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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향한 3 가지 시선


티볼리가 연일 관심 대상입니다. 쌍용자동차가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뒤 내놓은 첫 번째 자동차라는 점에서 그렇고, 소형 SUV 붐이 일고 있는 시점에 나온 모델이라는 점에서 또한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쌍용차 평택 공장의 굴뚝 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들 주장은 간단한데요. "우리도 티볼리를 조립하게 해주세요." 입니다. 오늘 저는 이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복직과 관련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하려 합니다. 


티볼리 이미지. 출처=쌍용 e카탈로그 캡쳐



해고자 복직 문제를 보는 세 가지 시선


2009년, 중국 상하이차가 먹튀 논란 속에 손을 털고 나가면서 쌍용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때 조립 라인에 있던 많은 이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죠. 옥쇄파업 중 노사는 합의안을 만들었고, 무급휴직(약 450여 명), 희망퇴직(약 1,900여 명), 그리고 정리해고(약 160여 명) 등의 방법으로 전체 인원의 37%에 해당하는 약 2,650여 명이 작업장을 비워야 했습니다. 


4년이 지난 2013년,  2009년 당시 노사 합의가 어렵게 지켜지며 무급 휴직자들이 생산라인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희망퇴직자와 당시 끝까지 퇴직을 받아 들이지 않다 정리해고된 사람들입니다. 최근 마힌드라 회장이 티볼리 론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회사가 흑자전환을 이루면 퇴직자 복직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말했죠.


정확하게 얘기하면 희망퇴직자를 복직 우선 순위로 두고 더 인력을 충원할 만한 상황이 되면 정리해고자들의 복직까지도 고려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150여 명의 정리해고자 복직 문제를 크게 3가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복직은 안된다'


첫 번째 시선은 복직 반대입니다. 무급휴직자들이 복직된 이후 모 경제지는 이런 기사를 썼죠. '쌍용차 노조와 복직자들의 분위기가 좋다. 이런 노사간 협력 분위기 속에서 정리해고자들의 복직 주장은 시대에 뒤떨어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라고 분명한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언론 뿐 아니라 사회 일각에서는 '회사를 망친 강성 노조원들' '빨갱이들' 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복직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쌍용차 파업에 참여 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게 사실이냐고요? 네. 특히 노조원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한 교사가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은 빨갱이라고 말했다는 건 잘 알려진 내용입니다. 미국인들이 위대한 경영인으로 평가하는 헨리 포드에게 큰 흠이 있었다고 한다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무차별적 탄압을 가했던 부분입니다. 그는 빨갱이 유대인들이 노조를 만들어 회사를 망친다고 판단했는데, 70~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 등식은 대한민국에서 유효해 보입니다.


과거 쌍용차가 어렵게 된 것은 경영진의 잘못된 회사 운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상하이 자동차의 기획 부도 의혹 등도 여전히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망친 것이 노조원들 때문이라는 시선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복직 반대 목소리는 의외로 굳건한 토대 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복직 지금 이뤄져야 한다'


1월 11일 '굴뚝데이' 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피켓 샘플. 출처=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돕는 언론인들이 만드는 '굴뚝일보' PDF


두 명의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굴뚝에 올라간 이유는 153명이 낸 해고 무효소송에서 대법원이 회사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1심에서 해고가 정당하다 판결이 내려졌고, 그 후 증거가 보강되면서 고등법원은 해고가 부당했다며 1심 판결을 뒤엎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쌍용차의 손을 들어줬죠. 결국 법으로 해결할 수 없게 된 이들은 자신들의 억울함과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절박한 뜻을 품고 굴뚝 위로 올라갔습니다. 


6년째 접어들고 있는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피폐해 있었습니다. 다른 일 얼마든지 찾으면 될 거 아니냐는 사람들의 비난도 있지만 쌍용차 해고노동자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그들을 반기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살아야 하니 막일이든 뭐든 닥치는 대로 했지만 심리적으로 무너진 그들에게 경제적 상실감까지 더해져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제 쌍용차가 이들을 불러 들이는 일만이 유일한 희망일 뿐입니다. 


일감이 없는데 어떻게 불러들이느냐는 현실적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럽식 일감 나누기를 통해 얼마든지 2000명 안팎의 희망퇴직자와 정리해고자를 불러 들일 수 있다는 분석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와 현재 쌍용차 노동자 모두 일정 부분 희생을 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또한 당장 쉽지 않아 보입니다. 



'순차적 복직이 맞다'


많은 이들이 이 순차적 복직에 동의하지 않나 싶습니다. 포털 댓글들만 봐도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도 있는 거지' 라는 의견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노동자도 큰 의미에선 회사 그 자체입니다. 함께 회사의 발전을 위해 뛰는 존재들이지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회사 주장처럼 지금 쌍용차는 정상화 과정에 있고, 티볼리가 잘 팔려 흑자로 돌아선 다음 회사의 약속을 기다리는 게 맞다는 주장은 어찌되었든 설득력 있게 국민에게 들립니다. 


더군다나 이런 주장 이면엔 '귀족노조'라는, 자동차 노동자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한 몫 거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귀족 노조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 입장에선 화나고 답답하겠지만, 현대차 노조가 주장했던 '자녀 특혜 채용 요구' 등은 누가 봐도 정규직 노조의 횡포일 뿐입니다. 업무 중 주식 투자를 한다거나 도박에 빠진 노동자들이 사내 감사에 걸렸다는 뉴스 등을 볼 때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일부의 문제가 너무 크게 부각되어 버린 감도 있지만 갖가지 복지 혜택 다 누리고, 높은 수당과 급여를 받는 자동차 생산직 직원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혹은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더 많은 가난한 노동자와 직장인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나마 순차적 복직에 동의하는 것이 다행인 줄 알라는 어느 네티즌의 이야기는 차갑고도 날카롭게 다가 옵니다. 



3가지 관점의 충돌


굴뚝일보에 실린 이미지. 출처=굴뚝일보 PDF


세 가지 시선은 분명 나름의 근거 위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날카롭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자신들 주장이 옳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회사는 복직 문제를 정치 공세나 외부 압력으로 해결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회사가 안정화 되는 2~3년 뒤에 복직을 본격 논의하자며 당분간은 대화가 없을 것임을 내비췄습니다. 그룹 회장이 그나마 굴뚝 위 사람들과 트윗을 주고 받고 쌍용지부 노조위원장을 만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라 할 수 있을 수준입니다.


여기에 더해 복귀 반대론자들은 시위에 회사가 굴복하면 수 많은 굴뚝 시위가 생겨날 거라 걱정합니다. 당장의 복귀를 외치는 입장에선 이런 목소리들이 큰 장벽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가 나오게 되는 걸까요? 솔로몬이 와도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이 팽팽한 대립을 저는 소비자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누가 저들 보다 열심히 티볼리를 조립할 수 있을까


먼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워내야 할 시선은 '귀족 노조'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일하게 해달라고 외치는 150여 명이 과연 배부른 노동자가 되고자 저런 시위를 하는 걸까요? 아닐 겁니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절박한 외침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해직노동자들은 조립에 숙련된 이들입니다. 저들이 라인에 들어가 티볼리를 조립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나 어렵게 되찾은 일자리입니까. 그들이 과연 허투루 조립을 할까요? 그 누구 보다 소중하게 만들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숙련된 노동자가 최선을 다해 조립하는 차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저들이 혹여 게으름 피우고 귀족노조 소리나 듣게 된다면, 지금 함께 복직을 주장하는 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끼겠습니까. 그러니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회사 측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티볼리 성공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쌍용차 임직원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코란도C가 겨우 세상에 나왔을 때 그간의 노력에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을 붉혔던 이유일 사장에게는 쌍용차 성공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그들의 입장과 마음도 이해합니다.이처럼 해고노동자와 회사 경영진의 바라보는 지점이 지금은 다릅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두 지점이 만나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내야 하겠죠.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회사측은 계속해서 흑자구조가 되고 판매량이 늘어나면 순차적 인력 충원이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해외 수출도 해야 하고 또 티볼리 외에 또 다른 모델도 내년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입장인지라 인력 확보는 분명 필요합니다. 다만 이 계획을 희망퇴직자나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구체화시켰으면 합니다.



쌍용과 마힌드라에겐 오히려 기회다


복직의 기준이 되는 목표 판매량은 얼마이고, 복직 되었을 때 어떤 근로조건으로 할 것인지 등을 지금 구체화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모범적 복귀 계획안이 마련된다면 복직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응원이 쌍용차를 향할 것입니다. 판매량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미국 시장 진출을 염원하는 마힌드라 회장 입장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극적 계기가 마련되니 나쁠 게 하나 없습니다. 


일각에서 얘기되고 있는 티볼리 불매운동에 대해선 무조건 반대합니다. 불매운동이 쌍용차 압박의 도구로 이용되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실제로 이게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도 의문이고, 설령 큰 영향을 끼쳐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하죠. 과연 그게 누구에게 좋은 일이 될까요? 서로의 주장이 만나 합일점을 찾기 위해선 대립과 비난 보다는 이솝우화 '해와 바람'처럼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특히나 지금 해고노동자 복직 문제의 해법으로 더 그렇습니다.


굴뚝 위에 있는 김정욱 이창근 씨는 해고노동자들을 대표해 회사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 대화는 너는 잘못했고 나는 잘했다는 자기 주장의 일방적 일갈이 아닙니다. 일하고 싶다. 함께 하고 싶다는 사회적 약자들의 마지막 외침입니다. 그 외침에 귀 기울이는 것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세가 아닐까요?  


누구나 계약서를 씁니다. 사업을 하든, 직장을 구하든, 집을 얻든, 무엇을 하든. 모양만 다를 뿐 우린 누구나 누군가의 갑이 될 때가 있고 을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갑과 을 모두의 입장을 이해하고 접근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갈등과 반목보다는 이해와 화해가 더 커지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70미터 굴뚝 위에 머물고 있는 두 중년의 가장들이, 언 손 녹이며 소주잔 기울이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