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전기차 에어컨 계속 틀면 배터리는 어떻게 될까?

전기차를 몰고 여름휴가를 떠난 길. 그런데 고속도로가 꽉 막히고 말았습니다. 바깥 기온은 섭씨 35도. 에어컨을 안 틀 수가 없겠죠? 언제 길이 뚫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에어컨을 계속 켜야 할까요? 혹시 배터리가 급격히 줄기라도 하면 어쩌죠?

사진=재규어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을 위해 독일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ADAC)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자동차 클럽의 실험? 과연 믿을 만할까?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제 글을 오래전부터 읽은 분들이라면 이 클럽이 어떤 곳인지 잘 아실 테고, 처음 보는 분이라면 당연히 모를 겁니다.

자세한 설명은 검색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니 여기서는 생략하죠. 어쨌든 유료 회원이 2천만 명이 넘는 어마어머한 자동차 클럽이라는 것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독일 자동차 운전자들에겐 최고의 친구이자 자동차 문화의 최고 길라잡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데아체의 실험 조건은 대략 이랬습니다. 우선 대기 온도는 35도에 맞췄습니다. 여름철 고속도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기온으로 설정한 것이죠. 실험에 동원된 모델은 테슬라 모델 Y였고, 에어컨은 섭씨 20도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무려 8시간이나 계속 에어컨을 틀어 두었다고 하네요.

아데아체의 테스트 장면 / 사진=ADAC

장시간 교통 체증으로 움직이기 힘든 그런 상황을 설정한 것인데요. 그렇다면 얼마의 전력이 에어컨을 위해 사용되었을까요? 실험 결과에 따르면 1.3~1.5kW의 냉각을 위한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 이 정도의 전력량은 어느 정도일까? 편의상 모델 Y가 완충 후 달릴 수 있는 거리가 400km라고 가정을 하면 시간당 8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양이 소모된다는 게 아데아체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전체 배터리의 2% 수준이죠. 8시간 계속해서 에어컨을 켰다고 한다면 약 12kW의 전력이 소모되고, 약 64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가 소모됩니다. 결과적으로 8시간 풀로 에어컨을 켜도 배터리 전체 소모량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내연기관과 비교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운데요.

엔진 자동차의 경우 동일한 조건에서 에어컨을 사용한다면 약 시간당 1~1.5리터의 연료를 소비한다고 아데아체가 설명했습니다. 물론 배기가스 발생도 필연적이겠고, 전력 소모로 환산하면 시간당 약 10~15kW에 해당합니다. 전기차가 8시간 사용에 전력 12kW가 필요한데 내연기관은 시간당 10~15kW가 소모되는 것이니까 그 차이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테슬라 모델 Y만의 특징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전기차의 에어컨 시스템은 모델 불문하고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아데아체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니 전기차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에어컨을 계속 켜도 괜찮을까 고민인 분들은 이 내용을 잘 참고하셔서 운전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사진=오펠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차 화재 위험으로 걱정이 많죠. 배터리가 어디 것인지 살펴보는 일까지 더하게 생겼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닙니다. 거기다가 요즘 유럽은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줄고 있습니다. 제조사들 또한 전기차 올인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내연기관 자동차가 더 오랫동안 유용할 수 있다는 그런 인식들이 늘고 있는 것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가 나온 후에 전기차는 진짜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합니다. 화재 안전성도 강화하고 배터리 효율도 더 좋은 전고체 배터리가 빨리 나와준다면 확실히 게임체인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 리튬이온 배터리들, 잘 견뎌주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