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의 힘, 미션, 핸들링, 제동력 등 자동차의 주행성은 가치 평가의 핵심적 요소죠. 그런데 이런 것 말고도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따질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다양해 보입니다. 오늘도 그런 '다른 관점'에서 차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이 있어 공유하려고 합니다.
여기 9대의 자동차가 있습니다. 시트로엥 DS5와 BMW 5시리즈 GT를 제외하면 비교적 신차들입니다. 아무튼 준중형 해치백과 세단에서부터 소형 SUV과 중형급 SUV까지 골고루 차를 선정해서 아우토빌트가 재미난 실험을 하나 했는데요. 좌석/ 승하차/ 편안함/ 기기 작동법/ 옵션/ 기본가라는 6개 항목별로 비교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면요. 좌석의 경우 시트와 핸들과의 조화를 얼마나 잘 설계했는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시야 확보를 위한 시트 조절 기능, 좌석의 편안함, 크기 등이 함께 체크되었고요. 승하차 항목은 말 그대로 차에 타고 내릴 때 얼마나 편안한지를 전 좌석에 걸쳐 조사를 한 것이고요. 편안함은 주행 시의 편안함으로 이 항목엔 엔진 소음과 풍절음, 서스펜션 등이 체크 대상입니다.
기기 작동법의 경우는 차의 전체적인 크기와 시인성이 핵심 체크 내용인데요. 시인성은 바깥을 바라보는 것 외에 실내 각 종 버튼들의 배치와 이게 얼마나 한눈에 잘 들어오는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사이드 미러와 관련된 내용도 추가돼 있습니다. 옵션 항목은 제논라이트의 적용 유무, 오토미션 적용 가능성과 비용, 기타 어시스던트 시스템이 얼마나 적용이 가능한지, 또 SOS 시스템 등이 있는지 등이 체크됐습니다.
참고로 SOS 시스템은 응급상황 시 차 안에 SOS버튼이 있는 차들이 있는데요. 이걸 사용하게 되면 최우선적으로 구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티 세이프티 시스템이라고 해서 추돌 시 일어나는 차의 자동화 반응체계가 있죠. 아시는 것처럼 급 제동하게 되면 열린 창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안전벨트가 조여지는 등이 그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격은 차의 트림이 얼마나 넓느냐입니다. 쉽게 말해 저렴하게 구입가능한 깡통 모델이 있느냐, 있다면 그게 가격이 어느 정도이냐 등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유럽에서 생산되지 않고 수입되는 자동차의 경우는 불리한 내용이라 보이기 때문에 감안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6개 항목의 총 점이 100점 만점이고 이 총점을 가지고 9개의 자동차 순위를 정해봤습니다. 과연 어떤 차가 어떤 부분에서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지금부터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9위. 시트로엥 DS5
아우토빌트의 총평에 따르면 이 차는 시야가 안 좋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차의 앞과 뒤공간을 감을 잡기 어렵고 서스펜션도 기대만큼 좋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이 차는 SOS 버튼 등이 모든 버젼에 적용돼 있는 게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나이 드신 운전자들에겐 추천하기 어려운 차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시승을 했을 때도 이 차에 적용하는데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뒤쪽 시야가 많이 좁고 불편해서 답답한 느낌을 줬습니다. 각종 버튼의 경우 위치도 다르고 불편한 게 몇 가지 눈에 띄는 모델이었는데요. 차가 세단과 SUV의 중간쯤 된다고 해야 하나? 암튼 지상고가 높아 시트 포지션도 높은 편이짐나 타고 내릴 때 그닥 편안한 느낌은 주지 않았다고 아우토빌트는 평했습니다. 그러면 항목별 점수를 보실까요?
좌석 (20점 만점) : 10점
승하차 (20점 만점) : 10점
편안함 (20점 만점) : 7점
기기 작동 (20점 만점) : 8점
옵션 (10점 만점) : 6점
기본가 (10점 만점) : 4점
총점 : 45점
8위. 현대 싼타페
"Groesse ist nicht alles" 아우토빌트가 싼타페를 평가하며 표현한 내용인데 우리 말로 옮기면 "큰 것이 다가 아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일단 큰 차체에 문이 활짝 열리는 구조고 좌석 역시 차가 크고 높은 덕에 높은 편인데요. 따라서 타고 내릴 때 비교적 편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단점은 문을 활짝 열고 탄 후에 문을 닫으려면 팔을 힘겹게 쭉 뻗어야 한다고 합니다. 주차 시 버튼을 누르면 핸들이 가벼워지는 기능이 있어 좋다고 하네요. 그런데 옵션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이유는 패키지 적용 때문인데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이나 오토매틱, 제논 라이트 등을 적용하기 위해선 다른 것들을 같이 구매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싼타페의 경우 유럽에서 생산되는 모델이 아니고 한국에서 조립돼 유럽으로 넘어 온 차량이죠. 아무래도 이런 경우엔 유럽에서 생산되는 유럽산 차들 만큼 옵션 선택의 폭이 넓을 수 없습니다. 사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유럽의 차들도 옵션 선택은 자유롭지 못한데요. 그 점은 이해를 해야겠죠. 물론 이러한 이해는 내수 시장에선 얼마든지 고객이 원하는 옵션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돼 있어야 할 겁니다. 자 그럼 싼타페의 평가점수를 볼까요?
좌석 (20점 만점) : 8점
승하차 (20점 만점) : 16점
편안함 (20점 만점) : 9점
기기 작동 (20점 만점) : 9점
옵션 (10점 만점) : 3점
기본가 (10점 만점) : 3점
총점 : 48점
7위. 스코다 라피드
VW 그룹 내 있는 스코다가 최근에 내놓은 준중형 세단 모델인데요. 기본 가격과 기기 작동 항목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시트 포지션이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타고 내리기가 좋은 편이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후방 시야가 나쁜 점은 아쉬웠습니다. 또 엔진음이 크고 오토매틱을 적용하려면 상위 트림을 구입해야 해서 비용이 상당히 많으 드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제논 라이트는 적용이 안되는 모델입니다. 싸고 튼튼하고 공간력 좋다는 스코다의 방향성이 이 차에서도 그대로 느껴지는 거 같네요. 평점 보실까요?
좌석 (20점 만점) : 7점
승하차 (20점 만점) : 9점
편안함 (20점 만점) : 8점
기기 작동 (20점 만점) : 19점
옵션 (10점 만점) : 2점
기본가 (10점 만점) : 10점
총점 : 55점
6위. 메르세데스 A클래스
A클래스는 차가 이전의 실용적 모델이 기능과 스타일의 모델로 바뀌면서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나게 됐는데요. 역시 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아우토빌트 역시 나이가 있는 운전자들에겐 더 좁게 느껴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키 큰 사람이 타고 내릴 때 불편하고 뒷좌석이 좁은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습니다. 트렁크의 구조 역시 짐을 싣기에 다소 불편하게 설계됐다고 했네요.
좌석 (20점 만점) : 12점
승하차 (20점 만점) : 8점
편안함 (20점 만점) : 10점
기기 작동 (20점 만점) : 13점
옵션 (10점 만점) : 8점
기본가 (10점 만점) : 5점
총점 : 56점
5위. 혼다 CR-V
CR-V는 승하차 항목에서 1위에 올랐네요. 전체적으로 차의 문이 가볍고 넓게 열려서 좋았고요. 의자도 좋은 편이라고 평가됐습니다. 다만 시트 등받이가 조금 더 길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하네요. 뒷좌석 역시 타고 내리기 좋았지만 이 차 역시 밤에 제논 라이트를 사용하고 싶은 고객은 비싼 패키지 옵션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다만 오토미션은 패키지 없이 적용이 된다고 합니다.
좌석 (20점 만점) : 9점
승하차 (20점 만점) : 19점
편안함 (20점 만점) : 15점
기기 작동 (20점 만점) : 10점
옵션 (10점 만점) : 5점
기본가 (10점 만점) : 6점
총점 : 64점
4위. 포드 B-MAX
미니밴 B-MAX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뒷문은 미닫이 형태고요 앞문과 뒷문 사이에 B필러 (기둥)이 없습니다. 타고 내리기 편하겠죠? 그런데 평가팀은 생각만큼 편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문도 좀 무거워 불편했다고 하네요. 다만 휠체어 등을 싣고 내리기엔 좋다고 합니다. 이 모델 역시 제논 램프 적용 안됩니다. 다만 오토매틱은 단독으로 적용이 가능하고 추가로 시티 세이프티 기능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좌석 (20점 만점) : 13점
승하차 (20점 만점) : 12점
편안함 (20점 만점) : 12점
기기 작동 (20점 만점) : 16점
옵션 (10점 만점) : 4점
기본가 (10점 만점) : 9점
총점 : 66점
3위. BMW 5시리즈 GT
"좋다. 하지만 비싸다" 잡지의 평가 제목입니다. 역시 고급 GT카 답게 옵션과 안락함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후방 시야가 별로 좋지 않은 단점이 있었구요. 시트 앉는 부분 끝 쪽이 타고 내릴 때 약간 걸리적 거리는 점이 있다고 합니다. 선택 사양이 개별화 적용이 가능해서 운전자가 자신에 맞는 시스템만 장착을 할 수 있습니다.
좌석 (20점 만점) : 18점
승하차 (20점 만점) : 14점
편안함 (20점 만점) : 19점
기기 작동 (20점 만점) : 5점
옵션 (10점 만점) : 10점
기본가 (10점 만점) : 2점
총점 : 68점
2위. 폴크스바겐 골프
좌석 부문에서 1위에 오른 골프입니다. 시트가 편안하고 소음이 적으며 전체적으로 편안한 차량이라고 평가됐습니다. 일상용으로 타기엔 최적화 되어 있다고 칭찬을 하고 있었는데요. 단점은 DSG 같은 거 적용하려면 기본 트림은 안되고 상위 트림으로 가야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제논 램프도 원하면 패키지가 아닌 단독 적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예전에 한 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지만 골프는 트림도 다양하고 옵션도 비교적 저렴하고, 원하는 옵션만 따로 달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운전자가 원하는 사양만 선택할 시에 패키지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것 달고 더 돈 내는 것보단 낫지 않나 싶네요.
좌석 (20점 만점) : 19점
승하차 (20점 만점) : 11점
편안함 (20점 만점) : 17점
기기 작동 (20점 만점) : 15점
옵션 (10점 만점) : 9점
기본가 (10점 만점) : 8점
총점 : 79점
1위. 오펠 모카
"골치거리가 없는 차" 오펠 모카를 1위에 올리며 아우토빌트가 단 제목입니다. 소형 SUV이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차라는 게 결론이었는데요. 일단 운전석에 앉으면 전방 시야는 물론 실내를 한눈에 잘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타고 내리는 것도 편하고 가솔린 엔진의 경우도 조용한 편이라 평가됐습니다. 뒷좌석 폴딩할 때도 힘들이지 않고 쉽게 접었다 폈다를 할 수 있고 옵션도 비교적 다양하게 적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오토매틱의 경우 디젤엔진 모델에만 장착이 된다는, 다소 황당한 경우가 단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역시 패키지 옵션 탓에 좀 비용의 추가적인 지출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아쉬워했습니다. 항목별 평가는 어땠을까요?
좌석 (20점 만점) : 17점
승하차 (20점 만점) : 17점
편안함 (20점 만점) : 16점
기기 작동 (20점 만점) : 18점
옵션 (10점 만점) : 7점
기본가 (10점 만점) : 7점
총점 : 82점
예상밖으로 오펠 모카가 1위에 올랐습니다. 1위에 오른 항목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거죠. 같은 플렛폼을 쓴 쉐보레 트랙스도 과연 같은 결과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카가 좋은 차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비슷한 테스트를 아우토모토운트슈포츠지에서도 했는데 역시 거기서도 모카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항목별 순위를 제가 별도로 체크를 해봤는데, 그 내용을 한 번 보시죠.
좌석 : 1위 골프 / 2위 5시리즈 GT / 3위 모카 / 4위 B 맥스 / 5위 A클래스 / 6위 DS5 / 7위 CR-V / 8위 싼타페 / 9위 스코다 라피드
승하차 : 1위 CR-V / 2위 모카 / 3위 싼타페 / 4위 5시리즈 GT / 5위 B 맥스 / 6위 골프 / 7위 DS5 / 8위 라피드 / 9위 A 클래스
안락함 : 1위 5시리즈 GT / 2위 골프 / 3위 모카 / 4위 CR-V / 5위 B 맥스 / 6위 A 클래스 / 7위 싼타페 / 8위 라피드 / 9위 DS5
기기 작동 : 1위 라피드 / 2위 모카 / 3위 B맥스 / 4위 골프 / 5위 A 클래스 / 6위 CR-V / 7위 싼타페 / 8위 DS5 / 9위 5시리즈 GT
옵션 : 1위 5시리즈 GT / 2위 골프 / 3위 A클래스 / 4위 모카 / 5위 DS5 / 6위 CR-V / 7위 B맥스 / 8위 싼타페 / 9위 라피드
기본가격 : 1위 라피드 / 2위 B맥스 / 3위 골프 / 4위 모카 / 5위 CR-V / 6위 A 클래스 / 7위 DS5 / 8위 싼타페 / 5시리즈 GT
이렇게 보면 싼타페의 경우 수입차로서의 옵션과 가격 부분을 제외하고 봐도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승하차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9개의 모델들 중 하위급 평가를 받은 건데요. 과연 이에 대한 현대차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메이커들이 옵션에 있어서는 너무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데요. 원하는 옵션만 구입하기도 어렵고, 또 낮은 트림에선 아예 오토미션 적용이 안된다든가, 패키지로 옵션을 선택하면 가격이 너무 높다든지 하는 것 등은 메이커들이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이 포스팅을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현대차 엔지니어 한 분이 본인의 차가 싼타페라면서 과연 어떤 평가가 나왔는지 궁금하다고 반응을 주셨습니다. 또 어떤 분은 친구가 이 차를 구매하려고 계획 중인데 좋은 정보가 될 거 같다고 부탁을 해오셨고요. 그래서 준비를 해봤는데 그 외 분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우측에 새로 단 배너에 대한 포스팅을 하면서 많이 좀 도와달라 부탁을 드렸는데, 딱 현재까지 12명이 회원 가입을 해주셨더라고요. 에효~ 3년 자동차 블로그로 쌓은 인덕이 이것밖에 안되나 싶어 막 슬펐습니다. ㅎㅎ 그러니 관심 갖고 참여해주시고요. 거기 자유게시판에서 자동차 얘기도 많이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읽느라 고생들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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