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일은 큰 두 가지 행사로 분주합니다. 하나는 어제부터 시작된 뮌헨 옥토버페스트이고, 또 하나는 아시는 것처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고 있는 모토쇼인데요. 정말 안타깝게도 두 가지 이벤트에 직접 참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특히나 프랑크푸르트모토쇼의 경우는 그래도 명색이 자동차 블로그인데 어떻게해서든 관람을 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평일은 물론, 주말과 휴일도 프랑크푸르트에 머물지 못하게 돼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오늘은 프랑크푸르트모토쇼(이하 IAA)에 공개된 신차들에 대해 독일 자동차에디터들이 선정한 베스트카와 워스트카를 모아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선 독일의 최대 자동차매거진인 아우토빌트(Autobild)와 아우토모토스포츠(Auto motor sport) 에디터들의 선정 결과를 모두 모아 분석을 해봤습니다. 20여 명이 각각 베스트와 워스트를 선정했고, 다수의 에디터들이 복수선정을 한 관계로 자동차 댓수가 너무 많아 최소 2번 이상 언급이 된 모델들만을 소해할까 합니다.
베스트로 선정된 이유와 워스트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서도 그들의 표현을 빌어 간단하게 함께 올려 보겠습니다.
랜드로버 DC100
© SB-Medien
랜드로버 디펜더 후속 모델의 컨셉카인 DC100은 독일 에디터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논란의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베스트카 선정이 4명, 워스트카 선정에 2명이 표를 던졌는데요. 표 전체로 보면 두 번째로 많은 6명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최고의 차로 선정된 이유는 " 클래식한 랜드로버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미래형 이미지로의 변화를 잘 표현해 냈다. 사실 디펜더를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변화를 준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 디펜더의 가치는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DC100은 디펜더의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 였습니다.
반면 최악의 차로 선정한 이유로는 " 디펜더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 모자란다. " 였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선명하게 갈릴 수 있는 모델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 저는 선뜻 와닿지 않더군요. 그런데 재밌는 것이, 베스트와 워스트 선정한 에디터 모두 공통되게 한 말이었습니다.
" 저 타이어랑 휠은 어떻게 좀 안되겠니? 너무 크고 요란하다고! "
시트로엥 투빅
이것 참... 어떻게 보면 일본 애니매이션에 나옴직한 컨셉카가 시트로엥에서 나왔습니다. 베스트 1표와 워스트 2표를 얻었는데요. 찬성한 여성 에디터의 경우는 프랑스의 21세기 느와르 영화를 느끼게 해준다며 재밌는 시도를 칭찬했습니다.
반대로 워스트카에 표를 던진 에디터들의 경우, 너무 과한 디자인에 당황스러워했습니다. 재밌는 표현들이 있어 내용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 A특공대 미스터 T가 디자인을 담당했나 보군. 그게 아니라면 시트로엥이 냉장고 회사와 손잡고 새로운 냉장고 디자인을 한 걸 거야... "
볼보 YOU
두 명의 에디터가 최고의 차로 선정한 볼보의 컨셉카 YOU입니다. 사진으로 봐서는 잘 못느끼겠는데 직접 본 그들이 전하는 말로는 디자인, 공간, 디테일 등 모든 면에서 매우 훌륭하다고 하는군요. 개인적으로 볼보 콕핏이 맘에 안들어 늘 그게 아쉬움이었는데 마지막 사진에서 보시듯 실내 디자인이 비록 컨셉 모델이긴 하지만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기어쪽 디자인이 귀엽죠?
캐딜락 Ciel
두 명의 에디터로부터 최악의 차로 선정이 된 캐딜락 컨셉카 Ciel입니다. 제가 어렸을 땐 최고의 자동차 하면 캐딜락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종의 학습이 되어 왔던 것인데요. 커서 실체를 본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과거의 명성이 퇴색되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동경하던 브랜드가 이런 차를 내놓는 것 자체가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두 명의 에디터가 공통적으로 한 말은,
" 덩치 큰 카브리오. 끔찍한 디자인이다."
아우디 어반 컨셉카
© SB-Medien
올 해 아우디는 메세 정 중앙 야외에 엄청난 돌을 들여 파빌리온을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몇 종의 전기차 컨셉카들을 선보이며 BMW i시리즈와의 혈전을 예고했는데요. 하지만 아쉽게도 엄청난 공세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평가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2인승 전기 컨셉카 어반이었죠.
자그마치(?) 3명의 에디터들로부터 최악의 차에 선정이 됐는데 그 이유를 간단히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무리 전기차라 해도 자동차의 기본 틀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포뮬러1에 나갈 차는 아니지 않는가? 쇼만 있고 차는 없었다. 오버하지 마라!"
피아트 판다
양산형 모델인 이 소형 모델은 두 명의 에디터로부터 최고의 차로 선정이 됐습니다. 뭐가 특별해 두 명이나 손을 들어줬나 갸우뚱할 수 있습니다만, 이전 모델에 비해 공간확보에서 매우 발전적인 면을 보여줬고, 실내 디자인 역시 고급스럽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습니다. (그나저나 2열 중앙좌석 안전벨트는 어딨는 걸까요?)
" 소형차에서 최상급이 될 수는 없지만 이태리식 실용주의를 충분히 보여준 역작 "
비틀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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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R의 경우 한 명은 최고의 차로, 또 다른 한 명은 최악의 차로 선정했습니다. 워스트카로 선정한 에디터의 경우는 오리지널 비틀을 넘어서는 비틀은 없을 것이기에 이 후의 비틀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차는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차로 선정한 에디터는 희망 리스트에 신형 비틀은 없었지만 이번 비틀R은 돈을 주고 사고 싶은 차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독일 내에서도 논란이 많은 신형 비틀인데요. 분위기는 현대로서는 그닥 좋아 보이지 않네요.
현대 i30
© SB-Medien
현대 i30가 두 명의 에디터로부터 최고의 차로 선정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차는 유럽형인 i시리즈가 모두 디자인에서 좋아 보이는데요. 이번 i30의 경우는 준중형급으로는 이례적일 정도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후방램프의 꼬리부분은 늘 아쉽고, 실내 공기배기 디자인이 좀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외계인 형상을 하고 있으며, 스티어링 휠의 조작 버튼 부분은 여전히 골프채 헤드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매우 화려하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독일 에디터들의 평가는 아래와 같습니다.
" 깔끔한 인테리어, 모던한 기술. 전임자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 듯. 이전 모델에 비해 아주 성장한 디자인이며 퀄리티에서도 더 좋아졌다."
기아 GT
3명의 에디터로부터 최고의 차로 선정이 된 기아 컨셉카입니다. 상당히 좋은 평가들을 내렸지만 저는 글쎄요...저 너무나도 평범해 존재감마저 느껴지지 않는 기아 엠블럼을 보고 있노라면 슬퍼지기까지 합니다.
" 페터 슈라이어의 모든 작품 중 대표작이랄 수 있다. 브라보! "
" 이렇게 만들어 이 기운을 다른 양산형 모델들에게까지 전해줄 수만 있다면 기아차를 안 살 이유가 없을 것이다."
" 내가 본 IAA 전시차들 중 가장 아름답다."
스코다 미션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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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명의 에디터로부터 최고의 차로 선정이 된 스코다 미션L모델입니다. 스코다하면 VW에 의해 멋지게 부활해 지금은 모회사인 VW 모델들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선 메이커로 유명한데요. 다만 디자인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시장 공략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번 제네바 모토쇼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하더니 이렇게 심플하고 멋진 양산형, 혹은 양산형에 가까운 프로토타입의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내년에 스코다 라피드라는 이름으로 양산이 될 예정인데, 일단 유럽에서 대박이 예상되네요. 그럼 에디터들의 감상평은 어땠을까요?
"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과 같은 중동갑부들의 장난감은 아니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충분히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그런 차이다."
" 옵틱, 컨셉 모든 면에서 성공적이다. 이제 VW의 도움은 필요없다. 스코다는 세계시장을 향해 멋진 항해를 하게 될 것이다."
마세라티 Kubang
내후년에 마세라티가 판매를 시작할 SUV 쿠방입니다. 이번 모토쇼 출시작품들 중 가장 많은 5명의 에디터로부터 최악의 차로 선정이 된 모델이죠. 한 마디로 그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흔하디 흔한 디자인' 이란 것입니다.
마세라티는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이커 중 하나죠. 그런 메이커가 야심차게 내놓은 차가 뭇매를 맞는다는 게 제조사 입장에선 기분 좋을리 없을 것입니다. 정말 그 마세라티의 디자인 맞나? 싶을 정도로 밋밋한 느낌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실제 판매 시장에서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게 저의 판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 등에 너무 무심한 엔진을 얹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과연 악평들을 뚫고 판매에서 좋은 성적을 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크라이슬러가 란치아 겉옷을 입은 듯 하다!"
아우디 A2
아우디가 어반으로 이미지를 구겼다면, A2 전기 컨셉카로 그나마 체면을 살렸습니다. 두 명의 에디터가 최고의 차로 선정을 했고, 여기에 저 역시 한 표를 던졌습니다. ^^
앞으로 BMW i3과 각출을 벌일 전기차가 될 텐데요. 최고속도나 연비 등에서는 i3에 밀리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가격이 i3가 너무 비싸게(40,000유로니까 대략 6천만 원) 책정될 것으로 보여 나름 승부가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차를 선택한 에디터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렇습니다.
" A1 보다 길이가 짧지만 실내는 더 넓고 디자인 역시 매우 예쁘다. "
VW UP 패밀리
이번 IAA에서 가장 다양한 관심과 의견이 펼쳐진 모델이 바로 업입니다. 그냥 양산형 업만해도 여러 종류가 준비돼 있고 여기에 2개의 업 컨셉카까지 등장해 정신없게 만들었는죠. 업의 라인업에 대한 소개는 며칠 후에 별도로 소개를 해드릴 것입니다. 사실 엊그제 무심히 시내에서 일을 보다 홍보용 검은색 UP을 봤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이지 마음에 들었는데요. 어떤 에디터의 경우는 다소 밋밋한 디자인이란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매우 좋은 관계로 양산형 모델이 최고의 차 2표를 얻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주라 세일링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갖고 등장한 이 UP 컨셉카같은 경우는 두 명의 에디터로부터 희안한 이름, 희안한 디자인이라는 혹평과 함께 최악의 차로 선정이 되기도 했죠.
" 골프카트? 아니면 배에 바퀴 4개 달린? 것도 아니면 재벌들 자식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동독시절스러운 이 차는 꼭 달리다가 뭔가가 하나 둘 씩 떨어져 나갈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비아냥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려 4명의 에디터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버기업인데요. 이 차를 좋게 평가한 에디터들의 공통된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 제발 이 모델을 길 위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SB-Medien
그 밖에 알파 로메오 4C도 공개가 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실제로 이 차를 최고의 차로 꼽은 에디터도 있었는데요. 문제는 이 모델 역시 컨셉카로만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포드 Evos나 사진에 있는 푸조 HX1 같은 컨셉카들도 각각 최고의 차로 한 표씩 얻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사진이 아우디 파빌리온 모습인데요. 자그마치 우리돈으로 15억이나 들여 만들었지만 실내가 너무 좁고 불편해 마치 통조림 속에 있었다고 말하는 에디터까지 있었다고 하는군요. 상당히 여러명이 이 파빌리온에 대해 비판을 했습니다.
끝으로 보여드린 사진은 벤츠가 내놓은 컨셉카 F125 모델인데요. 이일환 씨가 책임자로 있는 메르세데스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타가 내놓은 미래자동차로 상당한 관심을 끌었지만 전문가들의 관심까지 이끄는 데엔 성공하지 못한 듯 보였습니다. 이 차를 워스트카로 뽑은 어떤 에디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F125는 분명, 다른 행성으로 부터 온 자동차일 거야"
그밖에 토요타의 아우리스나 아벤시스 등도 워스트카에 이름을 한 표씩 올렸는데요. 대체적으로 일본차들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법 긴 내용이었는데 어떠셨습니까? 동의하는 부분도 있으실 테고,반대의견도 있으실 겁니다. 또는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다른 모델들 중에서 나만의 베스트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차가 어떤 평가를 받든, 자동차 모토쇼에는 보며 즐거워하고, 설레여하며 꿈을 꾸는 등의 행복한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사실엔 이견이 없을 듯 보입니다. 모두 행복한 한 주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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