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기아 신형 K9 사진을 본 독일 네티즌들 반응


원래 쓰려고 했던 포스팅을 살짝 뒤로 미루고 오늘은 막 공개된 기아 K9과 관련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자동차 좋아하는 분들은 K9 공개에 관심들이 많았을 텐데요. 일단 외형을 보고  BMW와 비슷하다는  의견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심지어 언론들에서 조차 BMW5시리즈와 사진을 비교해놓을 정도였죠. 저도 처음에 딱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BMW의 여러 모델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듯했기 때문인데요.


맨 위에 사진이 이번에 공개된 K9이고, 두 번째 사진이 7시리즈, 세 번째가 5시리즈 GT입니다. 5시리즈 GT와는 헤드램프가 참 많이 닮아 있죠? 하지만 전체적인 볼륨감이나 라인은 7시리즈와도 유사점이 많습니다. 물론, 요즘 디자인이 어떤 흐름 안에서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봤을 때 특정 메이커가 딱 하고 떠오른다는 건 아쉬운 일임엔 틀림 없습니다.

특히, 피터 슈라이어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아를 BMW처럼 한눈에 기아의 차임을 알아볼 수 있게끔 만들고 싶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는 저로서는 단순히 패밀리룩의 롤모델로만 BMW를 본 게 아니라, 일정부분 디자인의 어떤 흐름까지도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내 사진 역시 그런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이쯤 되니까 독일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 빨리 소식을 전하고,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곳이 아우토모토슈포트(AMS)와 아우토빌트(AB)인데요. AMS에서는 자그마하게 기사가 단신으로 실렸고, 아우토빌트는 여기 시간으로 조금 전에야 K9 출시 소식을 실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많은 댓글이 올라온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여기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만큼은 된다 싶어 네티즌들 반응을 정리해 올려봤습니다.

과연 이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확인해보시죠.


Sven2
"BMW가 떠오른다. 차라리 좋은 짝퉁을 만드는 것이 어설픈 독창적 모델을 만드는 것 보단 낫다고 난 생각한다. 오피러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아가 아마 학습효과가 있었나 보다. 괜찮은 디자인이다."


Flop
"만약 기아가 일부러 5시리즈 짝퉁 모델을 만들었다면, bmw 5시리즈가 못한 부분들을 채워 더 잘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싶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계속 이렇게 해도 될 듯..."


Hans Hermann
"미스터 슈라이어 씨의 멋진 디자인을 칭찬해주고 싶다. 과하지 않은 디자인이 좋다. 그 급에선 어느 정도 성공을 하려면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붙어야 하는데, 베꼈다는 소리는 좀 웃기게 들린다."


 Kleinkarierter
"멋지다는 건 다른 걸 두고 말해야 한다. BMW 7시리즈가 재규어 XF로 섞여버린 그런 것들 말이지..." (재규어의 디자인을 칭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Auto123
"젠쿱 3.8이 최근에 350마력으로 페이스리프트됐다. 그 엔진이 사용될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떠오르고 있는 대기업의 괜찮은 차라고 본다. 비슷한 인테리어와 성능을 내놓는 독일차와 한국차를 비교했을 때, 가격이 지금처럼 차이가 많이 난다면 난 더이상 독일차에 관심이 없다."


asdfg
"BMW 디자이너가 기아에서 투잡하시나? 앞과 뒤, 보닛과 사이드라인 등이 BMW 5시리즈와 비슷하다. 기아가 대충 베끼는 것으로는 성에 안 찼던 모양이다. 이번엔 아예 대놓고 베껴버렸으니..."

(위에서부터 K9, 5시리즈, 7시리즈의 옆모습...)




(순서대로 K9, 5시리즈 GT, 7시리즈 뒷모습...)



Gast
"독일이나 유럽에선 고급 프리미엄 메이커가 종류도 많고 수요도 많다. 그런데 굳이 저런 기아차를 살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1~2년 된 중고 프리미엄 모델을 사는 게 낫지 않겠나 생각한다." (반응이 안 좋은 댓글이었음)


Keke
"BMW 보다 더 나은데? 뭐 대안이 될 수도 있겠군."


DAH
"왜 기아가 5시리즈를 카피 안 했지?...아 벌써 했구나!"


Alesandro
"기아, 현대 잘하고 있다. VW 회장도 유투브에서 얘기했잖아? 최근에 기아차를 둘러봤다. 긍정적인 놀라움을 줬다. 차는 저래야 한다. 필요없이 복잡할 필요 없이. 모든 게 쉽게 수리하게 되어 있다. 미래는 기아와 현대의 것이 될 것이다." (이 친구..냄새가 좀 납니다. 이 사람 말고도 아예 대놓고 한국 포털 주소 링크를 건 닉네임도 보이던데, 아마 기아 관계자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예전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서도 이제 한국적 댓글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띕니다.)


rs
"BMW에서 조금, 재규어에서 조금...그러면 괜찮은 것이 나오는 법"


Jupp aus B am Rhein
"좋은 차다. 7시리즈, A8, S클래스는 짐싸야 되겠군. 디자인이 완벽하다. 거기다 개런티까지...앞으로 성공이 보인다."


Behler
" 안타깝다. 정말 안타깝다. 최근 기아가 디자인과 품질에서 나에게 믿음을 주기 시작했는데 k9은 실망을 주고 말았다. 너무 유럽 모델들을 기준에 둔 차 같다. 왜 기아가 하필 제일 못 생긴 독일차, 5시리즈 GT를 골랐을까? 자기만의 개성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대체적으로 BMW를 베꼈다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베낄려면 저렇게 잘 베끼는 게 낫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군요. 빈정대는 거 같진 않고 진심으로 그렇게 얘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좀 재밌는 반응이었구요. 아무리 넉넉한 마음으로 보려고 해도 K9의 BMW스러움은 어느 정도 인정을 해야할 듯 싶습니다.

저는 이해가 안되는 게, 저렇게 좋은 차를 만들어 놓고 왜 디자인에서 짝퉁, 카피 소리를 듣는 위험을 선택했냐는 것입니다. K5를 통해 나름 디자인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최근에 선보인 신형 씨드 처럼 뛰어난 감각을 보여줄 수 있음에도 K9과 같은 얼굴이 되는 세그먼트의 차를 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집어넣은 경영진의 판단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정말 저 위의 어느 독일 네티즌 말처럼, 어설픈 작품을 내놓느니 안정적으로 카피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 싶은데, 그래도 그건 아니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릴 하나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발휘할 순 없습니다. 밋밋한 로고도 교체가 바람직하구요. 헤드램프나 리어램프쪽..그리고 호프마이스터킥을 그대로 차용한 듯한 뒷유리 디자인 등도 좀 더 기아만의 어떤 색깔을 입혀줬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철학과 감성의 부재로 인해 한국메이커들이 근거없는 차라는 소리가 꾸 나오는데, 디자인에서 이런 논란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아 보입니다. 다행히, 해외 고객들이 긍정적으로 본다고 할지라도 한국 고객들이 이 차를 B 메이커의 카피모델 쯤으로 여기게 된다면, 성능은 둘 째 치고 결코 판매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에 K5 처음 나왔을 때 "K5가 디자인의 정점이 되지 않고, 기아의 시작점이 되어주길 바란다."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K5를 넘어서는 기아의 작품들이 안 보이는 거 같습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K5가 너무나 잘 나온 까닭일 수도 있겠죠. 암튼 오피러스가 처음 나왔을 때 받았던 그 카피카의 설움을 K9에게도 물려줘선 안될 겁니다.  일단 지금까지의 반응은 잘 베낀 괜찮은 차 쯤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