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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운전생태계를 청정하게 하는 두 가지 방법


블로그를 통해 운전문화와 관련된 얘기 참 많이 했습니다. 이래야 한다. 저랬음 좋겠습니다. 이건 아니잖아요 등등... 그런데 한 번에 너무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다보니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무엇을 읽고 느꼈는지, 정확하게 남는 게 없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만 많았지 학습효과가 없었을 거란 얘기죠.

그래서, 이번엔 작전을 변경했습니다. 너무 많이 얘기하지 않고 딱 두 가지만. 당장 고칠 수 있고, 당장 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두 가지만 우선 집중 공략하기로 말입니다. 메뉴판에 메뉴 너무 많으면 신뢰가 안 가잖아요?

이런 관점에서 틈틈이 고민을 하고 내린 구호가 있는데 바로, " 깜빡이 YES, 경적음 NO " 입니다.

  

 누차 말씀을 드렸지만, 독일의 운전문화 중에 인상적인 것이 바로 클락션을 거의 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갑자기 끼어드는 일도 거의 없지만 어쨌든 운전 중에 놀랄 만한 상황이 앞차나 옆차로 인해 발생했을 때에도, 이 친구들은 클락션을 내리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얼굴은 인상을 쓰고 있고, 입으로는 뭐라고 중얼대며, 손 동작을 크게 하며 화났다는 걸 표시는 해도, 클락션을 누르면 범칙금 무는 숨은 법규라도 있는지 도통 건들 생각들을 안 합니다. 학교 근처, 주택가 등에서는 더더욱 이 점을 분명하게 지킵니다. 가끔씩 빵빵대는 자동차가 있으면 신기해서 쳐다보는 정도라고 할까요?

뭐 다소 과장되게 표현을 했습니다만, 그만큼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눌러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앞차가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움직일 생각을 안하면 일단 기다립니다. 그래도 안 움직이면 가볍게 클락션을 쳐 앞차 운전자를 환기시킵니다. 안 간다고 빠~~아~~앙!! 하고 신경질적으로 누르는 경우는 독일에선 일주일에 1번 정도면 족할 경험일 뿐인 것이죠.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복잡하고 많은 차량들이 뒤엉킨 곳에서는 필연적으로 경적음이 나죠. 도로 생태계의 구조적 이유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풍토에 따른 모습이기도 할 텐데요. 이렇다 보니 "누르라고 있는 게 경적음이다!" 라는 ~ism을 신봉하며 때와 장소를 안 가리는 분들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됩니다.

간단하게 생각했음 합니다. 아예 클락션이 없다고 생각한 채 운전을 하는 거...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는 것과 클락션 힘껏 누르는 것을 바꾸는 거죠. 어떤 방법이 됐든, 경적음 자주 발생시키는 운전은 당장 오늘부터 지양했음 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깜빡입니다.

요즘  앞차의 차선 변경이나 룸미러로 보이는 뒷차의 움직임을 자주 보게 되는데요. 대체적으로 이 곳 운전자들은 방향지시등을 참 자주, 잘 이용하는 편입니다. 깜빡이 안 켜고 차선을 변경하는 경우와 지시등을 이용하며 차선을 바꾸는 경우를 비율로 따져본다면 약 1: 9 정도? 또 깜빡 거리면 들어오라고 양보를 잘 해주는데요. 모른 척 하고 앞차 꽁무니에 바짝 다가서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앞차와의 거리를 넉넉하게 두고 운전을 하면 사실 이런 불필요한 행동들을 많이 줄일 수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바싹 차를 붙여 운전하며 깜빡이 켠 자들의 권리(?)를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물론 얌체운전자들이 줄 서 있는 차들 사이로 끼어들기 위해 깜빡거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간 정상적인 주행 중에는 깜빡이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시하고, 또 그것을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환경으로 빨리 개선되었음 합니다.

이제부터 " 깜빡이 YES, 경적음 NO" 운전문화를 만드는데 힘써 주세요. 그 어떤 것들 보다 바로 적용가능하고, 당장 결과를 느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이 두 가지의 변화를 통해 자연스레 우리의 나머지 운전행태도 교정되고, 더욱 성숙해지게 됩니다. 운전하는 나의 기분도 좋아지고, 남의 기분도 좋아집니다. 동승한 가족들도 쾌적할 것이며, 실질적으로 안전운전과 경제적 운전까지로도 확장될 겁니다.

 여기 오는 분들이야 대체적으로 잘 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주변분들에게도 적극 권해주세요. 깜빡이와 경적음. 이 두 가지만 바껴도 우리 운전생태계는 한결 청정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