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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틈을 노려라' 지프 레니게이드와 볼보 S60 CC


새로운 자동차가 등장하면 기다렸다는 듯 기존 모델들은 진검승부를 펼치자며 달려듭니다. 이 도전에 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겁니다. 하나는 싸움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싸움을 피해가는 것이죠. 오늘 소개할 모델들은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피했다고만 볼 수 없는 게, 게릴라전처럼 언제 어떻게 공격해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JEEP의 레니게이드와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가 그렇습니다. 


레니게이드, 이 귀여운 녀석을 보게나


사진=Jeep

 

작년에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공개가 됐던 레니게이드의 모습입니다. 일단 이름부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은데요. renegade는 '배신자, 배교자, 변절자, 반역의' 등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아니 무슨 자동차의 이름이 이 따위야?) 그렇다면 도대체 얘는 뭘 배..배신..배 배..반했다는 걸까요? 


지프라는 브랜드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옵니다. 지프=짚차. 오프로드에 최적화 되어 있는, 아주 전형적 마초 모델만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번에 나온 레니게이드는 기존 지프의 성격과는 상당히 다른 자동차라고 할 수 있죠. 요즘 한창 유행을 타고 있는 소형 SUV 시장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정통 오프로드 스타일을 하고 있지만 도심형 소형 SUV로 봐도 하나 이상할 게 없다는 겁니다.  


지프 체로키. 사진=Jeep


랭글러 같은 각잡는 것에서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녀석과, 최근에 나온 체로키 형제들은 인상 험하기로는 또 역시 둘 째 가라면 서러워 할 수준이죠. 수십 년을 이처럼 군용, 혹은 오프로더로서의 강한 이미지로 자리한 Jeep가 컴패스 보다도 작은, 그러면서 뭔가 형들과는 다른 중성적 매력까지 내뿜는 막내를 내놓은 건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진=Jeep


사진=Jeep


사진=Jeep


보면 알겠지만 어느 구석 하나 각진 곳이 없습니다. 모서리는 모두 둥그렇게 처리를 해버렸고, 전면 인상은 귀엽기까지 합니다. 특히 주목할 게 차의 크기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주 묘한 지점에 자리하고 있거든요. 레니게이드를 소형 SUV라고 부르기엔 다소 크고, 그렇다고 그 위급인 콤팩트 SUV라고 하기엔 또 조금 작습니다. 한 번 비교를 해볼까요?


소형 SUV 티볼리                 : 전장 4,195 / 전폭 1,795 / 전고 1,590 / 휠베이스 2,600 (mm)

지프 레니게이드 크기           : 전장 4,232 / 전폭 1,803 / 전고 1,689 / 휠베이스 2,570

콤팩트 SUV 지프 컴패스       : 전장 4,440 / 전폭 1,800 / 전고 1,670 / 휠베이스 2,640

기아 스포티지                     : 전장 4,440 / 전폭 1,855 / 전고 1,645 / 휠베이스 2,640


보통 요즘 나오는 소형 SUV는 전장이 4.2미터를 넘지 않는 편입니다. 티볼리가 좀 사이즈가 커서 그렇지 푸조 2008이나 르노 QM3와 레니게이드 차이는 좀 더 벌어지죠. 그리고 그 위 콤팩트 SUV는 대체로 4.3미터 이상, 4.4미터 정도의 길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지프 레니게이드는 소형과 콤팩트 SUV의 정확히 사이에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다른 포지션을 하고 있는 것이죠.


거기다 스타일도 기존의 도심형 SUV들과는 다릅니다. 오프로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젊은 고객들의 시선을 끌 만한 깔끔하고 귀여운 스타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프로더 같으면서 아닌 듯, 아닌 거 같으면서도 오프로더로서의 자격을 갖고 있는, 독특한 크로스오버형 자동차, 이게 레니게이드가 아닐까 싶네요.


사진=Jeep


사진=Jeep


사진=Jeep


사진=Jeep

실내 역시 젊은 감각을 많이 부여했고 지프 홍보 영상도 비교적 젊은층에 초점을 맞춘 듯 보입니다. 낮은 110마력의 엔진을 장착해 젊은 고객들에게 가격 부담을 덜어줬고, 심지어 도로에서 연비 아끼라고 9단 자동 변속기까지 적용이 되어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들이 이 차의 연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도심형 SUV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편의장치를 적용할 수 있고 제법 핸들링도 좋아 최근 아우토모토운트스포트의 비교 평가에서는 4개의 SUV 중 스코다 예티의 뒤를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운전이 재밌다는 평가가 있었고, 비교테스트를 진행한 한 기자는 그랜드 체로키를 제외하면 지프가 내놓은 가장 매력적인 모델이라고 칭찬했습니다. 레니게이드에 반대 의견을 던진 전문기자도 있었는데요. 그 이유가 재밌습니다. "너무 차가 아기자기하잖아요~" 라는 것이었네요.


또 다른 전문지 아우토차이퉁에서도 성능과 연비효율성, 디젤엔진에 사륜 구성, 그리고 운전의 재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피아트 500의 SUV 모델인 500X를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스타일이 주는 매력은 레니게이드가 훨씬 더 좋다는 게 제 느낌입니다. 이 정도면 젊은 남성 뿐만 아니라 레토나나 록스타 같은 차를 좋아했던 중장년 층까지도 관심을 가질 만하고, 무엇보다 여성 운전자들도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가졌다고 보여집니다.  


가격은 상위 트림의 경우 컴패스를 넘어서기 때문에, 지프 측에선 레니게이드를 컴패스와는 다른 콤팩트 SUV로 홍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레니게이드는 사이즈와 비례해 가격을 이해할 게 아니라, 이 차가 가지고 있는 성능이나 독특한 포지션, 그리고 멋진 스타일 등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사진이나 동영상 등으로 보면 실내에 플라스틱 소재가 다소 많이 쓰인 거 같아 그 점이 좀 걸리긴 하는데, 날 풀리면 시승 신청해 타보고 다시 의견을 내도록 하겠습니다.이 독특한 '반역자'의 앞날이 저는 무척 기대가 되는군요. 


사진=Jeep


사진=Jeep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 독특함인가 모호함인가


사진=볼보


볼보는 다소 저평가된 우량주 같은 그런 브랜드가 아닐까요? 특히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더 그렇습니다. 회사가 가려는 방향성과 그 곳으로 나아가는 일관된 모습 등은 참 모범적이라 할 수 있죠. 개인적 취향과도 맞아서 좋아하는 편인데요. S60 처음 나왔을 땐 아내를 위한 최고의 차라 생각할 정도로 좋아했고 주변에 추천을 하고 다녔습니다. 그렇다고 볼보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브랜드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가끔 볼보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게 되는데, 그 땐 현대차 비판할 때 보다 더 부담을 갖게 됩니다. 반응들 너무 거칠어요.


뭘 얘기하려는데 이렇게 뜸을 들이는지 눈치 채셨나요? 현재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모터쇼에 볼보가 세단으로는 아마도 최초일 거라고 생각되는 S60 크로스컨트리를 선보였습니다. 크로스컨트리는 볼보의 온오프 겸용 이름이고 현재 V40, V60 등에 이미 적용돼 있습니다. 다만 V시리즈는 모두 왜건이고,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나 폴크스바겐 파사트 올트랙 역시 왜건입니다. 심지어 볼보는 XC70라는 SUV 같은 왜건을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선 베테랑입니다. 그런 볼보가 왜 6.5센티미터나 지상고를 끌어 올린 세단 크로스컨트리를 동급에서 또 내놓은 걸까요? 

   

사진=볼보


사진=볼보


사진=볼보

 

볼보 측은 북미시장을 겨냥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미국모터쇼에 맞춰 출품한 거겠죠. 그런데 현재 V60 크로스컨트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중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다양성 측면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모델이라 본다 해도, 세단 S60를 들어올린 느낌 이상의 변화를 스타일에서 줬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BMW 3시리즈 GT가 참고도가 되었어도 좋겠다 싶었는데요. 장거리 주행 시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GT카의 장점과, 온오프 겸용이 주는 장점을 합쳐 보다 복합적인 기능과 이미지를 부여했다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매력적인 차가 되지 않았겠나 생각됩니다. 일단 사진이 아닌 실물로 봤을 때 이 껑충한 느낌이 많이 지워질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V60 크로스 컨트리. 사진=볼보


사진=볼보



▶둘 다 웃을까 둘 다 울까?


지프 레니게이드와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는 딱히 경쟁 모델이 없는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길을 달리게 될 겁니다. 레니게이드 경우 같은 플랫폼을 쓰는 피아트 500X나 미니 컨트리맨 등이 경쟁 모델이 될 수 있지만 (유럽에선 스코다 예티가 가장 명확한 경쟁상대) 오프로더 스타일을 한 온로드 겸용 SUV라는 점에서 자신만의 개성이 분명 있다고 봅니다. 볼보 S60 CC 포지션은 말할 것도 없고요.


레니게이드는 작년 말부터 판매에 들어 간 상태입니다. 아직 판매량이 얼마나 올라왔는지 몰라 단정짓긴 어렵지만 실패할 모델은 아니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움직임을 누가 쉽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라면 이 두 차량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시겠습니까? 두 개 모두 성공할까요 아니면 실패할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둘 중 어느 것이 성공하고, 어느 게 실패할 거라 보십니까? 쉬운 듯 어려운 게 이런 틈새시장 공략용 모델들의 성공 예측이 아닐까 싶습니다.


레니게이드. 사진=Jeep


S60 크로스컨트리. 사진=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