (양보 운전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
그래도 미래는 온다
총 9시간 25분을 달린 C클래스는 목적지 근처에 와서 기름을 채워넣었습니다. 평균 주행 속도는 104km/h, 최종 연비 리터당 18.18km. 공인연비와 다소 큰 차이를 보인 점은 다소 아쉬웠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모든 도로, 그리고 거기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에 완벽한 대응이 이뤄지는 자율주행은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 때 쯤이면 기술적으로 틈 없이 완성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벤츠 관계자는 말을 했다고 하는군요. 그 전까지는 계속해서 기술을 다듬어 나갈 것이고, 부분적으로 대응이 쉬운 고속도로 등에서 먼저 적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는 법규의 문제는 해결 과제입니다. 사고 시 책임소재나 주행과 관련한 개정되어야 할 규칙 등을 과연 제대로 미리미리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센서와 카메라의 성능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담보할 수 있는지, 그 외에 차량의 정보와 함께 개인 정보 유출 등의 위험성은 없는지 등, 해결할 문제들이 많아 보이지만, 언제나 그랬듯 변화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 속에 안착될 것입니다.
4~5년 후 어느 고속도로 풍경 : 휴게소에서 돌솥비빔밥을 잔뜩 먹은 김 씨는 졸음이 쏟아지자 자신의 운전대를 자동차에 맡깁니다. 30분 동안 잠을 청할 생각이죠. 자동차는 다른 차량들 속을 안정감 있게 내달리며 주인이 숙면을 취하도록 안전운전에 최선을 다합니다. 김 씨는 잠에서 깨어났고, 개운한 기분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습니다. 이제 목적지까지는 1시간도 안 남았군요. 그는 생각합니다. 이번 거래처와의 상담은 왠지 잘 될 것 같다고...
사진=Daim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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