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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뒤죽박죽인 네이버 다음의 자동차 분류

 

한 3년 됐군요. 정확히는 2010년 12월 10일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포털의 자동차 분류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를 다시 확인하게 됐는데 결론은, 변한 게 없더군요. 뭔가 현실성 있는 변화를 기대했지만 여전했습니다. 3년 전 했던 이야기를 재차 꺼낸 직접적 동기는 아우디 A3 세단의 출시 소식 및 A3 세단 관련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 때문이었습니다.

 

아우토슈타트 방문했을 때 직접 본 A3 세단은 정말 멋졌습니다. 진열된 트림은 가장 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 S-line이었는데요. 실내도 어찌나 잘 되어 있던지 한참을 둘러보고 만져보고 했네요. 차를 바꿔야 하는 상황인지라 구매에 대해 고민을 안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인해서 고민은 더 깊어질 거 같습니다. (A3세단에 대한 독일 전문지 비교 평가 내용은 모아서 출시에 맞춰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해치백 모델을 좋아하는 분들의 입장에선 아쉽겠지만  A3를 세단으로 수입하기로 한 결정은 한국 운전자들의 취향과도 잘 맞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선택이라 보여집니다. 그런데 기사에서도, 그리고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봐도 A3 세단을 '소형차'로 분류해 이야기하는 분들이 꽤 많이 눈에 띄더군요. 

 

A3라면 독일에선 준중형 모델인데 왜 한국에선 소형으로 이야기들을 할까 싶어 우선 우리나라 양대 포털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의 자동차 코너에 들어가 봤습니다. 그 곳은 이 차를 어떻게 분류했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A3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차량 체급 분류 자체가 여전히 개선이 안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우토빌트 홈페이지 화면 캡쳐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화면 캡쳐

 

독일 양대 자동자매거진인 아우토빌트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모두 아우디 A3를 C세그먼트, 독일 분류법 기준으로는 콤팍크트클라쎄(Kompaktklasse)에 넣어 두고 있습니다. 아우토빌트는 그러면서 경쟁 모델로 메르세데스 CLA와 폴크스바겐의 제타를 꼽고 있군요. 일단 아우디의 고향에서 C세그먼트라고 하니 뭐 저는 그것을 따르는 게 맞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강요 사항은 아닙니다.

 

사실 차의 분류법이란 게 세계 공통된 기준에 따르는 것도 아니고,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라' 라고 말할 성격이 아닌 거죠. 더군다나 요즘 자동차들이 세분화 되면서 체급 차이가 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명확하게 분류하는 게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분류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소형이면 소형, 준중형이면 준중형, 이렇게 일관되게 정해진 게 아니라 포털에 따라 기사를 쓰는 기자의 판단에 따라 그 때 그 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자료: 위키백과

 

위 표는 어떻게 분류를 지역별로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고, 아래 작은 표는 한국 자동차법에 따른 분류법입니다. 한국은 소형차와 중형차 사이에 간극이 너무 커 법에 규정하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준중형, 유럽 기준으로는 C세그먼트를 하나 더 넣고 있습니다. 배기량으로 기준을 잡는 건 요즘 다운사이징 분위기로 인해 적절치 않고 해서 대체로 전장, 그러니까 차의 길이를 기준으로 삼는데요. 사실 이것도 절대적 기준은 아닙니다.

 

그러면 과연 우리나라 포털사이트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요? 우선 아우디 A3 세단과 동급이라고 유럽에서 평가되고 있는 콤팩트 클래스의 5개 모델을 다음과 네이버는 어떻게 나누어 놓았는지 찾아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네이버>

 

네이버 자동차 코너에서 캡쳐했는데, 보시다시피 현대 i30와 골프를 제외하면 모두 소형으로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는 바대로라면  여기 차량들 모두 준중형(C세그먼트)이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네요. 그러면 다음은 어떻게 분류를 해놓았을까요?

 

 

<다음 DAUM>

 

 

다음은 그래도 현실이 좀 반영이 되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메르세데스 A클래스를 소형으로 분류를 해놓았네요. 실제로 언론들 기사를 보시면 알겠지만 거의 대부분 한국에선 A클래스를 소형차로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작으니까 소형이라고 하죠? "라고 반문을 하실 텐데요. 그럼 차의 길이를 한 번 비교해 볼까요?

 

아우디 A3 세단 길이 : 4460mm

VW 골프 길이 : 4250mm

벤츠 A 클래스 길이 : 4305mm

BMW 1시리즈 길이 : 4320mm

현대 i30 길이 : 4300mm



만약 길이 짧은 순서로 소형과 준중형 분류를 해야 한다면 골프와 i30가 소형이 되는 게 오히려 맞습니다. 그런데 i30는 늘 준중형으로 기사화 되고, 벤츠 A클래스와 BMW 1시리즈는 거의 소형으로 기사에 등장합니다. 특히 A3 세단을 보세요. A3 해치백 보다 200mm 정도 길고, 다른 경쟁 모델들 보다도 더 전장이 긴 차임에도 왜 이 차가 소형으로 분류가 되어야 할까요? i30가 준중형이면 A클래스도 준중형이 되어야 하고, A클래스를 소형으로 쓰고자 한다면 i30도 소형으로 쓰는 게 맞습니다.

 

제가 예전에 아우디 A5 스포츠백 (4710mm)이 준중형으로 분류돼 있는 것을 보고 "말도 안돼~" 라고 했는데, 지금도 양대 포털에는 변함없이 준중형으로 움츠려 있더군요. 이런 모호한 분류는 작은 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는데요. 이번엔 제네시스와 같은 큰 차로 한 번 넘어가 보죠.

 

네이버에서 제네시스를 대형으로 분류해 놓았네요. 이건 맞다 봅니다. 차의 가치나 이런 걸 떠나 단순히 전장, 그러니까 차의 길이와 크기로만 봐도 충분히 대형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네시스의 전장은 4990mm 전폭은 1890mm입니다. 그러면 그랜저는 어떨까요?

 

네이버와 다음 모두 그랜저는 대형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그랜저의 전장은 4910mm이고 전폭은 1860mm입니다. 제네시스가 길이는 8cm, 폭은 3cm 더 길고 넓군요. 어쨌든 이 정도 수준이면 다 대형으로 분류가 되는 게 맞다 보여집니다. 그러면 현대차가 제네시스의 경쟁 차라고, 아니 뛰어 넘었다고 말해 공분을 샀 했던 BMW 5시리즈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BMW 5시리즈에 대해선 네이버와 다음 모두 중형으로 분류를 했군요. 아마 차의 전장이나 전폭에서 차이가 많이 있는 모양이죠?...정말 그럴까요?

 

BMW 5시리즈 전장 : 4907mm

BMW 5시리즈 전폭 : 1860mm


 

전장은 제네시스에 비해 8.3cm 짧고 그랜저에 비하면 0.3센티미터 짧습니다. 전폭의 경우는 그랜저와 BMW 5시리즈가 동일하네요. 그랜저 기준으로 고작 0.3센티미터 짧은데, 설마 그 30미리로 대형과 중형의 기준이 갈린 건 아니겠죠? 근데 5시리즈 보다 더 억울해 해야 하는 녀석이 여기 있습니다.

 

S7. 사진=AUDI

아우디 A7의 고성능 버젼 S7이 그 주인공인데요. 중형으로 되어 있죠? 그런데 이 녀석의 길이가 자그마치 4980mm나 됩니다. 폭으로만 따지면 제네시스보다 더 넓은 1911mm입니다. 그랜저 보다 7cm나 더 길고, 제네시스 보다 2.1cm 더 넓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취급을 받지 못하는 불쌍한 녀석이죠. 근데 같은 차체를 쓰는 더 고성능 버젼인 RS7은 전장이 5011mm라는 이유로 대형으로 또 분류를 해놓았더군요.

 

도대체 이렇게 제각각인 이유는 뭘까요? 제조사나 수입사에서 자료를 건네준 것을 그대로 반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기본 제원을 보고 포털 자체적으로 분류를 이렇게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포털에 따라 다르고, 같은 급 차량(아우디 A7 예)임에도 약간의 차이로 중형과 대형으로 언론의 기사에 따라 다시 또 나뉘어 버립니다. 뿐만 아니에요.

 

 

벤츠 A클래스를 베이스로 한 CLA는 준중형으로 제대로 표기가 되어 있지만 A클래스는 앞서 알려드린 것처럼 소형으로 분류돼 있고, 같은 C클래스인데도 세대 변경이 되면서 전장이 길어졌다는 이유로 구형 C클래스는 준중형, 신형 C클래스는 중형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같은 돈 주고, 같은 차량이 세대 바뀌며 준중형이 중형 되어 버렸네요. 더군다나 C클래스 신형이 중형이 되면서 준대형 (오베레 미텔클라쎄, Obere Mittelklasse, 독일 기준 준대형)인 E클래스랑 같이 놀게 생겼습니다.

 

아무리 봐도 뭔가 정리가 안되어 있죠? 혹 이런 얘기를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당신 독일에서 산다고, 독일 차 관련해 (주로) 글 쓴다고 너무 독일 차 편에서 이야기 하는 거 아뇨?" 라고 말이죠. 그런데요. 만약에 카자흐스탄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우리나라에 내다 파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전 그 때도 같은 이야기를 할 겁니다.

 

반대로 전장이 굉장히 긴 기아 K5가 조금 크다는 이유로 독일에서 중형이 아닌 준대형이나 대형으로 분류가 된다면, 전 그 때도 같은 비판의 메일을 독일 매거진에 전할 겁니다. 이건 어떤 메이커를 편들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기본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해해주셨음 합니다. 

 

실제로 이런 분류법으로 인해 "소형차 주제에, 혹은 중형차밖에 안되는 게" 라고 말하는 분들을 무척이나 많이 보게 됩니다. 잘못된 정보 전달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편견을 갖게 해서는 안됩니다. 언론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아니 더 정확해야겠죠. 특히나 자동차 전문지에 속해 있는 전문가들이라면 이런 것들까지도 정확하게 언급을 해주셔야 합니다.

 

설마 너무 하찮은 거라 그냥 넘겨도 된다는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하루빨리 포털의 이런 뒤죽박죽 어수선한 분류가 제대로 정리돼  더더더 신뢰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끝으로 자동차 분류와 관련해 동의 없이 내용들 캡쳐해 가져온 점 다음과 네이버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사과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