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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독일에서 중고차 결함률 높게 나온 현대 기아 SUV들

10만km 내구테스트라는 게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들이 자주 진행하는 것으로, 그중 아우토빌트라는 곳은 10년 넘게 자동차 내구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대략 10만km 정도 주행을 하고, 그 운행 기간 동안 발생한 고장과 고장 빈도, 수리 내역과 비용 등을 자세하게 기록해 이 결과를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있죠. (보통 6~7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보고함)


제조사가 차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매체가 차를 직접 구입해서 하므로 외부로부터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지막 과정은 데크라 같은 인증 및 품질 분석 기관 전문가들이 차를 완전히 분해해 부품의 상태까지도 확인하고 이런 내용까지 포함해 순위를 매깁니다. 


2014년부터는 기존 데이터를 모두 지우고 새롭게 내구테스트를 진행해 그 결과를 알리고 있는데요. 기아 스포티지 (구형), 현대 i30 왜건 (구형), 투산 등이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등, 현대나 기아 자동차들이 비교적 좋은 결과 얻고 있습니다.


유럽 진출 초기는 물론, 꽤 긴 시간 동안 한국산 자동차는 품질 문제 등으로 안 좋은 이미지가 있었죠. 하지만 이런 내구테스트 결과는 현대와 기아의 자동차 내구성에 대해 독일 내 평가는 바꾸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분위기와는 다른 자료들이 공개됐습니다.


현대 기아 SUV, 최하위 수준의 정기검사 결함률


독일은 자동차 정기검사를 여러 품질 관리 기업에서 나눠 대행합니다. 그중 많은 운전자들이 이용하는 곳은 튀프(TÜV), 데크라(DEKRA), 그리고 GTÜ 등이죠. 대부분이 이 세 곳에서 검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 정기검사 결과는 독일의 유력 3대 자동차 잡지 아우토빌트,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그리고 아우토차이퉁 등과 협력해 매년 별도의 잡지 형태로 공개됩니다.

사진=이완


최근 아우토차이퉁은 GTÜ의 정기검사 결과를 소개하는데요. 약 500만 대의 자동차가 이 기관을 통해 작년 한 해 검사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해당 매체는 가장 결함률이 높은 SUV라며 별도로 소식을 다뤘고, 여기서 현대와 기아의 대표적 SUV 이름들이 등장했습니다. 


우선 기간이 가장 짧은 1~3년 된 중고 SUV 중 결함률이 높았던 것은 푸조 5008로 12.82%(같은 연식의 100대 차량 기준)의 문제를 보였습니다. 결함이 적은 최상위 모델들이 보통 3% 전후인 것을 고려하면 차이가 어느 정도 났다고 볼 수 있겠죠?


2위는 루마니아 저가 브랜드 다치아 더스터(11.66%), 3위가 기아 스포티지 (11.04%) 등이었는데요. 연식별로 나눈 결과 모두에서 현대와 기아의 SUV들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GTÜ  1-3년 차 SUV 정기검사 결함 최하위 순위

1위 : 푸조 5008 (12.82%)

2위 : 다치아 더스터 (11.66%)

3위 : 기아 스포티지 (11.04%)

4위 :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10.41%)

5위 : 현대 투산 (8.58%)

6위 : 기아 쏘렌토 (8.20%)

7위 : 미쓰비시 아웃랜더 (7.97%)


4-5년 차 SUV 정기검사 결함 최하위 순위

1위 : 기아 쏘렌토 (23.46%)

2위 : 현대 싼타페 (23.16%)

3위 : 스즈키 비타라 / 그랜드 비타라 (20.41%)

4위 : 기아 스포티지 (20.17%)

5위 : 닛산 X-trail (19.72%)

6위 : 닛산 캐시카이 (18.53%)

7위 : 스즈키 짐니 (17.77%)


6-7년 차 SUV 정기검사 결함 최하위 순위

1위 : 현대 싼타페 (50.65%)

2위 : 기아 쏘렌토 (49.52%)

3위 : 닛산 X-Trail (48.77%)

4위 : 다치아 더스터 (46.14%)

5위 : 르노 콜레오스 (44.88%)

6위 : 닛산 캐시카이 (37.27%)

7위 : 스즈키 비타라 (36.39%)


8-9년 차 SUV 정기검사 결함 최하위 순위

1위 : 닛산 X-Trail (80.33%)

2위 : 기아 쏘렌토 (78.23%)

3위 : 현대 싼타페 (74.65%)

4위 : 닛산 캐시카이 (66.19%)

5위 : 다치아 더스터 (65.94%)

6위 : 르노 콜레오스 (65.18%)

7위 : 기아 스포티지 (63.10%)


9년 차 이상 SUV 결함 최하위 순위

1위 : 기아 쏘렌토 (114.37%)

2위 : 닛산 X-Trail (110.11%)

3위 : 현대 싼타페 (100.82%)

4위 : 지프 체로키 (98.17%)

5위 : 닛산 캐시카이 (92.04%)

6위 : 기아 스포티지 (86.78%)

7위 : 메르세데스 M클래스 (86.11%)

유럽형 2010년 싼타페 / 사진=현대차


보신 것처럼 기아 쏘렌토, 스포티지, 현대 싼타페, 그리고 한번 등장했던 투산 등, 현대와 기아의 대표 SUV들이 정기검사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튀프(TÜV)의 정기검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는데요. 아우토빌트는 튀프의 검사 결과 중 2-3년 차 SUV 중 가장 결함률이 적은 것과 가장 결함률이 높은 모델 3가지씩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바 있습니다.     


튀프 2-3년 차 SUV 결함 적은 상위 3개

1위 : 메르세데스 GLK (2.6%)

2위 : 아우디 Q3 (2.9%)

3위 : 메르세데스 GLE (3.3%)


튀프 2-3년 차 SUV 결함 많은 상위 3개

1위 : 기아 스포티지 (11.7%)

2위 : 다치아 더스터 (10.5%)

3위 : 스즈키 짐니 (7.1%)

스포티지 / 사진=기아


기아 스포티지와 다치아 더스터는 튀프와 GTÜ 모두에서 비슷한 수치의 결함률을 보였죠? 투산이나 스포티지는 유럽에서 잘 팔리는 한국산 콤팩트 SUV라는 점에서 더 아쉬운 결과가 아닌가 싶은데요. (특히 스포티지) 판매량이 높다고 브랜드 가치가 반드시 비례해 높아지는 건 아닐 겁니다. 품질 개선이 없다면 반쪽짜리 선전일 수밖에 없겠죠.


요즘 한국에서 현대자동차 그룹에 대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리콜에 따른 품질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죠. 하지만 리콜은 현대와 기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리콜 문제보다는 사실은 이런 품질 전반의 문제, 결함을 줄이기 위해 전략을 짜고, 투자하고, 모듈과 생관 라인 등을 지속 관리하는 일련의 과정 혁신을 이뤄내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그것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진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익률을 올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길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