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맘대로 말해보기

대통령의 입, 대통령의 말, 그리고 정말로 부끄러운 것...

 

열흘 째 쨍한 날이 없는 독일의 찌뿌두둥한 날씨 속에서 대통령의 말한마디가 팔다리 힘을 쭈욱

 

빼놓는다. "선진국에서도 사고는 나지만 이번 화재는 상당히 후진적인 사고라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사건에 대한 국무회의에서의 언급이었다.

 

아직 화재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부끄럽다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쯤에서 꽁트 한 토막을 보자.

 

 

어느 아파트 단지의 전경. 한 가족이 이사를 한다. 자신들이 그리던 한 고급 아파트 단지다.

 

하지만 사서 들어온 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집들처럼 고급스럽게 가구를 배치하거나 인테리어

 

를 할 형편은 아직 아닌지라  이사 온 부부는  남들 보기 창피해 한동안 집으로 사람 초대를 못하고 있었다.

 

그저 빨리 돈을 벌어 남들처럼 집도 사고 멋있게 꾸민 뒤, 보란 듯 자랑을 할 때까지는 참고 살아가기로

 

했다. 행여 이웃에서 방문한다고 할까, 행여 집을 들여다 보고 누가 콧방귀라도 뀌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부부에게 어느 날 학교 갔다 온  자식놈이 불쑥 친구들 몇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부모의 맘을 헤아릴 바

 

없는 아들이 야속했지만 부모는 무리하게 비싼 과자와 음료로 대접한다. 다른집 아이들과의 격을 맞추려

 

는 눈물겨운 노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아이가 그만 낡은 가구에 부딪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부는 너무 너무 창피했다. 자신들의 집이 전세가 아니었더라면, 자신들의 집이 좀 더 비싸게 잘 꾸며져

 

있었더라면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냥 괴롭고 자신들이 부끄러워졌다.

 

사실 이들 가족은 열심히 살았다. 반지하 월세방을 벗어났다.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햇살 잘 드는 새

 

집으로 이사를 왔다. 비록 여전히 허름하고 부족하지만 충분히 기뻐하고 고마워해도 되는 것이다. 이웃들

 

은 그렇지 못하고 남들의 시선에 전전긍긍하는 새 이웃이 이상할 뿐이었다.

 

 

이 짧은 꽁트가 내 심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몇 자 적어야 타는 속이 풀릴 것만 같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의 자리는 나같은 민초가 헤아릴 수 있는 자리는 감히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곧 국민의 자존심이 되며, 대통령의 행동 하나는

 

곧 국민의 뜻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어야 함을. 그렇기에 그 말과 행동에 있어 얼마나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는지, 얼마나 민족과 역사의 자존심을 올곧게 세워내야 하는 자리인지를 말이다. 이런 것이 없을 때,

 

이것이 정녕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