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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속도제한을 높이면 이익일까 손해일까?

오늘은 운전의 경제적 효과와 관련해 눈에 띄는 기사가 일간지 차이트에 올라와서 그 내용을 여러분과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교통의 흐름이 원활하면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알려졌습니다. 뭐 맞는 말이죠. 같은 거리를 10분 만에 도착한 자동차와 30분이나 걸려 도착한 차가 있다고 가정할 때, 10분 만에 도착한 차가 길거리에서 낭비한 비용과 시간등을 절약했기 때문에 더 이익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엔 경우를 좀 달리해, 교통이 원활한 도로의 제한속도를 올렸다고 가정을 해보죠.

100km/h가 제한속도인 곳을 120km/h로 올렸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막히지 않았을 때 대체적으로 120km/h의 제한속도에 근접해 달리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그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이동시간은 줄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일까요?

이런 문제를 분석해 그 결과를 내놓은 이는 스탠포드 대학의 환경경제학자 아더 반 벤덤 교수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연구를 실행했던 걸까요? 사실 그를 자극했던 건 영국정부의 계획 및  前 교통부장관 피터 햄몬드의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작년 9월에 이런 얘길 했더군요.

"영국정부는 내년부터 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을 110km에서 130km로 높힐 계획이다. 이동시간을 단축함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절감효과는 수억 파운드에 달한다.”

속도제한을 높혔을 때 경제적 효과를 그는 크게 본 것입니다.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하나의 효과적이고도 손쉬운 방법이라고 영국정부가 판단한 것이죠. 독일의 경우도 작년에 130km/h로 제한속도를 올린 곳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굳이 제한속도를 올리는 것이 문제될 건 없어 보입니다만 그걸 경제효과와 연결지어 설명한 것이 논란이었습니다.

아더 반 벤덤 교수는 경제효과를 부풀려 설명한 정부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의 캘리포니아, 오레곤, 그리고 워싱턴주의 교통자료를 분석했고, 오히려 경제적 효과가 감소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제한속도 완화가 운전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하겠지만 사회적 발생 비용을 생각하면 손해가 더 크다."

그가 이렇게 말을 할 수 있었던 근거는 대략 이렇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레곤, 그리고 워싱턴주가 갖고 있던 여러 자료들 중 제한속도와 관련된 것들이 있었는데요. 각 주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자동차전용도로들의 제한속도를 90km/h에서 105km/h로 약 15km를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제한속도를 올리지 않은 도로에 비해 교통사고 비율은 약 15%, 사망자 발생 교통사고 비율은 60%가 상승했습니다. 

거기다 환경적인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제한속도가 완화된 도로의 반경 5km 내 일산화탄소와 일산화질소 변화량을 측정했더니 각각 24%와 16%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반 벤뎀 교수는 과속 시에 대기중으로 배출되는 유해가스의 상승량과 속도의 상승량은 기하급수적 관계에 있고, 과속이 허용된 도로 주변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유산확률도 9.4%나 높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속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독일에서도 아우토반의 무제한 구간을 계속해서 줄여가고 있고, 또 이런 과속이 가능한 아우토반 주변을 울창한 숲으로 조성하는 등의 나름의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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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벤덤 교수는 이를 돈으로 다시 환산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경제적 이득은 연간 1억5600만 달러였지만 손해는 4억86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영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아더 반 밴덤 교수의 주장인 것입니다.

이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대해 수긍을 하는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특히나 고속 주행의 즐거움을 생각한다면 많은 운전자들에겐 썩 맘에 들지 않은 보고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논쟁의 문제는, 고속주행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으로 포장해 눈속임하는 영국정부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게 제 판단입니다.

마치 영국정부의 주장과 반론이 대한민국의 요즘, '경제성장의 계량화'에 민감한 성장주도형 페러다임에 몰입되어 있는 요즘과 닮아 보인다고 한다면... 너무 억지스런 대입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