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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차들은 왜 타이어휠이 시커멓게 될까?

 

얼마 전 아는 분으로부터 재미난 정보를 하나 얻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내용인지 아닌지 몰라 학습했다 생각하고 혼자만 품고 있으려 했는데, 혹시 저처럼 모르는 분들이 많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그냥 참고하셨음 하는 마음으로 몇 마디 드려보겠습니다.

이 건 아내가 타고 다니는 1시리즈의 겨울용 타이어와 함께 장착되어 있는 휠입니다. 구멍난 사이사이가 시커멓죠? 잘 안보이신다구요? 그럼..

 

좀 잘 보이시나요?

 

이 건 한 달밖에 안된 신형 A4의 휠입니다. 세차를 했다는데도 지저분하네요.

가만히 보면, 독일 자동차들이 대체적으로 휠 안쪽이 더럽습니다. 차를 잘 관리하는 사람들이야 틈틈이 닦아내지만 그렇지 않은 차들은 유독 새카맣게 되어 있죠. 그래서 저 때 닦아내는 용품들이 다양한 편이죠. 그러고보니 한국에서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이 의문이 조금은 해소가 됐습니다. 바로 패드를 구성하는 마찰재 때문이었습니다.

 

마찰재 얘기를 하려면 기본적인 브레이크 구조나 역할을 잠시 설명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요 것이 요즘 가장 많이 사용되는 디스크 브레이크인데요. 타이어랑 같이 막 돌아가는 하얀색 원이 디스크 로터고, 붉은색의 매달려 있는 덩어리 정체가 디스크 캘리퍼입니다. 저 디스크 캘리퍼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면요.

일단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꾹 밟게되면 브레이크 오일이 압력을 발생하면서 피스톤이란 걸 디스크 로터쪽으로 밉니다. 그리고 피스톤은 다시 준비되어 있는 브레이크 패드를 누르게 되죠. 이 디스크 패드가 결정적으로 하얀 디스크 로터를 앞뒤 양면에서 파악!하고 누르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돌아가는 로터가 패드에 의해 저항을 받게 되니까 두 구조물이 맞닿은 면에선 엄청나게 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열에너지가 돌아가는 타이어의 운동에너지를 잡아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열을 빨리 식혀주는 것과, 패드의 성분이 강한 것 등이 어울려 좋은 제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인데요. 물론 타이어 자체의 역할도 큽니다.

이러다 보니 요즘 휠은 공기를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 구멍이 뚤려 있습니다.  스포츠카들의 휠은 바퀴 안 쪽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여유롭기까지 합니다. 이 모든 게 열을 빨리 식히려는 그런 의도인데요. 디스크 로터 자체를 크게 하면 캘리퍼가 지름이 큰 로터의 바깥 쪽에서 좀 더 편안하게 제동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속도가 높은 차들은 넓고 큰 휠과 디스크 로터가 장착되는 것입니다.

휠 사이의 여백이 굉장하죠? 거기다 디스크 로터도 앞서 보여드린 1시리즈나 A4의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큽니다. 또 소재들도 아주 잘 잡아내는 걸로 바뀌기도 하고, 저러게 로터에 구멍을 뚫어 좀 더 열을 원활하게 식히게끔 갖가지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다 한 가지 사실이 더 추가되는데 그게 바로 패드 마찰재 성능인 것입니다. 예전엔 석면 같은 걸 썼는데 환경에 해가되는 물질이라 지금은 사용하질 않죠. 그래서 요즘은 열에 잘 분해되는 유기물 섬유를 수지로 굳혀 만든다고 하는데, 뭐 여기까진 우리가 알 필요는 없을 거 같네요.

결론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독일 자동차 (유럽까지 넓혀)들의 휠 주변이 시커멓게 잘 더렵혀지는 건 마찰재를 제동력이 좋은 소재를 쓰기 때문입니다. 아우토반에서 200kn/h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얘가 잘 안듣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생각만 해도 서늘합니다. 제가 요즘 아우토반에서 시승한다고 200킬로미터 근처 혹은 그 이상으로 달리기 때문에 잘 알아요.

아무리 잘 달리는 아우토반이라도 브레이크 밟을 일은 많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속도를 즐기고, 속도를 내서 달리는 독일 환경에서는 휠이 더러워져도 잘 잡아주는 녀석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반대로, 한국의 경우는 좀 달라요. 이렇게 속도를 내서 달릴 곳도 많지 않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거기다 차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서 휠 주변이

쉽게 더러워지는 것을 제조사 입장에서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꺼린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미국과 한국내수용, 그리고 유럽 수출용 브레이크 패드 마찰재가 다르다는 겁니다. 이건 제조사의 입장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시장조사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휠이 좀 더러워져도 제동력이 잘 발휘되는 마찰재를 쓰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일상주행에서는 현재의 패드 수준으로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안전을 생각한다면,

운전자들의 심리적인 면과 실제적인 면 모두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봐도 전 나쁘지 않게 생각합니다. 휠요? 그까이 거 더러워지면 닦으면 되는 겁니다. 물론, 원가 문제와 맞닿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다시 말씀드려도 안전을 위해서는 돈을 몇 푼 더 쓸 수 있는 소비자 환경이 조성됐다고 전 생각합니다. 진정성의 문제겠죠. 

제가 한국차 제동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자주 독일 매체들의 비교평가 내용을 통해 보여드렸습니다. 이게 패드 마찰재 하나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타이어 자체도 큰 영향을 미치고, 또 전체적인 세팅의 능력도 한 몫한다고 생각합니다. 뭐가 됐든 당장 손쉽게 안전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이걸 외면하지 않길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부탁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