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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한국이 왜건의 무덤이라면 유럽은 세단의 무덤

지난달 포드가 4세대 포커스를 공개했습니다. 2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달랐을 텐데요. 국내에서는 디자인 유사성 논란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주행성에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촌티(?)를 벗어낸 신형 판매량을 긍정적으로 예상하게 됩니다.


특히 트림도 7가지나 되는 등,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한데요. 고성능 ST는 물론 최상위급인 비냘레 같은 경우는 작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지상고를 올린 온오프 겸용 포커스 액티브는 파생 모델로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포커스 비냘레 / 사진=포드

포커스 ST / 사진=포드

포커스 액티브 / 사진=포드


영국과 독일 등에서는 포드에 대한 애정이 특히나 강하기 때문에 신형에 거는 기대도 크리라 보는데요. 그런데 이번 신형 중 유럽 시장에 안 나오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세단이죠. 현재 판매 중인 3세대 포커스의 경우만 하더라도 세단 모델은 2017년 하반기부터 이미 구매 목록에서 사라진 상태입니다.

포커스 세단 / 사진=포드


있지만 없는 듯한 콤팩트 세단


가장 최근에는 시트로엥의 준중형 세단 C-ELYSEE가 유럽 시장에서 백기를 들고 말았는데요. 시장 철수 이유는 역시 판매 부진이 그 원인입니다. 독일 판매량을 보면 2017년 한해 총 493대 팔렸는데 이는 C4 해치백의 1/20 수준밖에 안 되는 수준입니다. 

C-ELYSEE / 사진=PSA


판매량이 파악되는 또 다른 콤팩트 세단 톨레도(스페인 브랜드인 세아트) 역시 독일에서 작년 한 해 614대가 팔렸는데 브랜드 전체 판매량(108,203대) 중 그 비중은 0.6%밖에 안 됩니다. 인기가 좋은 C세그먼트임을 생각하면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렸다고 해야겠네요.

티포 세단 / 사진=FCA

톨레도 / 사진=세아트


그밖에 피아트의 준중형 세단 티포 역시 해치백이 절대적으로 판매되고 있어서 한 마디로 '있으나 마나'한 모델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존재감에서 최악의 콤팩트 세단을 이야기하라면 역시 폴크스바겐의 제타가 아닐까 합니다. 독일에서 2017년 골프가 22만 8천 대 넘게 팔리는 동안 제타는 고작 76대만 팔려나갔습니다.


한 달 판매량이 아닙니다. 1년 동안 판매된 제타 숫자가 이렇습니다. 그렇다 보니 독일 도로에서 제타를 보는 게 하이퍼카 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됐네요. 그나마 체코 브랜드 스코다가 옥타비아와 라피드라는 두 가지 C세그먼트 모델을 세단 중심으로 내놓고 있고, 판매량도 게 중 낫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이 역시 왜건 판매량이 높기 때문에 순수하게 노치백 타입만으로는 역시 먹고 살기 어렵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제타 / 사진=폴크스바겐

옥타비아 세단 / 사진=스코다


콤팩트 세단뿐만 아니라 사실 중형급에서도 세단은 파사트와 르노 탈리스만 정도를 제외하면 얼마나 팔렸는지 얘기 꺼내기 민망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i40 세단도 더는 판매하지 않고 있고, 토요타 중형 아벤시스 역시 왜건 외에는 세단형은 단종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타일과 실용성에 밀려

그래도 도전(?)은 계속된다


왜 이렇게 세단이 지지리도 안 팔리는 걸까요? 큰 이유 중 하나는 역동적 스타일을 좋아하는 유럽인들에게 점잖은 스타일의 노치백 모델은 인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2열을 접어 2열 포함한 공간 전체를 활용할 수 있는 해치백과 왜건의 실용성에 세단은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차에 이 짐 저 짐 마구 싣고 다니는 유럽인들의 문화 특성상 공간 활용은 매우 중요한 구매 요소이고, 이런 점에서 부피 있는 물건 담는 것에 한계가 있는 세단은 우선순위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왜건의 무덤이라 불린다면 유럽은 세단의 무덤이라 불러도 하나 이상할 게 없다고 해야겠죠. 

아스트라 스포츠투어러 / 사진=오펠

반려동물 천국인 유럽에서 왜건은 중요하다 / 사진=오펠


하지만 조용히 단종되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그 와중에 새로 등장하는 모델도 있습니다. 안 팔리는 거 뻔히 알면서 말이죠. 특히 고급 브랜드 콤팩트 세단들이 그렇습니다. 이미 아우디가 A3의 세단형을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고, 최근에 공개된 벤츠의 A클래스 세단(롱바디)도 중국 시장을 필두로 유럽에서도 판매하려 하고 있습니다.

S3 세단 / 사진=아우디

A클래스 롱바디 세단 / 사진=다임러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는 다량 판매에 대한 기대보다는 라인업을 풍성하게 해서 틈을 없애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확보하겠다는 그런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국 시장 등, 세단을 선호하는 유럽 외 지역이 콤팩트 세단의 주요 타깃이지만 유럽에서의 자존심 싸움도 양보할 수 없을 테니까요.

i30 패스트백 / 사진=현대자동차


또 조금 특이한(?) 케이스라면 현대를 들 수 있겠네요. 현대의 파생모델 i30 패스트백은 전형적인 세단의 형태가 아닌, 이름에서처럼 패스트백 타입을 하고 있습니다. 세단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해치백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도 관심을 끌 만한 그런 전략형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나 팔릴지는 미지수이지만 아무튼 이런 시도는 현대가 나름 유럽 시장에 여전히 신경을 쓰고 있고, 더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몸부림쳐도, 나 좀 봐달라 제아무리 꽃단장을 해도, 유럽에서 세단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주류가 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죠?


추가 링크 : 다음 칼럼 코너에 올린 글 주소 링크 겁니다. 최고 경영자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경영 윤리가 어떠 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해서 쓴 글입니다. 

http://v.auto.daum.net/v/o8PjAkEg6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