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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대형서점에서 본 우리 자동차 문화의 현주소



한 나라의, 어떤 문화에 대한 가치를 계량화 해서 이해한다는 것이 그리 달가운 자세는 아닙니다만 오늘은 왠지 이런 접근을 좀 해보고 싶어지네요. 그것도 매우 단순한 방법을 통해서요. 요즘 책 좀 읽으시나요? 사실 차분히 책 붙잡고 살기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하지만 손에 스마트폰 쥐고 거기에 할애하는 시간이 있다면 책을 읽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될 테니 시간이 없어, 바빠서 책 못 본다는 것은 어떤 면에선 변명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암튼 불행인지 다행인지 돈 생기면 이 책 저 책 사서 읽고 하는 버릇이 아직은 조금 남아 있어 그래도 꾸역꾸역 책과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요즘은 자동차에 대해 글을 쓰는 팔자가 되다 보니 독일에서든 한국에서든 서점에서, 혹은 온라인 서점에서 '자동차' 관련해 우선 찾게 되는데요. 그런데 우리나라 서점에서 자동차와 관련한 책을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찾더라도 그 빈약함에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아이고~ 스마트폰으로 얼른 찍느라 초점이 안 맞았네요. 우리나라 최대 서점의 자동차 코너입니다. 일부를 찍은 게 아니고 이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여기 진열된 책들 중에서 대부분은 기능사 자격증용 서적이거나 정비와 관련한 서적, 차량 정비 메뉴얼북 등이었습니다. 그나마 자동차 문화와 관련한 책이라고 한다면...

 

책장 맨 위에 어지럽게 꽂혀 있는 이 정도가 다였습니다. 자동차 생산 5위의 나라의 자동차 관련 책장이라고 하기에는 찾기도 어렵고, 내용도 너무 없더군요. 물론 취미 코너를 간다거나 경영, 경제 관련 코너 등을 뒤지다 보면 자동차와 연관된 책이 있지만 어쨌든 자동차 코너가 기계 공학 코너의 한 칸에 있다는 것 자체부터가 우리의 자동차에 대한 인식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론도 가능합니다. "원하는 책 요즘 누가 서점가서 사나요, 인터넷으로 사지." 물론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 진열된 책 보다 훨씬 많은 책이 있습니다. 저 역시 인터넷으로 우선 검색을 해보거든요. 그래서 포털 책 카테고리에서 검색창에 '자동차' 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약 15,000권 이상이 검색되더군요.

 

독일은 어떤가 궁금해졌습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아마존 독일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자동차'를 역시 검색해봤습니다. 40,000권 조금 넘게 검색이 되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잘 봐야할 건 숫자 차이 이상의, 컨텐츠 자체의 다양성에서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대략 이런 분위기죠.

 

여러 책들이 있지만 제일 많이 눈에 띄는 것들은 역시 서점의 책장처럼 기능과 정비 관련한 책들이더군요.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요? 한 번 아마존 페이지들을 뒤적여 봤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정비소 관련한 그림책에서부터 특정 메이커와 디자이너들에 대한 책 등 굉장히 다양한 읽을 거리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독일 내에서 발행한 책들 뿐아니라 해외 서적들을 독일어로 번역한 책들까지 제법 풍성한 편인데요. 뭐 좀 더 솔직한 표현을 해보자면 읽을 거리가 널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책을 소비하는 환경의 차이가 만든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독일도 스마트폰의 바람이 거센 편이지만 여전히 지하철에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좀 트렌드에 둔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곳이죠. 책값이 비싸지만 종이책이나 전자책 모두 소비가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커피숍이나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가 서점 풍경의 차이, 컨텐츠 양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또 한가지를 짚어 보자면 자동차 그 자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산업으로서의, 기술로서의 자동차, 혹은 온라인에서는 시승기 중심의 자동차 이야기가 주류입니다. 반면에 자동차 역사가 오래되었거나 발달이 된 나라들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상성에 기초한 다양한 자동차 서적들이 많은 편이죠.

 

결국은 책을 읽는 층의 감소에 미약한 자동차 문화라는 엄연한 현실이 자동차 책장의 빈약함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점을 좀 바꿔보고 싶습니다. 억지로 해서 될 것도 아니고, 혼자 떠든다고 해서 이뤄질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풍성한 자동차 문화라는 목적지를 향해 지치지 않고 걸어가야 하지 않겠어요? 몇 년 후에 저 서점을 다시 찾았을 때 환하고 밝은 곳에 배치되어 있는 풍성한 자동차 책장을 만나기를 바라며 포스팅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