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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르노그룹 한국 내수시장에 관심 있긴 있나?

 

오늘은 그 동안 계속 불안불안한 시선으로 지켜 보고 있는 르노삼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옮겨 적는 것이니 그 점은 충분히 감안을 하고 봐주셨음 좋겠습니다.

르노삼성은 요상한 회사입니다. 초기 삼성자동차 시절 닛산의 품질력을 그대로 들여와 한국 시장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자리를 내렸었죠. 한 때 SM 시리즈가 잘 나가면서 부산에 제 2공장을 짓는다는 얘기도 나오고 했었으니까요. 그러다 르노그룹으로 완전히 넘어가면서 일본 닛산의 색채가 빠지고 프랑스식 디자인과 플랫폼을 가져오며 분위기는 급속하게 냉각되게 됩니다.

 

지난 1월 르노삼성의 한국 내 판매대수는 3850대. 요즘 잘나간다는 독일의 BMW가 1월에 판매한 3266대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한국에 조립라인을 가지고 있는 메이커가 국내에 공장 하나 없는 고가의 수입차 브랜드에 자칫 판매에서 역전이 되는 상황에까지 몰린 것인데요. 그러게 되면 르노삼성으로서는 굴욕도 그런 굴욕이 없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르노삼성을 바라보는 르노닛산얼라이언스 (줄여 르노그룹이라고 하죠)의 대응 전략이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여간 이상하게 보이는 게 아닙니다. 제가 이해를 제대로 못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르노그룹이 한국 내수시장에 대해 개의치 않을 만한 어떤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점유율 끌어올릴 맘이 있나?' 싶게 보이는 행동들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거든요.

 

 

1. 디자인에 왜 신경을 안 쓰나?

르노삼성 관계자들만 모르고(?) 누구나 다 아는 르노삼성자동차의 가장 큰 판매부진 원인은 디자인입니다.  르노삼성에서 SM7 컨셉카를 공개했을 때 일반인들은 물론 경쟁업계 관계자들 조차 긴장을 했었습니다. '아 르삼이 드뎌 터트리나 보다.' 뭐 이런 생각을 한 거겠죠. 그런데 막상 양산모델 나온 걸 보고는 경쟁 업체들이 일제히 안도했다고 합니다. 잔뜩 흥분해 총알 장전했던 소비자들의 배신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어쨌든 요즘 나온 SM시리즈들을 보면 구매욕을 강제로 꺾는 분위기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디자인이 최종적으로 오케이 사인을 받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연비효율성이나 차에 대한 신뢰도는 과거부터 이어온 그 영향력 덕인지 유지가 되고 있긴 합니다만, 자동차란 게 사람이 마음이 동해야 지갑을 열어 구매하는 거지 신뢰만 가지곤 이 치열한 판에서 고객을 확복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과연 르노삼성은 아니 르노그룹은, 이런 걸 정말 몰랐던 것일까요?

 

 

2. 생산기지화에 모든 게 모아지고 있다

한국 내수시장에 르노그룹이 관심이 크지 않다는 또 다른 근거는 앞으로의 신차 관련 계획들 때문입니다. 르노그룹이 작년에 대대적으로 선언했었죠. 우리 돈으로 1700억 정도를 르노삼성에 투자하겠다고요. 당시 기사들을 보면 새로운 모델을 생산하기 위한 라인 구축에 상당부분 돈이 들어갈 것 같았습니다. 그 새로운 모델은 닛산의 SUV '로그' 후속이라고 알려졌죠.

 

근데 이 모델은 한국 내에서 생산만 했지 정착 판매는 안하는 모델입니다. 전략 북미쪽으로 수출만 하는 것이죠. 그것도 최근에 나온 얘기들을 보면 이 로그 후속 생산을 위해 100억 정도를 들인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1700억 중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로그 생산을 위한 비용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물론 이런 생산을 통해 국내 부품협력사들이 수출의 길이 열린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과거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방안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내용일 뿐입니다. 또한 그들이 현재 벌이고 있는 르노삼성 자본유출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협력사 수출과 관련된 부분은 미미할뿐입니다. 그리고 로그 후속을 한국에서 조립해 판매하려는 계획에 한미 FTA의 효과를 보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도 짚어 봐야 할 겁니다.

 

현재 판매 중인 닛산 '로그'

생산기지화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질 노만 르노 아태 총괄사장은 "아.태 판매 증대를 위해 부산 공장은 중요하다." 카를로스 곤 회장은 "품질은 좋으나 생산 효율성엔 문제가 있다." 등의 발언만 해댔습니다. 책임 있는 사람 누구 한 명 디자인팀을 보강하겠다.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르노삼성의 신모델을 출시하겠다는 등의 발언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반문 하실 겁니다. 르노가 쉐보레의 트랙스와 맞붙기 위해 캡쳐를 들여온다지 않는가? 라고요. 네 맞습니다. 국내 생산이 아니라 들여오는 겁니다. 르노삼성 현 사장도 질 노만 아태 총괄도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일단 캡쳐를 수입해서 팔아보고, 반응이 좋으면 그 때가서 르노삼성 공장에서 생산 판매하는 걸 검토해보겠다고요. 그런데 이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프랑스 공장에서 한국으로 수입된 차라면 가격적인 면에서 일단 트랙스와 경쟁이 안되는 건 뻔합니다. 그런데 이게 반응이 좋으면 국내 생산으로 돌린다?  일단 프랑스쪽 노조가 순순히 응할 것인지부터 문제고, 또 이전에 팔던 수입가격과 다른 국내 생산 가격과의 간극을 소비자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도 문제입니다. 수입차로 샀는데 조금 후에 국내 생산되는 국내제품이 되는 차. 이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요? 저는 르노가 내수 시장에서 숫자적인 점유율 늘리기를 위한 얄팍한 수를 쓰는 거라고밖엔 이해가 안됩니다.

 

소형 SUV '캡쳐' 유럽에서도 곧 판매가 시작됩니다

현재 르노삼성의 수출과 내수의 비율은 거의 7:3 수준입니다. 또한 핵심 엔진이나 미션 등은 여전히 수입을 하고 있죠.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에게 부품을 팔고, 기술료라고 해서 받아 가는 등의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입니다. 르노삼성은 내수에서 죽을 쑤고 있지만 정작 르노그룹은 이 르노삼성을 통해 엄청나게 짭짤한 돈을 벌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오죽하면 죽지 않을 만큼만 살려놓고 계속 노역을 시키는 악덕 노예상 같다고까지 하겠습니까. 누가요? 제가요...ㅡㅡ;

 

최근엔 이 문제로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의혹을 받아 700억원의 추징금을 내라는 통보를 르노삼성은 받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기술료(로얄티)나 부품가격 등을 내부자 거래 방식으로 탈세를 했다고 국세청은 보고 있고, 르노측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국세청이 근거도 없이 이런 큰 외국계 회사를 건드릴 일은 없어 보입니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이 생산기지화 역시 장담을 못하는 실정이란 건데요. 르노그룹 고위직들의 계속된 부산 공장의 효율성 언급엔 바로 시간당 생산 단가를 더 낮춰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언제든지 공장을 중국으로 돌릴 수도 있다는 얘기로 연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3. 현지화 없는 르노그룹?

결국,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르노그룹은 한국 내수시장에서 한국 공장을 돌려 그 힘으로 점유율을 높일 마음은 없는 게 아닌가, 불안한 짐작을 하게 됩니다. 현재 르노삼성의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올 해 판매 목표를6만 5000대로 잡고 있습니다. 한 달에 5,000대 이상을 팔아야 나오는 수치인데 현재로선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질 노만이란 사람은 내수 점유율 10%는 되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6만 5000대 팔아야 내수 점유율 5% 수준이 됩니다. 신차를 부산공장에서 만들어 한국에서 팔 것도 아니고, 기껏 공장에서 차를 만드는데 그건 또 수출 전용 모델일 뿐이고.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르노의 캡쳐를 수입해서 판다고 과연 10% 달성이 가능할까요? 오히려 르노삼성 사장은 현실적으로 잡았는데 질 노만인지 뭔지 하는 사람은 직접적으로 자기 입으로 한국의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뭐를 하겠다는 말 한 마디 없이 10% 달성하라고 사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국내영업본부장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프랑스 사장이 직접 맡아 영업과 마케팅을 책임지게 됐습니다. 아무리 영업부 출신이라고 해도 전혀 문화와 환경이 다른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프랑스인이 얼마나 이런 악조건들을 뚫고 르노삼성을 다시 10% 점유율까지 끌어 올릴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이 미워라 하는 현대기아는 적어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그 시장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고, 이게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르노삼성은 철저하게 프랑스화 전략(?)을 구축해 한국 시장에서 뛰고 있으니, 이게 과연 제대로된 경쟁이 될 수 있을까요? 좀 다른 얘깁니다만 최근 대형 직장 내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는 법을 어긴 기업들이 공개 됐는데 그 중 르노삼성도 포함이 되었습니다. 전 오히려 이런 부분들을 통해 르노삼성의 진심, 진정성을 체크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정말 내수 시장이 중요하고, 이 시장에서 건강한 경쟁을 당당히 하겠다고 한다면 이런 직원들 복지 문제에 오히려 관심을 쏟는 게 맞지 않겠냐는 거죠.

 

보세요. 어느 것 하나 기대할 만한 게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 드린 내용들은 모두 언론을 통해 공개된 객관적 내용들입니다. 제가 상상력을 가지고 없는 얘기 꾸며 한 게 아니란 거죠. 르노삼성도 나름 다양한 행사도 개최하고 있고, 고객과의 3대 약속이니 뭐니 해서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앞서도 잠깐 얘기했듯 이건 매우 지엽적인 행위들일 뿐이지 본질적인 해결의 방안은 될 수 없습니다.

 

한 때 요 위에 보이는 차와 같은 모델을 몰고 다닌 오너의 입장에서 르노삼성, 아니 르노그룹에게 부탁 좀 합시다. 여전히 과거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 한국의 고객들에게 더 이상 실망을 주지 마십시오. 그리고 지금이라도 한국 내수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진정성 있는 의지를 표명하고 실천해주길 바랍니다. 앞서 얘기한 모든 것들이 그저 기우이고 과장된 얘기들이라 비판을 받아도 좋으니 먹튀소리 듣지 말고 깨끗하게 경쟁하고 회사 키워나가세요.

 

그것만이 당신들 르노가 책임 있는 자동차 그룹으로 한국인들에게 박수받는 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