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만약 독일에서 한국차를 꼭 타야한다면 그 선택은...

 

요즘 한국 관련 뉴스나 기사를 보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단어 중에 국격(國格)이 있습니다. 뭐 쉽게 말해서 나라의 이미지와 가치를 높여 싼티나는 느낌을 주지 말자! 이런 의미라 보여지는데요...근데 그 격이라는 게, 고급 화장품 바르고 비싼 투피스 정장 입고, 두 손 다소곳 모은 채 말 조곤조곤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오~ 당신은 진정 격이 높은 여인이구려. 우리 박수라도 쳐줍시다."

 

이러진 않을 거란 거죠. 원래 요란한 빈수레, 익지 않은 벼, 역사의식 없는 웬 것들 등이 컴플렉스 가리기 위해 잔뜩 처바르고 꾸미는데요. 그래봐야 겉볼안이라고...내재된 가치는 결국 그 얼굴에 낱낱히, 그리고 소상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잖습니까? (아...찔려 ㅡㅡ;;)

 

오늘따라 좀 건방진가요? 솔직히 저도 나름 애국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그래서 한국을 자랑스러워하고 여기서 만나는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는 편이죠. 엊그제도  한국얘기로 어쩌네 저쩌네 침튀겨가며 열변 토하는데 누군가 튀긴 침을 스윽 닦더니 제게 이렇게 묻더군요...

 

            "만약에 한국차를 내게 추천한다면, 넌 어떤 차를 권할래?"

                                                   

뜻밖의 질문에 순간 멈칫했습니다. 이런 건 처음 받아본 질문이었거든요...

"한국차는 무슨 그냥 딴 거 타!" 이러기는 싫고, 그렇다고 "탁월한 안목이구나~후회없는 선택을 한 거야 짜샤! 하하하" 이렇게 허세부리기엔 그 친구 타는 차가 만만치 않고...'아 어쩐다...?' 그렇게 고민을 잠시하다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만약 내 차를 선택해야 하는 거라면?'... 남이 아닌, 내가 타서 좋고, 이쯤이면 그래도 대놓고 욕 먹지 않고, 도도한 독일애들 시선도 어느만큼은 끌 수 있고, 성능도 그닥 꿀릴 거 없을 그런 차...

 

단, 전제조건은 이번에 새로 출시되거나 출시된 신형 모델들에 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 끝에, 마음에 뒀던 모델 하나 하나를 그 때부터 떠올려 보기 시작했습니다.

 

 

'벤가는 어떨까?...벤가라... 뭐 디자인 상도 두 개씩이나 받았고, 자동차잡지들 평가도 나쁘지 않고 아참! 그건 미니밴들끼리 붙여놓은 거였지? 어쨌든 차체도 튼실해 보이고...'

 

그닥 나쁠 것 없는 선택이 될 거 같았습니다. 일단 순위에 올려 놓고 다시 생각을 이어갔습니다.

 

 

'투산? 아니지 ix35?...워워~이건 미안하지만 내 스타일 아니다. 이건 마치 처음 들을 땐 확 끌렸는데 몇 번 더 들으면 삭 질리는 노래 있지? 그런 느낌이라 싫어. 봐봐! 근육 너무 뿔린 아놀드 같잖아...성능면에서 쟤를 당해낼 동급이 없는 것도 아니고...'

 

투산에겐 미안했지만 생각 길게 할수록 좋은 평가 안나와 이쯤에서 접기로 했습니다.

 

 

'오 씨드CW! 근데 실제로 저 녀석을 아직 못봐 뭐라 단정짓긴 그렇지만 구형이 더 낫지 않나?'

 

 

' 그렇지 이 녀석...신형에 비해 투박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적당히 근육질에 차분한 게 왠지 의리 있어 보이는 스타일이잖아...아참! 신형 모델에서만 골라야 하지? 아쉽네...'

 

씨드를 생각하다 보니 동급의 현대차가 떠올랐습니다.

 

 

'i30? ...해치백 모델이라면...'

 

 

'아내가 타는 요거 있으니 됐지 뭘. 뒷모습도 비슷하고 말야...거기다 요즘은 가격도 너무 싸게 막 후리는 느낌이 들어서 좀 머쓱해. '

 

이쯤 되자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K5는 언제 나올지도 모를 차고...그렇다고 SUV를 또 타자니 지겹기도 하고...그래도 SUV하니까 언뜻 떠오르는 모델들이 있었습니다.

 

 

'IX55라...훔, 그래도 현대차 디자인 중엔 제일 맘에 든단 말야...그래, 나쁘지 않아 여러모로 괜찮아 하지만, 사람들 관심을 끌었으면 하는 바람을 생각하면 좀 점잖은 면이 없지 않아 있어. 거기다 수입차로 분류돼 가격도 부담되고...현대에서도 이 차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지도 않을 거 같고...'

 

베라쿠르즈를 생각하면 예전부터 맘에 든다고 막~칭찬하시던 외삼촌 한 분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친근한 감도 들지만 같은 가격대의 독일산 동급 차종들을 생각하면 밀리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아~ 요거 보다 가격 부담없고 좀 작으면서 성능 좋은 거 없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 차가 떠올랐습니다.

 

'쏘렌토R!...아우토빌트 시승담당하는 친구가 깜짝 놀랐던 차였지... 이 정도면 아우디 Q5하고 맘먹을 만하다고...그 기자 약간 호들깝 떠는 거 같긴 했지만 성능면에선 분명 기아차에 대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일조할 거 같긴 해. 하지만, 안팍으로 디자인은 좀 아니다 싶다. 좀 더 날렵하고 전체적으로 유니트한 그런 거...그런 거가 필요해...그런 거....그런 거?........아.....하나 있다!'

 

사진 제공 : 경향닷컴

 

고민 끝에 고른 차는 바로 스포티지R이었습니다.

한국에선 이렇니 저렇니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적어도 여기 독일에서 느끼기에 스포티지 정도면 디자인면에서 우선 충분히 독일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듭니다. 거기다 엔진의 파워나, 연비 등도 충분히 매력적이구요.

 

좀 다른 얘기지만, 제가 거의 규칙적으로 방문하는 자동차 관련 블로그가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조까남(조금까진남자의 준말로 발음에 주의를 요함)님이 주인장 중 한 분으로 계시는 "마른모들의 JOYRIDE" 이고, 다른 한 곳은 경향신문 자동차 담당이신 김한용 기자가 운영하는 "김한용 기자의 About Car" 입니다.

 

조이라이드가 감성과 감각 그리고 자극을 얻고 배우러 가는 곳이라면 어바웃카는 차분하게 자동차의 정보를 얻기에 좋은 곳입니다. 그리고 두 블로그 모두에서, 스포티지R을 다뤘습니다. 두 블로그의 내용은 사뭇 달랐지만 재밌고, 가치 있다라는 생각은 동일하니, 여러분들도 꼭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암튼, 김한용 기자께선 스포티지R이 매우 뛰어난 정숙성(특히 풍절음 관련)을 보여줘서 놀란 눈치였구요. 까진남님은 스티어링 휠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습니다.

 

사진 제공 : 경향닷컴

 

 

두 분 모두의 훌륭한 의견 위에 제 나름의 생각을 살짝 더해보면, 먼저 앞에서도 언급했듯 디자인의 탁월함입니다.

 

제가 예전에 뒷태가 VW의 차들과 닮아 있다는 포스팅을 했었는데요. 그게 닮아서 싫다는 것이 아니라 닮았지만 나쁘지 않다라는 의미였음은 읽어본 분들이면 바로 아실 겁니다. 여튼, 생각하기에 독일땅에 들어온 한국차들 중에 이만큼 발란스가 딱 떨어지고 유니트한 느낌의 차는 이게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충분히 기아의 아이텐티티를 보여주면서도, 차체의 느낌도 튼튼해보이고...

 

사진 제공 : 경향닷컴

 

실내 디자인 역시 이전의 기아차들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깔끔함이 느껴졌습니다.

다만, 아무리 유럽사람들이 다양한 칼라의 차를 선호한다고 해도, 저런 소형 SUV, 또는 CUV급에서 보여주는 색상은 부담이 되었습니다.

 

동급 차들 중에 저런 화려함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봐도 선뜻 떠오르지가 않았는데요...색상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의 차가 좀 더 선명한 대목이기에 뭐라 단정하긴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닥 어울린다는 느낌은 못 받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쉬움은...

 

사진제공 : 경향닷컴

 

뻘쭘해 보이는 바퀴와 차체의 앙상블입니다.

 

바퀴를 차체가 품어안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 보시면 마치 네 바퀴 위에 차체가 툭~하니 올려진 그런 모습이랄까요? 미션 탄력 좀 받으면 스카이콩콩처럼 통통거리며 튕겨다닐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스포티지R이 충분히 한국차로 이 곳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차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7년 보증기간까지 본다면 매리트는 더 커지겠죠.

 

처음 이 포스팅을 시작할 때 제가 국격이란 단어를 언급했었습니다...국격이란 게 뭘가요? 그 국격이란 건 어떻게 높일 수 있는 걸까요?...자동차 업체를 예로들어본다면 저는...자신들이 만드는 물건 즉, 자동차에 장인정신을 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을 담아 땀과 진정성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라면 고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들 스스로가 앞다퉈 지지하고 자랑할 것이고, 그런 차를 타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 역시 엄지손을 치켜들어 줄 겁니다. 이게... 국가의 격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