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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고급 관용차 타는 정치인, 독일인들 생각은?



예전에 잠시 알고 지내던 독일인 중에 나이 지긋한 학교 선생님 한 분이 계셨어요. 인생 참 멋스럽게 산다 싶은 분이었죠. 스페인어를 잘해서 겨울이면 쿠바 등 남미로 여행을 가고, 채식주의에, 자전거 한 대면 행복하다고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당시 불만은 딱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길거리 젊은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다니는 바람에 자전거 타기가 더 조심스러워졌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독일 정치인들이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 정치인들을 그 양반이 봤음 뭐라 했을까 싶더군요. 가만 보면 잘 사는 나라든 못 사는 나라든 정치인들은 늘 국민에게 비판을 받는 제 1대상군이 아닌가 해요.

 

정치 자체가 어지간해선 박수받기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정치인들에게 요구되는 봉사나 진실됨, 그리고 당연하다 할 수 있는 정치력이나 행정력 등이 국민의 눈높이나 바람을 만족시키지 못하기에 비판을 받는 것이기도 할 겁니다. 특히 의회제도나 민주주의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차곡차곡 다져져도 불만인데 그런 과정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국가들은 이런 경향이 더 짙게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방인인 저의 눈에는, 잘은 모르지만 독일 정치인들 그래도 우리나라랑 비교했을 때 B 정도는 줘도 될 거 같은데 말이죠. 정치인 얘기를 좀 꺼낸 이유는, 최근에 이런 독일의 정치인들과 관련해 재미난 내용 한 가지가 독일 언론에 일제히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연방정부의 관료와 주정부 관료들이 타는 관용차를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으로 DUH라는 환경기관에서 조사를 해 발표한 것이죠.

 

그런데 그냥 발표를 한 것이 아니라, 배출량 130g/km 기준에서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에 따라  각각 그린카드, 옐로우카드, 그리고 레드카드를 부여한 것입니다. 물론 레드카드 받았다고 퇴장하는 건 아닙니다만 박수받을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해당 관료들 입장에선 좋지는 않았을 거라 봅니다. 해서 오늘은 고급 관용차 타는 정치인들에 대해 독일인들은 어떤 입장을 보이는지 알려드릴까 합니다.

*130g이 기준인 이유

유럽은 2015년부터 제조사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30g/km를 맞춰야 합니다. 넘어가면 누진적 벌금을 물게 되죠.

 

 

독일 정치 체제

독일이란 나라는 연방제 국가죠. 미국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16개 주가 있고, 그 주의 행정조직과 법률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걸 묶은 연방정부가 있죠. 연방정부의 장은 대통령이지만 실질적 권한은 연방의회에서 과반수 이상을 획득한 내각의 총리에게 있죠. 현재 독일 기독교 민주연합(CDU) 소속의 앙겔라 메르켈이 3선에 성공한 상태입니다.

 

또한 독일은 다당제 국가인데요. 5% 이상 지방선거에서 득표하면 원내 정당으로 인정을 받게 되고, 또 원내에 들어가진 못하지만 국가 보조금을 받는 기타 다양한 정당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3기 내각을 야당과 협력해 꾸민 상태입니다. 총리를 포함해 16개 연방장관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정당에 소속되어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행정관료이면서 동시에 정치인이 됩니다.

 

DUH라는 단체는 이들 중 총 228명의 정치인들이 타는 관용차를 조사했는데요. 총리와 일부 장관들이 제외된 연방정부 관료와, 16개 주정부 관료들 일부의 관용차 실태를 조사한 것입니다. 연방하원이 비례대표 포함해 거의 700명 가깝기 때문에 전부 다라고 할 순 없지만, 어쨌든 독일의 정치와 행정을 이끄는 핵심 정치인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어떤 정치인, 어떤 차를 탈까?

우선 조사된 연방정부의 장관들 10명 중 7명이 아우디 A8 모델을 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명은 BMW 7시리즈였고 한 명이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 있었습니다. 모두 국산차(?)이면서 동시에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들입니다. 주정부로 가도 아우디가 많아 보였지만 BMW 7시리즈도 주정부 관료들이 선호하는 차였습니다. 의외로 벤츠가 적더군요.

 

228명 중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심한 차를 타는 5명의 관료가 레드카드를 받았고 극히 일부만이 130g/km 기준 안에 들어 그린카드를 받았습니다. 정당별로 보면 집권당인 기독교 민주연합(CDU)가 평균 165g/kmfh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제 1 야당인 독일 사회민주당 (SPD)가 155g/km였습니다. 좌파당으로 불리는 디 린케가 평균 140g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맹 90/녹색당 (이하 녹색당)이 평균 130g/km로 가장 적었습니다. 물론 원내 대표적 정당을 기준했을 때의 내용입니다.

 

하지만 CDU와 동맹으 맺고 있으며, 오로지 바이에른 주에서만 활동하는 기독교 사회연합(CSU) 쪽 정치인들이 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를 타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CSU를 대표하는 정치인 4명이 타는 관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평균이 178g/km니까 월등히 높죠? 그러면 주요 장관들과 그들이 타는 차량을 한 번 알아보도록 할게요.

 

지그마르 가브리엘. 사진=위키피디아

 

지그마르 가브리엘 

 SPD 소속의 부총리 겸 경제 & 에너지 정관 : 아우디 A8 L 3.0 TDI 콰트로

사진 속 주인공입니다. 일명 '수퍼장관'으로 불리는 내각의 실세 중 실세인데 메르켈이 이 중요한 자리를 야당 당수에게 넘겼습니다. 저 양반이 아우토반 속도 제한 얘기를 꺼냈다가 하마터면 정치인생 쫑날(?)뻔했죠. 이 사람이 타는 아우디 A8 3.0 TDI 콰트로 모델은 클린디젤이라고 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5g/km 수준인데 이 장관이 타는 건 롱바디로 좀 더 배출량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산환탄소 배출량만 놓고 보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만 옐로카드를 받게 됐네요.

 

 

알렉산더 도브린트. 사진=위키피디아

 

알렉산더 도브린트 

CSU 소속의 교통부 및 디지털부 연방장관 : BMW 750Ld X-Drive & i3

이번에 새 내각이 구성되면서 새롭게 뽑힌 교통부장관입니다. 그런데 새롭게 디지털부서를 만들어 이를 통합해 관리하게 됐다고 해서 새롭게 떠오르는 실세부서라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관용차를 두 개를 이용하는데요. 공식적이고 장거리를 다녀야 할 땐 7시리즈를, 그리고 중앙정부가 있는 베를린 내에서 움직일 땐 전기차 i3를 탄다고 하네요.

 

요한나 반카 

CDU 소속의 교육 및 연구부 장관 : 메르세데스 벤츠 S350 블루텍 롱바디

교수 출신의 여성 장관으로 연방장관들 중에서 가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은 (159g/km) 차량을 관용차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헤르만 그뢰헤 

CDU 소속의 연방 보건부 장관 : 아우디 A8 L 3.0 TDI

 

마누엘라 슈베직 (여성)

SPD 소속의 연방 여성 가족부 장관 : 아우디 A8 L 3.0 TDI

 

안드레아 나흘레 (여성)

SPD 소속의 연방 노동 및 사회부 장관 : 아우디 A8 L 3.0 TDI

 

바바라 헨드릭스 (여성)

SPD 소속의 환경부 장관 : 아우디 A8  3.0 TDI

 

아우디 A8 L TDI . 사진=아우디

 

스타니 틸리히

CDU 소속의 작센주 총리 : 아우디 A8 ㅣ 4.2 TDI

이번 박근혜 대통령 방독 중 드레스덴에서 통일에 관련한 주요 방향을 제시했죠. 그 드레스덴에서 대통령을 맞이하던 주의 대표가 바로 스타니 틸리히인데 이번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관용차를 탄 이유로 레드카드를 받게 됐습니다.

 

호르스트 제호프. 사진=위키피디아

 

호르스트 제호프

CSU 당수 : A8 L 4.2 TDI

독일 바이에른주의 정당 CSU의 당수이며 메르켈의 정치파트너인 호르스트 제호프 역시 스타니 틸리히 작센주 총리와 같은 차를 타서 레드카드를 받았습니다. 반면에 주를 대표하는 총리로서 유일하게 그린카드를 받은 주요 정치인도 있었습니다.

 

 

빈프리트 크렛쉬만. 사진=메르세데스

 

빈프리트 크렛쉬만

녹색당 소속의 바덴 뷔르템부르크주 총리 : 메르세데스 S300 블루텍 하이브리드 롱버젼

바이에른이 아우디와 BMW의 주라면, 바덴 뷔르템부르크주는 벤츠와 포르쉐 고향인 슈투트가르크가 있는 독일 제2의 경제력을 가진 주입니다. 이 곳 주총리는 115g/km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모델을 관용차로 이용하고 있어 녹색카드를 받았습니다.

 

총 레드카드를 받은 정치인은 5명이었는데요. 앞에 소개해 드린 두 명 외에 베를린 시장인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SPD)와 독일 제 3의 경제력을 가진, 프랑크푸르트 도시로 유명한 헤센주 총리 볼케르 보이피에르(CDU), 그리고 독일 쾰른과 뒤셀도르프 등, 독일 최대 공업주로 불리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축구 좋아하는 분들에겐 도르트문트와 레버쿠전으로 알려진)의 여성 총리 한네로레 크라푸트(SPD) 등이 아우디 A8 4.0 가솔린 모델을 관용차로 몰아서 레드카드를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 플래그십 최상급만 타는 건 아닙니다. 옌스 뵈른젠 상원의장(SPD)는 메르세데스 E클래스 (250) 같은 준대형급 모델을 관용차로 타고 있고요. 아니타 타크 의원은 아우디 A6, 올라프 슈홀츠 함부르크 시장은 BMW 5시리즈, 유런 블린카우 함부르크 상원의원은 구형 320d 이피션트 다이나믹스 모델을, 프리스카 헌츠 헤센주 환경부장관은 메르세데스 E 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를 탑니다.

 

그리고 가장 작은 관용차를 타는 정치인으로는, 잘란트주의 의원이자 SPD 주사무총장인 라인홀트 요스트, 그리고 니더작센 주의 환경부장관직을 맡고 있는 슈테판 벤첼 (녹색당) 등이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아우디 A3 TDI 모델을 타고 있습니다. 102g/km로 매우 친환경적이고 준중형 해치백으로 현재까진 가장 작은 관용차라고 하겠습니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그러면 가장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하는 차를 탄 정치인과 가장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자동차를 타는 정치인은 누구였을까요?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보이는 관용차를 타는 사람은 랄프 예거(SPD)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내무부장관으로, 277g/km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보인 아우디 A8 5.0리터 모델을 타고 있습니다. 반대로 가장 친환경적인 정치인은 '크리스챤 마이어(녹색당)'로, 니더작센주의 농업부장관이며 관용차로 폴크스바겐 제타 하이브리드 (95g/km) 모델을 타고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크리스챤 마이어. 사진=위키피디아

 

 

 

독일인들 반응은?

이처럼 주요 정치인들이 타는 관용차의 이산환타소 배출량이 공개되자 독일인들이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어떤 반응들이 주로 나왔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늬들이 하는 게 뭐가 있다고 그런 고급 차를 타는 거야? " 막 이랬을까요? 아니면 "이쯤은 타도 되는 거 아닌가?" 라고 했을까요?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의견이 다양하게 갈리긴 했지만 의외로(?) 최고급 세단을 타는 것에 대해 독일인들은 개의치 않거나, 혹은 지지를 보내는 편이었습니다.

 

저의 생각, 그러니까 우리나라 정치환경을 기준삼아 상상을 해본다면 훨씬 냉정한 비판이 이뤄질 거 같은데, 의외로 여기 사람들은 반대의 의견들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한 4곳의 언론에 실린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는데, 그 중 가장 추천이 많은 글 다섯 가지만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Range robert : "걱정하고 비판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 질투하자는 건가? 저런 정치인들에겐 저런 차는 사무실과 같은 거다. 중요한 일을 하는 이들에게 저런 차에는 돈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Oranger : "제타 하이브리드를 타는 녹색당 장관이 난 믿음직스럽고 좋다."

 

n******1 : "이것과 관련한 토론은 의미 없다고 본다. 차를 타고 돌아디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잘 알 거다 차의 공간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법을 만들고 좋은 삶을 위한 결정을 하는 그들이 초라하고 거지같은 차에 타서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은가?"

 

Txxh : "정치인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다치아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 브랜드) 같은 차를 탔으면 좋겠다. "

 

Gutauto : "정치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의 고급차를 정치인들이 타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나라를 대표하는 이들이 아닌가? 준중형급 차를 만약 이런 정치인들이 타야 한다면 정말 그런 하찮은 것 때문에 좋은 인재를 경제계나 다른 분야로 뺐길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린 정치인들이 더 나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이런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떠세요, 좀 뜻밖인가요? 독일인들도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판적인 편이지만, 그래도 혐오에 가까운 우리의 정서와는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비교적 자신들의 역할을 관료나 정치인들이 잘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거 같고요. 추천수가 높긴 했어도 이런 글만으로는 그래도 '정말 그래?'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설문내용 한 가지를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아우토모토운틋슈포트 캡쳐

 

이건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라는 자동차 전문지에서 실시하고 있는 설문입니다. 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질문: "어떤 차를 정치인들이 타면 될까요?" (현재 803명 참여)

① " 톱정치인들은 현재 타고 있는 럭셔리세단을 타야 한다." 40%

② "앞으로는 토요타 프리우스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갈아 타야 한다." 15%

③ "걸어다니라 그래!" 16%

④ "정치인에 관심 없음" 5%

⑤ "콤팩트 클래스 (준중형)면 충분하다" 23%

 

전체 40%가 현재 상태 유지하라고 했고, 나머지가 60% 정도였습니다. 관심 없다는 내용을 제외하면 55% 정도가 차를 줄이거나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니까,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 이들이 생각 보다 많은 것이 아닌가 싶네요. 내용을 쭈욱 보시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셨으리라 봅니다.

 

저 역시 독일 사람들 반응을 읽고 확인하기 전에는 상당수 비판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도 이런 비율이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뭐 그럼 우리도 한 번 해보죠. 만약 당신이라면, 이 중 어떤 걸 선택하시겠습니까?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오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제타 하이브리드. 사진=netcarsh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