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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좌충우돌 언론 맞짱기

테슬라라고 들어 보셨나요? 웬만큼 자동차를 좋아하는 분 아니면 잘 모르는 메이커일 겁니다. 차를 좀 알아도 순수 전기차 만드는 이 신생 업체에 대해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분들도 많으실 거구요. 저 역시 아직까진 깊은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인데요. 그런데 이 전기차 회사의 팔자(?)가 참 억세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일들이 있어 오늘은 그 얘길 좀 해보려고 합니다.




테슬라 모터스는 2003년에 젊은 사장 엘론 머스크가 세운 회사죠. 엘론 머스크하면 IT 결제시스템 회사 페이팔의 공동창립자입니다. IT계의 스타였죠. 그러던 그가 이베이에 페이팔이 넘어갈 때 자신이 갖고 있던 페이팔 주식을 다 팔아서 세운 게 바로 테슬라였습니다. 사실 아이언맨에 나오는 주인공 있죠? 이름이 뭐더라? 암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은 그 역할의 실제 모델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이 엘론 머스크인데요. 71년 생이니까 비교적 젊죠? 테슬라 외에도 우주산업이나 태양광 관련 사업체도 세웠다고 하는군요. 보통 인물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2003년에 테슬라 모터스가 세워지고 나서 자신들의 이름으로 순수 전기차가 나온 게 2008년 일입니다. 바로 위에 보여드린 테슬라 로드스터가 그 첫 작품인데요. 이 첫 작품이 나오자 마자 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다름 아닌 BBC가 만든 세계적인 프로그램 '탑기어' 사건이 그겁니다.



제레미 클락슨 가만 안둬!


테슬라는 탑기어 측의 요청에 따라 두 대의 로드스터를 프로그램에 제공했습니다. 당시 프로그램을 본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제레미 클락슨이 직접 탑기어 전용 테스트장에서 주행하며  테슬라 로드스터를 소개를 하게 됩니다. 처음은 이 차의 가속력에 깜짝 놀라며 극찬하는 장면으로 시작이 되는데요. 어느 순간 로드스터가 주행 중 시동이 꺼지며 스텝들에 의해 거대한 차고로 밀려 들어가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방전되어 차가 멈춰버린 거죠.


이후 다시 충전하는 동안 다른 모델로 계속 시승하고 스티그의 랩타임까지 이어집니다. 문제는 그 방전된 부분이었어요. 테슬라 측에선 나중에 차량을 조사해 보니 실제 배터리가 25% 이하로 떨어진 기록이 없다고 밝히면서 탑기어 측을 악의적인 프로그램이라며 영국 법원에 고소를 했습니다. 이게  2011년 3월 경 일입니다. 엘론 머스크는 탑기어의 방송 때문에 로드스터의 판매에 막대한 피해가 갔고(그들 말로는 4백만 달러 정도), 이에 따라 소송을 했습니다.


그런데 영국법원은 탑기처 측의 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탑기어의 드레그 레이스는 누구나 과장되었다는 걸 안다. 아무도 일반도로에서 제레미 클락슨처럼 차를 타진 않는다." 라는 식으로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서 탑기어는 자동차 정보 프램이기 보다는 자동차라는 소재를 이용한 쇼프로그램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이 판결 이후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자국 메이커 조차도 영국 생산차량이 아니면 욕하기 일쑤인 프로그램 아니냐. 영국식 유머, 그냥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으로 이해하면 된다. 라는 옹호부터. 무슨 소리냐 장난으로 돌을 던졌는지는 몰라도 그 돌에 개구리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선 얼마나 속이 타겠냐. 등의 비판론까지 뜨거웠었습니다.


어쨌든 입 막 놀려 갖은 고생을 하는 탑기어이기에 별별 일을 다 겪고 있는데요. 첫 차를 내놓고 세계적인 프로그램에 제공을 했는데 그렇게 취급을 당했으니 테슬라 입장에선 억울하고 화가 났을 법도 합니다. 일단 제레미 클락슨은 순수 전기차가 가지고 있는 특성, 그러니까 의외로 좋은 성능, 하지만 충전과 비싼 가격의 문제 등을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다소 과장되이 부각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목숨이 걸린 문제였던 거고요. 


이 간극이 결국 고소로까지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쨌든 이 일 후에 테슬라는 모든 차량, 특히 언론에 제공되는 차량의 경우는 주행 데이타를 회사 측이 완전히 파악(모니터링)할 수 있게끔 해놨다고 합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테슬라는 좋은 반응을 조금씩 이끌어 냈습니다. 정부 정책에 의해 엄청난 장기 저리 융자도 받고 다른 제조사들로부터 투자나 제휴 등의 다양한 제안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최근에 테슬라는 미국을 달군 뜨거운 테슬라 모델S라는 차를 새롭게 내놓게 됩니다.


모델S는 나오자마자 타임지에 의해 '올해의 발명품'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의 '올 해의 차'에 선정되는 기쁨을 맞보게 됩니다. 일단 차를 보면 외관의 경우 스타일이 전기차라는 느낌 보다는 클래식한 고급 세단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죠? 뒷모습은 영락없는 재규어네요. 


일단 이 차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뉩니다. 한 번 충전으로 각각 225, 320, 430킬로미터를 갈 수 있고, 이 거리에 따라 차 가격은 5만 달러대, 7만 달러대, 그리고 10만 달러대로 나뉘게 되죠. 성능은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 E 클래스와 견줄 수 있는 정도가 되도록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배터리는 일본 파나소닉 걸 사용하게 있습니다. 


올해의 차를 선정한 모터트렌드가 이 차의 연비를 테스트한 거리는 약 340킬로미터였습니다. 그리고 에어컨을 켜고 정속 주행을 했을 때 여러 명의 연비를 평균냈더니 약 리더당 32킬로미터 가까이 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220볼트 가정용 전기 기준으로 8시간 전후로 완전 충전이 되는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테슬라는 수퍼차저라는 초고속 충전소를 계속해서 건설 중이고,


여기서는 30분 정도 충전하면 (완전 충전은 아닌) 약 250킬로미터의 거리를 갈 수 있다고 테슬라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내의 경우 센타페시아는 저 17인치짜리 터치스크린만이 유일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다소 썰렁한 느낌을 주는 실내이지만 저 터치스크린 만큼은 매혹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에 롱버텀님이 직접 테슬라를 보고 실내를 찍어 사진을 제게 보내주었는데, 그 분 소감도 같았어요. 실내는 저 스크린 하나 외엔 볼 게 없다는 거.


근데 가만 보면 아시겠지만 버튼이나 스위치가 없어요 차가. 저 터치스크린으로 모든 제어가 되는 겁니다. 한마디로 태블렛PC 17인치짜리가 들어가 있는 게 됩니다. 여기서 네비게이션이나 인터넷 기능을 물론 에너지 회생모드를 조절하고 스티어링 모드와 그밖의 자동차의 기계적 기능들을 제어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터치 스크린에 익숙한 분들에겐 반가운 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오작동이나 고장에 대한 불안 요소가 있어 보인다는 게 저의 느낌입니다.



뉴욕타임즈 가만 안둬!

어쨌든 미국에선 지금 무척 잘나간다고 합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젊은 IT 부자들이 매우 선호할 만한 그런 자동차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인데요. 이러한 모델S가 최근에 뜻하지 않은 암초를 하나 만났습니다. 뉴욕타임즈의 존 브로더라는 자동차 기자의 시승기가 문제였는데요. 한 겨울 워싱턴 DC에서 보스턴까지 운전해갔습니다. 아마 1박 2일의 여정이었던 거 같습니다.


문제는 이 기자가 모델S의 경우 최대 400Km의 거리까지 완전 충전으로 달릴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했고, 매우 짧은 거리밖에 못 가서 차가 서버렸다는 식으로 기사를 쓴 것입니다. 그런데 테슬라 측, 그러니까 엘론 머스크는 자신들이 주행 자료를  체크해 보니 기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했고, 결국 뉴욕타임즈와 테슬라 측은 서로 자신들이 맞다며 대립을 하게 됐습니다.


일단 테슬라 측에선 기자가 완전히 충전도 안 했을 뿐더러 밤새 충전을 하지 않아 방전된 차량을 타고 운전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기자는, 자신은 테슬라가 알려준 충전소에서 두 번 제대로 충전을 했고, 루트가 오락가락했던 건 수퍼차저 충전소를 찾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했습니다. 또 밤새 충전을 해야 한다는 걸 테슬라 측에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엘론 머스크 또 열받았는데요. 같은 조건에서 다른 저널리스트들에게 다시 테스트를 받게 하겠다고 공언을 한 겁니다. 이게 지난 2월 초의 일입니다. 지금 정확이 얼마나 사건이 진행되었는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완전히 충전을 했다고 해도 전기차의 특성상 충전기를 빼는 순간부터 방전이 된다는 걸 이 기자는 몰랐던 (아니면 의도적일 수도 있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마트폰이랑 같은 이치인데...


테슬라 오너들은 이 기자를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승기 기사 이후에 테슬라 주식이 1.2%인가가 실제로 떨어졌거든요. 대단하죠? 상황이 이러니 엘론 머스크가 가만있진 않았을 건 뻔한 일입니다. 이렇게 해서 테슬라와 뉴욕타임즈의 진실 게임은 자동차 팬들에겐 매우 흥미로운 사건으로 남겨지게 됐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사건을 보면서 그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우선 '신생 메이커 자리잡기 참 힘들구나.' 하는 점이고요. 또 한 가지는 전기차에 대한 이해도도 아직 낮고 바라보는 관점이 정립이 안된 상태라 그런지 보는 위치에 따라 전기차를 긍정적이게, 또는 부정적이게 볼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더운 날씨 보다 추운 겨울에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이 더 떨어진다는 사실이나 충전의 시간적 제약 등, 산재되어 있는 문제점들을 감안한다면, 아직은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 세계에 동등하게 진입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저런 노력과 열정이 개척자의 기본 자질이 아닌가 싶기도 해서 한편으론 테슬라가 안쓰럽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멋진 길을 가기 위해 멋진 도전을 펼치고 있구나 싶어 응원을 하게도 됩니다.


전기차의 친환경성 논란은 일단 다음 기회에 나누기로 하고요. 오늘은 그냥 테슬라의 좌충우돌 언론 맞짱기라는 가벼운 관점에서 읽어주셨길 바랍니다. 멋진 주말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