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유럽의 경차, 이제 반값 시대가 열린다

 

유럽은 소형차와 해치백의 대륙이자 동시에 경차급 모델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양산형 메이커에서 미니카(이하 경차)들을 다 내놓고 있고, 그러다 보니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죠. 흔히 경차는 팔아봐야 남지도 않는다고 해서 안 내놓을 거 같지만 점유율을 끌어 올리는데 경차는 매우 유용한 세그먼트라 하겠습니다.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확인시켜주는 경차들 몇이 등장을 해 관심을 끌기도 했는데요.

 

 

르노삼성의 QM3 덕분에 르노의 다른 모델들도 한국 운전자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고 있죠? 그런 가운데 르노가 자신들의 가장 작은 모델인 신형 트윙고를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공개를 했습니다.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차 중에 하나였고, 많은 호응을 끌어낸 기대주였는데요. 르노가 차의 성능은 썩 내세울 만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최근에 패밀리룩이 좋아지면서 상당히 판매에도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유럽에선 올 가을부터 판매에 들어간다고 하는군요. 다임러의 스마트와 같이 작업을 했다는데, 경차급들이야 성능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스타일이 좋은 신형 트윙고가 상당한 선전을 펼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트윙고만큼의 뜨거운 반응은 아니었지만 한꺼번에 세 브랜드에서 경차급 신모델을 내놓아 또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었던 토요타의 경차 아이고(Aygo)와 시트로엔 신형 C1, 그리고 푸조 108인데요. 모두 같은 베이스 위에서 만들어진 모델들입니다. 아이고~의 경우는 흔히 말하는 그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분위기인데요. 어떤 이는 "오 갓~" 을 외치며 끔찍해 했고, 어떤 이는 "디자인은 리콜 안되나?" 라며 거부감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또 상당수의 사람들은 인상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진짜 못생긴 건 시트로엔 C1 같습니다만)

 

어쨌든 오랜만에 세대 교체를 단행한 세 브랜드의 경차 시장 공력이 곧 시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런 경차급 모델들은 유럽에서 얼마에 팔리고 있을까요? 가장 기본가격 (수동기어에 옵션 거의 없는)을 기준으로 해서 가격을 좀 확인시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쉐보레 스파크 1.0 : 8990유로

시트로엔 C1 1.0 : 9559유로

피아트 판다 1.2 : 9290유로

(판다는 놀랍게도 오래 전부터 사륜구동 모델도 판매되고 있음)

포드 카 1.2 : 9140유로

현대 i10  1.0 : 9950유로

기아 피칸토 (모닝) 1.0 : 9190유로

라다 그란타 (러시아 브랜드) : 8990유로

미쓰비시 스페이스 스타 : 8990유로

푸조 107  1.0 : 9750유로

르노 트윙고 : 9990유로

세아트 Mii 1.0 : 8990유로

스코타 시티고 : 8990유로

스마트 포투 1.0 : 10,335유로

스즈키 알토 1.0 : 8990유로

토요타 아이고 : 9700유로

폴크스바겐 업 1.0 : 9975유로

 

현대 i10. 좋은 평가 속에 나온 신형으로 현대차 역시 유럽에서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델입니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네요. 그래도 5년 보증기간과 동급 중 가장 큰 사이즈 등은 분명 경쟁자들 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오랜 세월 엄청나게 팔린 포드의 경차급 Ka의 컨셉 모델입니다. 이 걸 통해 신형 Ka의 디자인을 가늠해볼 수 있겠군요.

폴크스바겐 업을 베이스로하고 있는 스코다 시티고입니다. 세아트의 Mii와 함께 폴크스바겐 그룹의 판매량 증가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제가 소개해드린 모델들 외에도 몇 종류 더 있을 겁니다. 상당히 많죠?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선 역시 실내 공간과 스타일 등이 중요한 구매요소로 작용을 하겠죠. 가격은 보시다시피 비슷비슷한 상황이고요. 그런데 앞으로는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거의 반값 수준의 경차들이 유럽에서 판매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죠.  현재 유럽 시장에서 가장 싼 차는 르노 그룹 산하에 있는 루마니아 브랜드 다치아 (Dacia)의 소형차 산데로인데요.

 

 

이게 소형급 모델 산데로인데요. 1.2리터급 엔진에 75마력을 내며 가격은 6890유로밖에 안합니다. 물론 기본가격 기준이죠. 르노와 닛산의 구형 플랫폼과 부품들을 가지고 루마니아에서 만들어지는 다치아의 모델들은 모두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매년 폭풍 성장을 보이고 있고 작년에도 19.3%의 성장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현대가 쉽게 르노와의 판매경쟁에서 자리바꿈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다치아의 선전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런데 이런 가격 보다 더 낮은 가격의 녀석이 유럽에 등장할 예정에 있습니다. 제네바모터쇼에서 소개가 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시선에 머물지 못했던 스즈키 셀레리오가 그 주인공입니다.

 

스즈키 셀레리오. 사진=스즈키

 

인도에서 조립될 셀레리오는 정확하진 않지만 약 6000유로 정도의 가격을 전후해 유럽 시장에 들어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언론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6천유로면 기아 모닝과 비교해도 3천유로 이상이 저렴합니다. 환율로 계산해 보면 450만원 정도의 가격 차이니까 대단한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 독일 아우토빌트는 스즈키 셀레리오 보다 더 저렴한 차가 다치아를 통해 나올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게 아우토빌트가 소개한 다치아의 가격파괴 경차 예상도인데요. 5천유로라고 적혀 있는 거 보이시죠? 앞서 보여드린 현재 판매 중인 경차들의 거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면 5백만 원짜리 차가 유럽에서 판매가 될 거란 얘기예요. 이 차는 다만 가격을 맞추기 위해 러시아 저가 브랜드 '라다'에서 조립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거의 모든 편의사양이 다 빠졌다고 봐도 될 텐데요. 그래도 ABS와 ESP, 그리고 에어백 등은 기본 장착이 될 거라고 하는군요. 1년 정도 탄 다치아의 5천유로짜리 중고차 가격은 그렇다면 얼마나 될지 상상이 안 갑니다. 어쨌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메이커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당장에 프랑스의 경쟁 회사인 푸조-시트로엔 그룹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경차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내용은, 닛산이 신흥시장 (인도, 러시아 등)용으로 만든 브랜드 닷선의 300만 원대 모델을 유럽에도 들여 오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원래 유럽에선 판매 계획에 없던 모델인데 지금 나오는 얘기로는 늦어도 2015년, 그러니까 벌써 내년이네요? 그 때에 맞춰 닷선을 들여오려 한다는 것이죠.

 

이런 변화는 뭘 뜻하는 걸까요? 많은 판매를 주 목적으로 하는 양산 브랜드들의 점유율, 판매량 싸움이 이제 초저가 차량들을 유럽시장으로 뿌리는 상황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걸 의미할 것입니다. 물론 초저가 경차들은 안전성이나 편의성, 주행성 등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의 가격이라면 그런 것들 다 감수하고도 구매할 사람들은 많이 있을 거라 보여집니다.

 

바야흐로 유럽에도 자동차의 가격파괴 바람이 경차 시장을 통해 불어오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오늘 소식에 많은 분들이 부러워할 것 같습니다. 한국도 이러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들 당연히 가질 거예요. 이게 가능하려면 우선은 경차의 법규가 바뀌어야 하고, 외국 경차들이 수입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이 형성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동변속기를 이용하는 운전자가 또한 그만큼 많아야겠죠. 이런 벽이 아무래도 한국에선 초저가 경차를 남의 떡처럼 바라보게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어쨌든 소형 SUV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이 된 후, 이제 다시금 유럽에선 초저가 경차들의 전쟁이 착착 준비되고 있습니다. 과연 얼마나 저렴한 차들이, 또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수준의 경차들이 유럽인들을 만나게 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진출처=netcarsh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