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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인상적이었던 어느 독일 운전학원 강사와 수강생

오늘은 지난주에 본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서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늦은 오후, 자동차 실내 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주유소에 들렀죠. 독일의 많은 주유소에는 코인 진공청소기가 있고 운전자들이 주유 후, 혹은 주유와 상관없이 이 청소기를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사진=이완


또 주유소에서는 타이어 공기도 체크하고 주입도 가능합니다. 기름 넣는 동안 차창을 닦을 수 있게 간단한 청소 도구를 마련해 놓는 것도 일반적이죠. 실내 청소를 하기 위해 차를 주차하는데 옆에 운전학원 차량 한 대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얘기한 적 있지만 독일 면허학원은 우리와 달리 규모가 작습니다.


강사 1인, 혹은 2인 규모의 작은 학원들이 동네 곳곳에 자리하고 있죠. 그리고 가급적 신차,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런 브랜드 모델을 가지고 운전을 가르쳐야 수강생 모집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여력이 되는 선에서 좋은 차로 교육하는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날 제가 본 학원의 자동차는 GLA였습니다. 


경력 많아 보이는 여성 강사분과 젊은 여성 수강생에게 우선 차의 앞유리를 어떻게 청소해야 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잠시 후에는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하고 공기주입기 사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하나 하나 꼼꼼하고 진지하게 알려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군요. 


공기주입기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마친 강사는 이번에는 보닛을 열어 엔진룸을 들여다보더니 구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뭐가 엔진이고, 어디에, 어떻게 워셔액을 넣는지 등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엔진룸까지? 네. 기본 구조를 시험 때 묻기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교육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강사와 수강생은 열린 보닛 아래 있었고, 저는 마무리를 못 본 채 자리를 먼저 떴습니다.

설명하는 강사나 듣는 수강생이나 모두 어찌나 진지하고 열심인지 모릅니다/사진=이완


그간 자주 이야기한 것이지만 독일 면허 취득 과정은 어렵습니다. 시간은 물론 비용도 많이 들죠. 그런데 이렇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이유는 바로 방금 설명 드린 것 같은, 한국에서는 교육되지 않는 것들이 여기서는 교육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불필요한 교육일까요? 괜히 시간 더 뺏어 수입이나 더 올리기 위한 학원 강사의 꼼수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면허시험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그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가르치지 않으면, 이렇게 배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독일의 면허 시험은 어려운 걸까요?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운전자, 더 안전한 도로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깁니다. 그런데 이 당연함이 대한민국 운전자들에게는 낯설지도 모르겠네요.


최근 독일 언론들은 갈수록 면허 시험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올라간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이론 시험 탈락률이 과거보다 더 올라간 모양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시험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주행연습도 야간, 고속도로 등에서 빠짐없이 해야 하고, 강사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더 연습해야만 합니다.


교통법규에 대한 이론 공부는 또 어떻고요? 이렇게 이론과 실기, 그리고 기본에 대한 교육을 하다 보니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비용이 많이 든다는 건 분명 아쉬운 부분이지만 한 번 배울 때 제대로 배우기 때문에 그만큼 도로는 안전할 수 있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독일 운전면허증 / 사진=tuev-sued


운전자 자신을 위해서라도, 또 안전한 도로 환경을 위해서라도 면허 취득 과정은 결코 허술해서는 안 됩니다. 비용과 시간을 들여 배운 만큼 좋은 운전자가 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고, 그런 운전자가 많은 곳에서는 사고가 줄고 이동의 효율성은 올라갈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면허 취득 과정이 철저했으면 합니다. 


주유소에서 본 수강생도 아마 긴 시간 노력을 해서 면허증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작은 것 하나부터 꼼꼼하게 제대로 배웠으니, 분명 좋은 운전자가 될 겁니다. 또 그래야 하고요. 가르치는 강사의 노력과 배우는 수강생의 노력이 빚어낼 운전면허증이니, 당당히 운전대를 잡아도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