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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왜건 무덤 한국에서 올로드 콰트로는 답이 될까?


유독 어느 지역에서는 안 먹히는 차종이 있습니다. 유럽에선 아직까지 하이브리드가 자리를 못 잡고 있으며, 미국같은 곳에선 디젤차가 그닥 힘을 못 씁니다. 여러가지 지역적 문화적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들일 텐데요. 한국은 어떻습니까? 이미 제목을 통해 눈치 채셨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왜건 모델이 그렇습니다.  요즘 아이들 표현으로 떡실신 수준의 KO패를 당하는 곳이라고나 할까요?

i40이 잘 만들어졌다는 국내외의 평가가 있음에도 판매 실적은 죽을 쑤고 있다죠. "쏘나타급의 모델이 뭐 이리 비싸?" 냐는 여론이 절대적인 것이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가격적인 문제에만 국한되었다기 보다는,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왜건 = 짐차' 라는 인식의 벽을 허물지 못한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폼나게 이렇게 사진을 찍고 성능이 좋다고한들, 각지게 늘어난 왜건은 한국에선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일 중요시하고, 신분을 드러내는  방편 중 하나로 차를 보고 있는 분들에겐 왜건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 마이너스라 보는 것이죠. 같은 돈 주고, 아니 돈 더 주고 폼 안나는 왜건을 왜 사누? 이게 좀 더 직설적인 대답이 되겠군요.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SUV처럼 남성적이고, 스포티브하며, 실용성까지 갖춘 채, 한 떡대하는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래저래 왜건은 대한민국 자동차시장의 찬밥1순위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현대차에서 i40을 만들어 내놓았을 때 저는 상당히 여러번에 걸쳐 이 차가 잘 되길 바란다는 얘길 했습니다.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바라봤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현재까지 결과는 F학점을 겨우 면한 수준 정도라고 하네요.

많은 분들이 이런 운전자들의 반 왜건적 취향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이런 편중된, 즉 편식에 가까운 자동차 취향은 소비자 개개인의 안목 부족이라기 보다는 트렌드를 만들어가 뿌리 내리게 할 수 있었던 선도적 위치의 집단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어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뭐 이렇게 복잡한 속내를 파고들지 않더라도 작금의 상황은 반왜건 정서가 단단히 대한민국에 뿌리내려 있고, 그 사실 또한 부정되기 어렵다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과연 돌파구는 없는 걸까요? 저는 왜건의 인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아우디가 만들어 팔고 있는 올로드 콰트로류의 자동차를 생각해 봅니다.


이 모델은 아우디가 내년에 내놓게 되는 2013년형 A4 올로드 콰트로입니다. 올로드 콰트로는 왜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온오프 도로를 다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변종 모델인데요.  이런 류의 자동차들로는 볼보 XC나 사브 9-3X, 그리고 스코다 옥타비아 스카우트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왜건에 가장 충실한(?) 것은 역시 올로드가 아닌가 싶군요. 거기에 가장 최근에 아우디, 스코다의 영향을 받았는지 모회사인 VW에서도 파사트 올트랙이라는 온오프 겸용 모델을 선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스코다는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있고, 스카우트를 요즘도 만드는지도 잘 모르므로 제외하고, 볼보나 사브, 좀 더 나아가 스바루 등이 견지하는 온오프 겸용 모델이라는 것들은 한눈에 봐도 SUV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분류표 상으로도 SUV에 넣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왜건을 베이스로 한 변형 모델이지만 왜건의 느낌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것은 역시 올로드 콰트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이 모델은 왜건이지만 최저지상고도 높고 하단에 SUV처럼 크롬 도금한 강판을 덧대고 있으며 에어서스펜션 덕에 오프로드에서는 지상고 자체를 최대한 높여 도로와 차체와의 간격을 벌려놓고 있습니다.

 

    
위에 보시는 것은 각각 A4 왜건과 A4 올로드 콰트로의 제원표입니다. 차의 길이, 폭은 물론 높이까지 모든 면에서 올로드가 크고 높습니다. 여기에 오프로드 주행 때 서스펜션을 이용해 더 차체를 높일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단순히 차의 크기나 높이만 다른 것이 아니라 스타일도 충분히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뒤 디퓨저를 크롬 강판으로 덧댄 것 뿐 아니라, 다소 단순해서 지루하게 보일 수 있는 왜건의 길죽한 이미지를 투톤처리 함으로써 한결 단단하고 경쾌한 느낌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바닥에 밀착된 듯한 왜건 보다 올로드 콰트로가 좀 더 높기 때문에 이 점도 SUV의 감각을 반영하고 있다 볼 수 있겠네요.

이처럼 같은 왜건이지만 목적에 따라 차체의 크기와 높이를 달리했고, 올로드 콰드로의 경우 스타일 역시 좀 더 SUV에 가깝게 스포티브함을 살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단의 정숙성이나 운전성능은 크게 잃지 않고 있는 것이죠.


 
 결국 올로드 콰트로 같은 온오프 겸용 왜건은, 세단의 감각과 왜건의 실용성, 그리고 SUV적 스포티브함을 통한 남성성을 나름 적절히 담아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 이런 컨셉의 차라고 한다면 왜건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을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저의 조심스런 주장인 것입니다.

바로 요 전 포스팅에서도 올로드 콰트로나 파사트 올트랙 등에 관심을 가장 많이들 보이셨죠. 이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의 자동차에 대한 호기심과 앞서 설명드린 디자인에 대한 호감이 버무려진 반응들이 아닌가 추측을 해볼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막상 A4 세단에 비해 비싼 가격을 감당하면서까지 올로드 콰트로를 살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때, 호감과 호기심을 넘어 구매로까지 연결지을 것이란 확신은 사실 쉽지 않아 보입니다.


A4 2.0 TDI 어트랙션 콰트로 세단
170마력, 제로백 8.3초, 최고속도 228, 연비는 리터당 18.1km, 가격-35,800유로

A4 2.0 TDI 어트랙션 콰트로 왜건
170마력, 제로백 8.6초, 최고속도 220, 연비는 리터당 17.5km, 가격 - 37,450유로  

A4 2.0 TDI  올로드 콰트로
170마력, 제로백 8.6초, 최고속도 213, 연비는 리터당 15,6km , 가격 - 39,200유로


이처럼 단순히 수치상으로 보면 일반 디젤 세단에 비해 올로드 콰트로의 기본성능이 조금 부족하고 가격이 많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무게나 차체 크기, 하체 조립 등의 변수를 감안해야겠죠.) 문제는 이런 가격의 차이를 극복할 만큼의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올로드 콰트로에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이미 왜건이 세단 만큼이나 인기 있는 유럽과는 달리 올로드 콰트로가 만약 한국 시장에 들어와 어느 정도 판매에서 성공적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세단이면서 SUV의 장점까지 갖고 있는 모델이라는 것으로 전략을 짜야할 것입니다.

분명 왜건이지만, 세단과 SUV의 장점을 조합한 차라는 것으로 인식시킨다는 것이죠. 좀 더 선명하게 말하자면 A4와 SUV 모델인 Q시리즈의 성공적 조합. 뭐 이렇게 옷을 입혀보는 건 어떻겠냐는 것입니다.


올로드 콰트로, 혹은 파사트 올트랙과 같은 변종을 통해 왜건형 모델이 한국에서도 안착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에서 조립 생산하는 메이커들 역시 역시 i40의 변종 모델과 같은 차를 개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시장 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텐데요...이 곳을 찾아주시는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지 한 번 알아보고 싶네요. 과연, 왜건을 베이스로한 저런 온오프 겸용 모델이 한국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요?

저는 올로드 콰트로 정도의 성능과 디자인에다가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적절한 마케팅을 펼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견을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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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정말 좋은 의견들 주셨네요. 어디서 쉽게 접하기 힘든 세세하고 다양한 찬반의견해들을 보면서 저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배우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여러분들의 참여가 저를 힘내게 하네요. 앞으로도 이런 좋은 얘기들 계속 이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