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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거물들이 말하는 독일의 전기차 미래



늘 전기차 관련해 포스팅을 하게 되면 몇 가지 걱정을 하게 됩니다. 우선 재미가 없다는 점. 대체로 자동차 블로그를 찾는 분들이 친환경차나 미래 이동수단의 동력원이 무엇이 될 것이냐는 것에 대해서 아직까진 관심이 덜한 편입니다. 당장 내 문제 당장의 변화가 아닌 점도 있겠고, 또 지금 내연기관이 주는 그 자동차 본질적인 즐거움을 빼앗길 수 있다는 그런 불편한 시각들이 있기 때문이죠.

 

아파트 문화인 우리나라에서 전기로 자동차를 밤새 충전해야 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등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거기다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는 좀 더 현실적인 이유도 전기차를, 혹은 전기차 이야기를 꺼리는 요소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저의 좁은 시야에서도 세상의 변화는, 특히 자동차의 변화는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누구도 미래의 일을 장담할 순 없겠지만 여튼 자동차가 전기차가 됐든 수소연료전지차가 됐든, 아니면 또 다른 것이 되었든 무언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큼은 말씀을 드릴 수 있겠는데요.

 

이런 관점에서 오늘 전기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제 얘기는 아니고요. 독일의 최대 일간지 빌트의 주말판이라고 할 수 있는 빌트 암존탁이 폴크스바겐 CEO인 마틴 빈터콘, 그리고 독일의 교통부장관인 페터 람자우어와 함께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과연 독일 정부에서 2020년까지 전기차 백만 대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이게 가능하겠느냐는 그런 내용이었죠.

 

자동차 기준 왼쪽이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 회장. 오른쪽이 독일 교통부장관인 페터 람자우어

 

긴 내용은 아니지만 자동차 산업의 선두 주자 중 하나인 독일의 전기차 산업, 그리고 자동차 환경의 미래에 대한 관점에서 내용을 한 번 읽어보셨음 좋겠습니다. 그러면 인터뷰 내용으로 들어가 보죠. 약간의 의역도 있고, 정확하게 번역을 못한 부분도 있으니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빌트 :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66세가 되면 은퇴를 하죠. 혹 일부는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마틴 빈터콘 씨의 66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당신은 무얼하고 있나요?

 

빈터콘 : 일단 저는 2016년까지 회사와 CEO로서 계약이 되어 있어요. 그 때까지 할 일이 참 많아요. 다음 세대 자동차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도 짜야하고 나름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빌트 : 2018년까지 VW가 세계 1위 판매회사가 되려고 하는데 가능한가요?

 

빈터콘 : 우린 그때까지 매 년 천만대씩 자동차를 팔려고 합니다. 8%의 (세전)수익율도 기대하고 있죠. 무엇보다 고객과 직원들 모두 가장 만족스러워할 수 있는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이 4가지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데, 전 긍정적으로 봅니다.

 

빌트 : 경전기차인 e-UP이 당신의 사업 계획에 포함되어 있나요?

 

빈터콘 : 사실 e-UP과 앞으로 나올 e- 골프는 제가 요즘 테스트용으로 계속 타고 다니고 있어요. 사무실에서 집까지 약 40km 정도 거리 다니는 걸 전 아주 좋아합니다. 더 긴 거리의 경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같은 다른 형태의 차를 탑니다.

 

빌트 : 그러면 교통부장관께서도 전기차로 바꾸실 의향은 없습니까?

 

람자우어 : 우리 교통부도 업무용 차로 전기차를 일부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가족도 관심이 높죠. 우린 물레방아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를 집에 갖추고 있는데요. 전기차로 앞으로 바꿀지 아닐지는 아내와 딸아이의 의견에 따라 결정될 겁니다.

 

* e-UP : 한 번 충전으로 150km 정도 거리를 달릴 수 있습니다. 30분 충전으로 전체 배터리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는 게 폴크스바겐 측의 설명입니다. 전기로만 달릴 때 최고속도는 시속 135km/h.

 

빌트 : 작년에 4160대의 전기차가 등록됐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실용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죠. 이런 상황에서 2020년까지 독일 내에서 100만 대를 팔겠다고 하는 계획이 현실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빈터콘 : 그건 전기이동수단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예요. 순수 전기차뿐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연료 전지차, 장거리 전기이동 수단 등을 전기차 범주에 넣느냐 안 넣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죠.  

 

빌트 : 그게 7년 안에 가능하다는 건가요?

 

빈터콘 :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10년에 우리에게 물었었죠. 백만대 목표를 현실적으로 보느냐고요. 난 가능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우선 우리 그룹의 경우만 보면, 7월부터 e-UP이 나오게 됩니다. 가을엔 골프 전기차가 나오게 되죠. 거기다 아우디 A3도 전기차 버젼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또 골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추가될 거고요. 포르쉐는 이미 파나메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나와 있습니다.

 

이미 우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테크놀러지는 자리를 잡았다고 보고요. 전기차와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의 가치도 실현했습니다. 시내에서도 탈 수가 있고, 긴 장거리의 경우 내연기관을 돌려 운전을 할 수 있는 그런 차를 요즘 점점 고객들이 원하고 있어요. 판매는 앞으로 늘어날 거라 봅니다. 이렇게 차가 많이 팔리면 차의 비싼 가격은 낮아지겠죠. VW은 이런 변화, 기술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잊어서는 안되는 게 있어요. 우리의 연비 효율이 좋은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을 원하는 고객들은 여전히 많고, 아직 긴 시간 이런 내연기관은 유지가 될 것이라는 점이죠.

 

람자우어 : 우리에겐 지금 보다 더 매력적인 전기차가 필요합니다. 독일 메이커들의 경우 내년까지 15개 전기차 모델을 내놓게 됩니다. 이 중 4개는 옆에 계신 마틴 빈터콘 회장님이 계신 VW의 것이죠. 이런 계획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목표 달성을 신뢰 안 할 이유 없다고 봅니다. 뭐든지 첫 시도가 어려운 법지 그 다음은 아니에요. 판매는 가파르게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 작년에 토요타의 경우 처음으로 자사 하이브리드 라인업 모두의 판매가 1백만대(120만대 이상)를 넘어섰습니다. 불과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판매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제 이런 판매의 상승곡선은 미국과 유럽 메이커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더 오르게 될 것입니다. 현재로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하이브리드, 그리고 전기차가 뒤섞여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이네요.

 

빌트 :  그렇다면 연방정부차원에서 전기차를 구매할 때 혜택을 주게 되는 겁니까? 이를 테면 한 대당 5천유로 정도 지원을 해준다든가 하는.

 

람자우어 :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미 전기차에 대한 혜택은 있습니다. 자동차세를 면제해주고 있고 비싼 배터리 비용에 대한 환급 혜택 등이 그런 것이죠. 또 우리는 전기차용 주차장을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거기다 버스 전용차선에서 전기차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열심히 검토하고 있죠. 금액에 대한 혜택 보다는 그런 돈을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빈터콘 : 제 경험으로는, 당장 차를 사고자 하는 동기 부여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길게 보면 전기차 그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 올려 상품성을 키우는 쪽에서 답을 찾는 게 맞다고 봐요. 그게 결국 고객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입니다.

 

빌트 : 그러면 하나 묻죠, 왜 국가가 이런 전기차 사업에 거액을 지원하고 있나요? 어차피 지금 자동차 기업들은 돈을 잘 벌고 있잖습니까.

 

빈터콘 : 우린 사실 이미 엄청난 금액을 이 부분을 위해 투자했어요. 

 

빌트 : 그럼 국가의 도움이 없다면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인가요?

 

빈터콘 : 물론 아니죠. 하지만 국가의 도움은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겁니다. (다른 사업의 동기부여)

 

람자우어 : 정부의 투자는 잘된 투자로 봅니다. 이런 전기이동수단 사업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중소기업들이 굉장한 효과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빌트 : 월요일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독일 자동차 산업협회가 만나게 될 텐데, 그 때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게 되나요?

 

빈터콘 : 전기이동순환사업에 대해서는 각각의 자동차 회사들에게 지원을 해달라고 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의미 있고 필요한 인프라 구축엔 투자가 필요함을 말할 예정입니다.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화나 별도의 추가 확장 등은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 역시 전기차의 확장성은 충전의 용이함에 달렸다 봅니다. 가정의 경우 충전 설비를 쉽게 설치할 수 있지만 현재 주유소 만큼의 전기 충전소를 만들기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빌트 : 전기차 전용도로 얘기가 나오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람자우어 : 네 지금 실제로 테스트 중에 있어요. 현재 전기차 번호판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결정이 났습니다. 그밖에 각 종 교통의 혜택을 어떻게 부여할지를 놓고 계속 점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빌트 : 메르켈 총리에게 자동차산업계에서 요구한 게, 기후보호에 대한 자동차 환경 기준을 너무 까다롭게 정하지 말아 달라는 거였죠? 만약 이 부분이 너무 심하게 되면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는데,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빈터콘 : 전 자동차업계의 우려가 맞다 봅니다. 지금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보는 기준은 연비 리터당 25km에 이산화탄소 배출 95g/km죠. 그런데 브뤼셀 (EU)에서는 75g 혹은 65g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현재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건 희망사항이지 현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일이 될 거예요.

 

람자우어 : 회장님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기후보호는 중요하지만 그 요구가 업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어선  안될 것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도 산업계가 실행할 수 있는 그런 현실적인 대답이 지금은 필요하다봅니다.

 

빌트 : 좀 엉뚱한 질문 하나 드리죠. 스위스에서는 경영진이 회사 내 최저 임금자 대비 최대 12배까지만 연봉을 받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을 시민들이 발의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 독일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마틴 빈터콘 회장님의 생각이 궁금하군요.

 

빈터콘 : 에...;;; 우리는 작년에 약 115억유로(약 16조 6천 억)를 벌었습니다. 이 중 세금을 50억유로(7조 2천 억)냈죠. 독일에서만 30억 유로의 세금을 냈고, 나머지에서 약 17% 정도의 금액이 직원들 복지 비용과 보너스, 그리고 0.3%가 이사진들의 인센티브였습니다. 독일에서 성공적으로 기업이 유지되기 위해선 좋은 급여는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람자우어 : 아 저는 이 문제가 정치적인 접근 보다는 기업인들 스스로 알아서 결정해야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마틴 빈터코른 회장이 즉답을 피했군요. ㅎㅎ 그는 작년에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해서 약 200억 원 정도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은 인센티브였죠. 그런데 이 금액은 빈터코른 회장이 90억 가까운 연봉을 자진 삭감한 금액이었습니다. 너무 많이 받는 것도 국민정서상 옳지 않다고 얘기한 후에 이뤄진 조치였고, 이사진들의 보너스도 일정 기준 이익 이상일 때만 받기로 내규를 바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페터 람자우어 교통부장관은 비교적 합리적인, 그리고 일 열심히 하는 장관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남부독일 바이에른 주에 거점을 둔 CSU(기독교사회당) 소속입니다. 앙겔라 메르켈 소속의 CDU(기독교민주당)와파트너인데요. CDU가 바이에른에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CSU는 바이에른 주에서만 활동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독일 내에선 가장 보수적인 정당입니다.

 

세세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지만 전기차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그리고 독일과 같은 곳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대략 분위기 정도는 파악이 되셨으리라 봅니다. 된다 안된다 여러 의견들이 있는데요. 어쨌든 전기차는 이제 먼 이야기만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좋은 한 주의 시작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