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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아우토슈타트를 즐기는 9가지 방법

오늘은 독일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Autostadt)에 대해 준비해봤습니다. 축구장 25배 크기의 이 드넓은 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또 어떤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까요?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 하지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소한 정보까지 곁들여 나름 풍성하게 준비했으니 함께 즐거운 여정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우토슈타트 전경. 사진 = autostadt.de

 

독일은 자동차의 나라입니다. 역사 문화적, 그리고 국가 경제에 끼치는 산업으로써의 영향까지, 모든 걸 다 고려해 봤을 때 자동차를 빼고 이야기될 수 없는 나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독일에 아우토슈타트가 있죠. 자동차를 뜻하는 아우토(Auto)와 도시를 뜻하는 슈타트(Stadt)를 합쳐 이름 지어진 이 곳을  자동차 박물관으로 소개한  백과사전이 있는데 이는 온전한 설명은 아닌 거 같습니다. 도시를 압축해 놓은 것처럼 자동차 관련한 모든 즐거움이 여기에 있기 때문인데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아우토슈타트를 체험해볼까요?  과연 이곳에서 어떤 즐거움을 만나게 될까요?

 

 

 

프롤로그 : 할아버지와 손자

자동차의 나라답게 수많은 독일인들이 자동차 역사에 이름을 올라와 있죠. 그 중에서도 닥터 포르쉐는 특별합니다. 그는 나치 제 3제국에 의해 주도된 국민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장본인인데요. 그와 함께 나치정부는 국민차를 만들기 위한 곳으로 볼푸스부르크(Wolfsburg)라는 작은 도시를 택합니다.1938년의 일이죠. 볼푸스부르크에 세워진 공장은 2차 대전 패망 후 부끄러움과 실의에 빠진 독일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비틀과 미니버스 등이 독일 경제 재건의 발이 되어준 것이죠.

 

그리고,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외손자이자 현 폴크스바겐 그룹 이사회 의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할아버지가 세운 공장 바로 옆에 수천 억의 돈을 들여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를 세우게 됩니다. 절묘하게도 할아버지와 손자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 다시 이곳에서 만나게 된 것이죠. 바로 이 두 사람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아우토슈타트의 의미는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 즐거움 : 피아자

다리를 따라 가면 바로 피아자로 연결된다. 멀리 분데스리가 축구장 볼푸스부르크 아레나가 보인다

피아자 전경. 사진=스케치북

  

이태리어로 도심 광장을 뜻하는 피아자(Piazza)는 아우토슈타트의 시작이자 끝인 곳이에요. 이 곳에서 사람들은 티켓을 끊고 아우토슈타트의 모든 여정을 시작하게 되죠. 피아자 가는 길은 두 코스가 있는데요. 기차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다리를 건너 올 수 있고, 자동차 이용객들이 아우토슈타트 주차장 방향에서 걸어올 수 있습니다.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당연하겠지만 티켓을 끊는 일입니다. 미리 인터넷으로 티켓을 구매한 경우  사진 속 화살표 표시가 있는 매표소에서 교환하면 됩니다. 그리고 피아자 내에 있는 아우토슈타트 매거진(독일어와 영어 버젼이 있음. 무료)을 한 권 집어드세요. '태평하게 잡지 읽을 시간이 어딨냐?' 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잡지의 맨 뒷장에는 아우토슈타트를 전체를 보여주는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지도를 크게 보고 싶은 분들은 사진을 클릭하세요

피아자 내부 미습. 사진 우측 하단에 있는 Eingang(입구) 표시만 잘 봐도 헤매지 않는다. 사진=스케치북

지도에서 아우토슈타트 내의 각 종 전시관과 중요 시설이 어딨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동선을 짜는데 도움이 됩니다.  피아자는 건물 벽면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 개방감을 주는데요.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시선을 받는 것은 커다란 지구형상의 조형물이 아닐까 합니다. 지름 12미터에 4.5톤이나 하는 거대한 이 지구본(Exosphere)을 보는 것에서부터 아우토슈타트의 실질적인 체험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죠. 이제 티켓카드를 받아들었다면 가장 가까운 곳부터 가보기로 하겠습니다. 피아자와 같은 건물 내에 있는 그룹포럼( KonzernForum)이 그곳입니다.

 

* 가장 좋은 동선은 지도에 나와 있는 숫자의 따라가는 것.

* 그룹포럼(콘체름포럼) 입구 앞 층계를 따라가면 화장실이 있다.  

 

 

 

두 번째 즐거움: 그룹포럼(콘체른포럼)

매표소 맞은 편에 보면 그룹월드(콘체른벨트, KonzernWelt)라는 표시가 있고, 그 표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그룹포럼(콘체른포럼, KonzernForum)이 있습니다. 이 곳은 폴크스바겐의 친환경 정책, 그리고 어떻게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지 등을 다양한 시각자료와 간단한 체험 코너 등을 통해 방문객에게 전해주고 있는데요. 특히 아이들이 뛰어놀며 자동차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놓아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콘체른벨트 (그룹월드) 안에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는데요. 이 곳에서 12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자신이 직접 피자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처음엔 왜 애들이 피자 담긴 쟁반을 들고 돌아다니나 했네요. 그리고 이 레스토랑이 하나 더 좋은 건, 아우토슈타트 내에 있는 유명 레스토랑 체인에 비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그럭저럭 맛도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많을 때는 한참 대기해야 하니까 식사 때 이용할 계획이라면 일찍 서두르는 게 좋습니다.

 

 

 

세 번째 즐거움 : 황홀한 역사 체험 '차이트하우스'

광장(피아자)을 나오자마자 왼쪽으로 향하면 차이트하우스(시간의집, Zeithaus)가 나옵니다. 만약 아우토슈타트에서 딱 한 곳만을 방문해야 한다면 다 제쳐두고 찾아와야 할 곳이 바로 여기죠. 50여 개 이상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125년 자동차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지 직원들 역시 최고의 공간으로 이곳을 꼽기도 합니다.

 

자동차에 큰 흥미가 없는 이들에겐 30분 머물기도 버거운 공간일 수 있지만 일단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족히 반나절은 꼬박 이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하루 종일이라도 머물 수 있을 거예요. 책에서나 봤을 법한 자동차들을 직접 눈 앞에서 보고, 그 차들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시간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도 이 차들을 언제 다 감상할까 싶어 마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죠.  1899년도에 나온 벤츠의 '벨로'부터 부가티 베이론까지.  그럼 잠시 사진으로나마 이 곳에 전시된 차들을 감상해 볼까요?

 

부가티 57C 아틀란틱

벤츠 '벨로' 카브리올레

람보르기니 쿤타치

가장 많은 시간 감상에 빠지게 했던 포르쉐 911 1세대의 아름다운 모습

마지막 불리 (브라질공장)를 기념한 56에디션

차이트하우스에 있는 자동차들 상당수는 계속 바뀌어 가며 전시가 됩니다. 그 얘기는 언제와도 새로운 차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이 될 텐데요. 마음같아선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지만 일정을 생각해 차이트하우스를 나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나오는 게 정말  섭섭하더군요. 그래서 기념품 가게로 발길을 돌려 포르쉐 997과 마이크로버스 1세대 '불리'를 각각 구매했습니다. 진짜 차를 장만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네 번째 즐거움 : 브랜드 전시관에서 놀자!

차이트하우스에서 나와 지도를 따라가면 순서대로 은색 부가티를 이용한 설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프리미엄 클럽하우스와 공원 내 있는 리츠칼튼 호텔을 지나게 됩니다. 그리고나면  검은색의 작은 람보르기니 전시관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런데 이 곳은 가야르도 한 대를 이용해 6분 정도의 음향쇼를 보여주는 게 다입니다. 굳이 시간 맞춰 찾지 않아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람보르기니 전시관은 매시 정각과 매시 30분에 입장을 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 전시관에서의 약간의 실망은 바로 뒤를 이은 스코다 전시관에서 충분히 만회가 됩니다. 유럽에서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이 체코 자동차 메이커는 폴크스바겐의 유전자를 가장 잘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제는 폴크스바겐을 뛰어 넘어 실용성과 성능, 그리고 가격 등에서 높은 만족을 주며 오히려 모회사인 VW을 긴장하게 하고 있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스코다의 여러 모델들을 직접 보게 되면 사진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특히 실내는 무척 인상적인데요. 꼼꼼한 마무리는 물론 폴크스바겐과는 또 다른 깔끔하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이 곳에 관심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구입이 가능한 메이커라는 게 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아우디 A3세단을 둘러보는 사람들. 사진 = 스케치북

매번 비슷비슷한 디자인으로 새 차가 출시될 때 마다 디자인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는 아우디지만, 역시 실물로 보면 아우디 만큼 세려된 디자인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고 생각됩니다. 많은 차가 전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가장 핫한, 최신 모델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아 끄는 힘이 되는데요. 하지만 아무래도 아우디의 온전한 역사 체험은 잉골슈타트에 있는 아우디 박물관에서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 브랜드인 세아트전시관을 구경하고 나면 폴크스바겐 전시관을 만나게 됩니다. 밖에서 보면 다른 전시관들에 비해 커보이지만 정작 실내는 전시된 차량이 많지 않아 실망을 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볼푸르부르크 도시 전체가 폴크스바겐의 살아 있는 전시관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또 바로 옆에 있는 고객센터에 가면 다양한 VW의차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컨셉카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최신 모델을 만날 수 있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브랜드 전시관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 가장 최근에 지어진 포르쉐관입니다. 독특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포르쉐전시관 입구에는 페르디난프 포르쉐 박사의 아들이자 포르쉐 911을 만든 페리 포르쉐 박사가 한 말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처음엔 둘러 보았다. 하지만 내가 꿈에 그리던 차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난 직접 차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사실 거창한 외관에 비하면 실내는 작고 소박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직접 최신 모델들을 타며 질문할 수 있어서 그런지 그 어떤 전시관 보다 열기는 뜨거웠는데요. 포르쉐가 지금까지 출시한 모델들을 상징하는 모형카들이 경사진 곳에서 아래로 흘러내려오는 듯한 설치작품은 묘한 생동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 즐거움 : VW 가족들을 위한 공간, 쿤덴센터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장 넓은 공간인 쿤덴센터(고객센터)는 사실상 아우토슈타트의 가장 본질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를 인도받는 고객들에게 뭔가 당신은 특별한 존재고, 폴크스바겐의 브랜드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아우토슈타트는 세워졌죠.

 

그리고 쿤덴센터는 이런 고객들이 자신의 차를 직접 만나고, 설명받고, 첫 운전을 하는 장소가 됩니다. 보통 가족단위로 이곳을 방문하는 차량 오너들은 공장을 견학하고 다양한 체험을 하는 등, 특별한 시간 속에서 자신의 차를 만나게 됩니다. 그들에겐 잊을 수 없는 순간이고, 그런 의미를 제공하는 아우토슈타트는 그들에겐 잊을 수 없는 장소가 되겠죠.

 

 

 

여섯 번째 즐거움 : 아우토슈타트 랜드마크, 아우토튜르메

 

발음 상으로는 아우토튀엄에 가깝고, 우리말로 표기할 땐 아우토튀름 (아우토튀르메는 복수형 표현)에 가까운 이 쌍둥이 탑은 일명 주차타워로 불립니다. 2014년 기네스북에 가장 빠른 자동 주차시스템 (48미터 가장 높은 지점까지 주차되는 시간은 45초 미만)으로 등재가 되었고, 타워 안을 관람할 수 있는 승강기는 미리 예약(매표소 또는 전화)을 하지 않으면 표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데요. 승강기에서는 타원 내부뿐 아니라 아우토슈타트 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타워 마다 400대의 차량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하루에 약 500대 정도가 주인을 만나게 됩니다. 자동시스템으로 공장에서 타워까지 지하 레일 위로 기름 한 방울 소비하지 않고 도달하죠. 차이트하우스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일곱 번째 즐거움 : "운전하실래요?" 다양한 체험코스들

 

아우토슈타트 안에는 다양한 체험코스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투아렉과 티구안 등을 타고 오프로드를 체험하는 코스가 유명하고, 또 안전운전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코스, 그리고 연비효율을 높이는 운전을 할 수 있는 이코노미 트레이닝 코스가 마련돼 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코스가 잘 돼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격이 좀 비싸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또 파노라마투어라고 해서 배를 타고 인공적으로 조성된 강에서 아우토슈타트를 둘러볼 수 있고, 최근에는 새롭게 전기차 E-UP을 무료로 시승할 수 있도록 주차장 한 켠에 공간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다만 전기차 시승은 매표소에서, 혹은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는 거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우스파트 전경. 사진= Autostadt.de

 

사진 속의 멋진 곳은 '아우스 파(르)트(Ausfahrt)'라는 기능 체험 공간입니다. 우리 말로 '출구'라는 의미인 이 곳에서는 폴크스바겐 차량을 인수해 가는 차량 주인들이 그 차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사양들을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실제로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주차도우미시스템을 테스트해보고 싶다면 여기서 하면 되는 것인데요. 차량의 오너들만 경험하는 게 아니고 아우토슈타트 방문객들은 누구라도 차를 타볼 수 있게 개방해 놓았습니다. 물론 면허증은 기본이겠죠?

 

*이 곳은 미리 예약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접수를 받는다.

 

 

 

여덟 번째 즐거움 :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

 

정신없이 주차타워 영상을 보고 있는 아이들

첫 날 폐장 시간에 맞춰 피아자(광장)에 돌아왔을 때 지구본 형상 아래에 어디서 났는지 매트리스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뒹굴어 놀고 있더군요. 아우토슈타트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자들을 위한 공간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 곳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가장 많아 보였는데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공간들도 인상적이었고, 부모와 함께 이곳을 찾아 진지하게 자동차 세상을 경험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간 날은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바람에 아이들이 야외에서 배우는 교통체험장은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아우토슈타트 곳곳에서 아이들 배려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고도 일상적인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자동차와 가까와지고, 차를 문화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떠오르더군요. 자동차를 이렇게 풍요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둘째치고라도 1년에 한 번 열리는 모터쇼에서 과연 미래의 꿈나무들은 무엇을 보고 느낄까요? 그 어느 순간 보다 이곳을 찾는 독일의 아이들이 부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아홉 번째 즐거움 : 친절한 직원들

 

동행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어?" 의외의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어, 직원들!" 누군가가 서비스의 사막이라고 독일을 불렀죠. 뚱한 표정에 여간해선 속내를 잘 알 수도 없고, 왠지 퉁명스런 말투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 이게 독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인데요.

 

사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서비스 분위기에 비하면 많이 무뚝뚝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우토슈타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형식적인 미소가 아닌, 정말 친절에 베어 나오는 그런 미소로 질문에 답하고 도움을 줬습니다. 어디서 누굴 만나도 방문객들이 편안하고 기분 좋게 아우토슈타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엔 또 아우토슈타트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보였습니다.

 

거의 모든 직원이 영어와 독일어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고, 어린 아이든 노인이든, 아시아인이든 중동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하고 미소를 교환했습니다. 이런 친절한 직원들이 있기에 아우토슈타트가 독일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로 선정이 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아우토슈타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Neumann씨와 그의 손자 Marc군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스케치북 : 이 곳을 어떤 이유로 찾게 되셨나?

노이만 : 손자가 며칠 전 13번째 생일(한국으로 15살)을 맞았다. 생일 선물 겸해서 이곳을 함께 찾게 됐다.

 

스케치북 : 마크 군은 어떤 차를 좋아하나?

마크 : 람보르기니를 좋아한다.

 

스케치북 : 뭐가 그렇게 좋은가?

마크 : 그냥 다 좋다. 스타일, 성능, 사운드 등. 커서 꼭 오너가 되고 싶다. (웃음)

 

스케치북 : 아우토슈타트가 어떤 면에서 좋은가?

노이만 : 난 개인적으로 벤츠 오너고 벤츠를 좋아한다. 하지만 아우토슈타트에선 자동차와 관련한 거의 모든 걸 경험하고 만날 수 있다. 차이트하우스는 정말 대단한 곳이다.

 

스케치북 : 벤츠 오너라고 했는데 벤츠가 왜 좋은가?

노이만 : 난 자동차와 관련한 업체에서 주로 고객들을 만나는 업무를 평생해왔다. 그래서 어지간한 차는 다 타봤는데 벤츠만큼 편안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차는 없었다. 벤츠는 그냥 벤츠다.

 

스케치북 : 독일 차를 어떻게 평가하나?

노이만 : 한마디로 정확한 성능이 독일 차의 특징이 아닌가 한다. 또 경제적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에도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아우토슈타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수만 해도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게 다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스케치북 : 독일 차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라고 한다면?

노이만 : 일본 차들이다. 좋은 품질을 자랑하는 일본 차들은 인정을 하고 싶다. 아 그리고 한국 차도 인상적이다. 특히 프라이스 라이스퉁 (가성비)이 좋다.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거 같다.

 

스케치북 : 아우토슈타트가 자동차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가?

노이만 : (잠시 생각하곤) 글쎄... 우리에게 (독일인들에게) 자동차는 일상적인 것이고 생활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겠지? 자동차를 어려서부터 경험하며 익힐 수 있는 이런 환경은 정말 중요하다. 내 손주만 하더라도 이곳에서 자기가 태어나기 수십 년 전의 자동차들을 직접 보며 느끼지 않는가. 아우토슈타트는 그런 자동차의 역사를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우토슈타트 관람을 마치고

지금은 일부가 발전소로 사용되고 있는 저 높다란 굴뚝이 있는 건물 뒤로는 수만평의 폴크스바겐 공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곁에 아우토슈타트라는 자동차 문화 공간이 자리하고 있죠. 역사와 현재가 함께 숨을 쉬는 이 곳에는 자동차는 문화 그 자체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차가 주인공이지만 또한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자동차를 늘 경제적인 관점, 비싼 소비재의 대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논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표 아우토슈타트가 만약 생긴다면 그런 시각 외에도 자동차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대상인지, 그리고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그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지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독일의 아우토슈타트가 아닌 대한민국의 자동차 도시, 자동차 테마파크가 하루라로 빨리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이 그곳에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자동차를 통해 꿈을 키우고 자동차의 올바른 문화를 익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1박 2일 동안 날은 계속 궂고 추웠지만 돌아가는 마음은 따뜻했고,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에필로그: 알아두면 좋은 소소한 정보들

 

1. 자동차로 아우토슈타트를 방문하는 분들은 아우토슈타트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주소를 네비개이션에 입력하면 됩니다. 


홈페이지 주소 :


 Stadtbrücke
38440 Wolfsburg (네비 입력 시  Stadtbrücke는 Stadtbuecke로 )


단, 이 주소는 다리 건너 시네 극장 주차장으로 안내가 됩니다. 거리 상으로는 큰 상관은 없지만 아우토슈타트 내 주차장 (위 지도 상 우측 끝 부분)에 주차를 하고자 한다면 다른 주소를 입력해야 하죠.


 


주차장 용 주소 :


Berlinerbrücke


Wolfsburg


 


2. 주차장 요금을 계산하는 기계는 현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현금이 없다면 현금인출기 이용.


 


3. 아우토슈타트 내 전구역 금연입니다. 담배피우다 걸리면 밖으로 데리고 가서 다 피운 후에 다시 들여 보내니 이점 조심 또 조심.


 


4. 티켓은 인터넷으로 예매하는 게 좋습니다. 할인을 받기 때문이죠. 홈페이지가 영문과 독일어로 선택 가능하기 때문에 영문 홈페이지로 방문해 VISITOR INFORMATION 카테고리 클릭, TICKETS FOR VISITORS 클릭 후 티켓 숍을 클릭하면 됨. 단 온라인 예매는 방문 48시간 전까지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