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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현대자동차 부회장님의 반쪽짜리 고민

오늘은 모처럼(?) 현대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뭐 내수시장을 휘어잡고 있는메이커 답게 기대도 크고 비판의 분량이나 깊이도 단연 으뜸입니다. 어쨌든 관심의 진동으로만 놓고 보면 삼성과 쌍벽을 이루지 않나 싶은데요. 이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에 대해 쓴소리를 매번 한다는 게 어떤 면에선 참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현대나 소비자나 모두 잘 되자는 차원에서 하는 얘기이니 너무 고깝게 듣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며칠 전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발언이 화제가 됐었죠. 내수시장에서의 비판을 인식하고 있는 듯, 이런 식으로 고객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이태리 피아트처럼 될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피아트 역시 이태리시장의 절대 강자였습니다. 페라리, 란치아, 크라이슬러, 알파 로메오, 마세라티 등,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게 만드는 메이커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회사인데요. 한 때  70% 가까이 이태리 시장을 쥐고 있던 피아트가 독과점 시장에서 보일 수 있던 횡포를 보이다 결국 점유율이 급전직하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차의 성능이나 상품성은 피아트가 현대에 한 수 아래 수준이죠. 그래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내수시장에서 비판의 강도가 점점 커간다는 점에선 피아트의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어쨌든 정부회장은 피아트를 반면교사로 삼으려고 하고 있는 거죠.

그는 인프라가 아무리 좋아도 고객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를 직원들에게 했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죠. 특히 A/S 현장이나 영업소 등에서 받는 고객의 불편함을 언급했는데요. 판매촉진대회에서 한 얘기라서 이 쪽에 초점을 맞춘 거 같습니다. 뭐 오너가 이런 자기비판의식을 갖고 있다는 건 바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회장이 한, 적어도 드러낸 얘기만 가지고는 현대차는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의 쓴 맛을 계속 볼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현대차의 문제가 현장 서비스의 부족에서 오는 것일까요? 저는 그게 아니라는 걸 다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분의 반쪽, 아니 10분의 1쪽짜리 고민 외에 나머지 10분의 9가 뭔지를 소비자 입장에서 간단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상대적 박탈감

최근에 모 프로그램에서 차량 부식과 관련된 문제를 다뤘습니다. 하부코팅이 일부 모델들에서 제대로 안되어 있고, 방수처리가 미흡해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간 것인데요. 현대는 안전상의 이유가 아니라는 법적 근거를 들어 리콜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선 어땠나요?

실제 그 나라로 수출되는 현대차의 하부는 매우 성실(?)하게 방청작업이 이뤄져 있었습니다. 뭐 현대에선 수출국가의 법적 근거를 들어 얘기를 합니다. 국가별 차량 판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추다 보면 차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안전벨트나 아연도금 문제가 그렇습니다.

그나마 내수도 최근들어 아연도금율을 70%까지 올렸다고 했는데요. 3~4년 후에  어떨지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겁니다. 한국에선 안전상의 문제가 아니라 리콜을 하지 않은 똑 같은 문제를, 미국에서는 40만 대 이상 리콜 처리했다는 겁니다.

그 리콜의 이유가 바로 안전상에 문제가 있다는 거였죠. 똑 같은 사안에 대해 어디선 안전상의 이유가 아니라 리콜이 안되고, 어디선 안전상 위험해 리콜을 한다? 아무리 "차체가 내수용 수출용 똑같다.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내외수는 똑같다" 라고 현대가 얘기를 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대응의 차이도 한 몫하는 겁니다.

제가 한국에서 현대차를 탄다고 해도 이런 소식을 들으면 어찌 운전자로서 서운한 마음이 크지 않겠어요? 가격이 저렴한 부분은 미국시장의 특성상, 그 잘났다는 독일차들도 예외없이 디스카운트 하는 것이지만. 이런 점들도 솔직하게 얘길하고 도전자의 입장이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면 국민들이 막귀 아닌 이상 못 알아 먹지 않을 겁니다.

 

2. 솔직하지 못한 기업

사실 우리나라 재벌, 기업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업의 윤리나 사회적 역할 보다는 자신들의 이윤극대화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는, 그럼으로 인해 자꾸 소비자를 속이거나 비겁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등이죠.

예전에 기아 카니발 3열 좌석에 에어백 없었는데 카탈로그엔 있다고 했었죠? 뭐 단순한 실수라고 얘기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치졸한 수법 정도로밖에 안보이는 짓입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연비효율성의 심각한 편차는 또 어떻습니까? 제조사들이 연비가 실제 주행 때 보다 과장될 순 있지만 현대 기아차의 연비 문제는 신뢰를 많이 잃었습니다.

신형 그랜저나 벨로스터 터보의 일산화탄소 유입 문제 등에 대해서도 현대차는 너무나 솔직하지 못한 대응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걸 다 까발릴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감추고 속이는 것이 정당화 되어서도 안되는 것 아닐까요? 이런 것들이 시나브로 쌓여가면서 불신의 벽은 높고 커지는 것입니다.

 

3. 운전 좀 하세요~

제가 들은 얘기 중에 가장 황당했던 말은, 현대차 최고위 분들은 개발되는 차 혹은 벤치마킹하는 경쟁모델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냥 종이로 된 보고만 받는답니다. 그러니 제원상의 마력과 토크, 연비나 실내 공간 등이 어느 정도 되면 그것으로 "우리차가 더 좋네?" 이러고 마는 거 아니겠어요?

차라는 건 타봐야 아는 겁니다. 화성에 그 좋은 주행장 있잖습니까? 거기서 경쟁차도 몰아보고 자신들이 만드는 차도 타보면서 엔지니어들과 뭔가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체면 같은 건 의미 없어요. 토요타 회장이나 애스턴 마틴 회장처럼 누가 서킷을 달리라고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제발부탁입니다. 자신들 차 열심히 타보고 현장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그런 자동차회사다운!!! 경영진들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덧붙여, 재무부서가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그런 회사도 아니길 바랍니다. 잘 만들어진 차, 가격 때문에 고객들 멘붕오는 소리 안들리세요?

 

4. 원가 절감도 상식선에서

폴크스바겐 차들을 시승 때문에 타보면 원가 절감에 열심이라는 느낌이 물씬 납니다. 브랜드의 명성에 비하면 소재들이 참 이해 안가는 수준의 저급한 것들도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나 불만이 없습니다. 독일사람들이 부자라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차의 기본이 좋기 때문에 그 점이 어느 정도 커버를 해주는 겁니다.

현대차는 특히나 내수시장에서 이윤을 얼마나 내고 있나요? 작년에 매출액만 77조였다죠. 영업이익도 8조가 넘는다네요. 2010년에 비하면 영업이익은 자그마치 36.4%나 늘어났다고 재무제표 분석에서 드러났습니다. 이건 모 언론에 나온 자료인데요. 문제는 판매가는 계속 상승하는데 차 한 대당 부품단가는 오히려 줄었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하청업체들 쥐어짜기를 기가막히게 잘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폴크스바겐이나 토요타를 능가하는 수준이라는 얘기인데요. 정말 현대차에서 얘기하는 상생이라는 걸 하겠다고 한다면 1차 밴드뿐 아니라 2,3차 이상의 재재하청업체들이 물건팔고 손해나지는 않게 해주셨음 합니다. 그러면서 차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성능을 키운다면 원가절감 부분적으로 눈에 띄어도 그냥 모른척들 넘어가주지 않겠어요?

 

5. 전통과 자기정체성 좀 세우시지요

맨날 하는 얘기라 하는 제가 다 지겹습니다. 자신들의 전통을 중요하게 여길 줄 알아야 브랜드에 대한 자존감도 세워지는 것이고, 그래야 소비자들도 현대차 몬다는 자부심이 생깁니다. 골프가 싸서 국민차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독일에서 골프는 싼 차 아닙니다. 보험료도 엄청 비싸요. 그래도 엄청나게 팔립니다. 골프를 탄다는 자부심들이 대단합니다.

현대도 그렇게 가야하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뭔가 자신들만의 특색과 지향점을 정해놓고 나가야합니다. 그러지 않고 백날 독일 명차들에게 묻는다...이러면 명차들은 들은 척 안 할겁니다. 속이 알찬 사람이 무서운 거지 겉이 화려한 사람이 무서운 게 아니잖아요?

이런 기본적인 것들부터 우선 해결을 해야 나머지 고민꺼리나 문제점들이 자연스레 풀려나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현대차 관계자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더모터스타에 아우디 A1 시승기 올렸습니다. 관심을 갖고 많이들 읽어주세요. 내용에 공감하는 분들은 수입사에 항의 전화라도 해서 수입해 달라 막 그러셨음 합니다. ㅎㅎ)

시승기 클릭 -> http://www.themotorstar.com/ou/ou_view.asp?bid=ou&idx=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