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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해보기

어제 본 [미녀들의 수다]에서 새삼 확인한 또다른 불편한 진실.

 

한국 방송 프로그램 얘기는 가급적 주제넘게 이렇쿵 저렁쿵 떠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독일 소식이나 내

 

나름 열심히 포스팅하고  뭔가 의미가 있을 법한 정보전달을 한다면 블로그 운영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기에 그런데...어제 본 미녀들의 수다 - 미녀, 여대생을 만나다 편을 보고나서는 어찌나 쇼킹하고

 

머리가 멍멍하던지 그냥 넘기기엔 속 안에서 꿈지락 거리는 소리들이 많아 이렇게라도 풀어야겠다 싶어

 

몆 자 적어본다.

 

 

어제는 이 프로그램이 작심한 듯 자극적인 주제들을 연달아 깔아놓고, 그 것을 가지고 외국인들과

 

한국 여대생들의 생각의 차이를 보여주려고 한 듯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의 차이가 남극과 북극처럼 완

 

전히 극과 극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덧붙여 한국 여대생들의 생각이라는 것이 저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인지 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론 모든 여학생, 더 나아가 한국 여자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일반화 되었으면 당연하다는 듯 저리들 얘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키 작은 남자와 연애할 수 있느냐?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한다? 결혼, 사랑이냐 조건이냐? 등등의

 

질문들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던졌다고 판단이 된다. 그런데 그 솔직함이라는

 

것이 너무 과하게 솔직했는지 방송 후 꽤나 심각한 후폭풍을 맞았다. 특히나 이도경이란 친구가 말한

 

키작은 남자는 loser다! 라는 말은 180cm가 안되는 남자들, 더 나아가 키가 작은 모든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키가 작은 남자가 싫은 건 자신의 취향이니까 그정도 개인의 의견으로 남기었어도 될 법했지만 공공방송

 

에서 마치 키 작은 남자는 경쟁력 없고 매력 없는 이성의 대표적인 모델인 듯이 그렇게 일반화시켜 이야기

 

를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본다. 특히나 그것에 대해 아주 당연하다는 듯 강변하는 몇몇 여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면 민망한 맘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도경 학생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변명이랍시고 작가의

 

대본대로 했다고 말을 했는데 방송을 조금 아는 나로서는 더욱 이 학생을 곱게 보기 어렵게 되었다.

 

 

우선, 여기서 말하는 대본이라는 것은 드라마 대본처럼 토씨하나 안 틀리게 지문과 대사가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큐시트에 입각해서 또한 사전에 인터뷰를 통해 전체적인 아웃라인을 적해놓고 그 틀 안에서

 

자신들이 사전에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다시 방송에서 하는 것이고 이것에 대해 담당 연출은 편집과정

 

을 통해 다듬고 걸러내고 자막 달면 그만이다. 내용에 대한 책임은 출연자 자신에게 있는 것인데...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에서 어떤 정신나간 제작진이 키 작은 남자 패널들 불러놓고 그들 앞에서 키 작은 남자는

 

loser다! 라는 멘트를 대본에 적시할 수 있겠는가?

 

더더군다나 이런 이야기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보여준 고정 외국인 패널들의 표정은 사전에 대본에 나와

 

있는 내용에 대한 준비된 리액션과는 차원이 다른 액면 그대로의 자연스런 반응이었다.

 

 

뿐만 아니라, 데이트 비용에 대해 자신들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꾸미고 가꾼 것을 자신에 대한 투자이기에

 

그것을 남자들이 알아달라는 뭐...귀신 씨나락 까먹다가 사래들린 소리가 나오질 않나... 명품 백을 드는

 

이유가 명품 아닌 가방 몇 개 드느니 명품 하나 오래 쓰는 게 더 경제적이다라는 뉘앙스의 발언 등은

 

한국 여대생들의 가치가 어디로 향하고 어디쯤에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명품 아니어도 충분히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춰 당당하게 그리고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데 명품 아니면 다 불량품이나 된다는 듯한 표현으로 궁색한 자기 변명을 해대는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자신이 꼭 필요하다고 여겨 자신의 노력으로 장만했다면 상관치 않겠지만 그게

 

자기 과시용으로 부모를 졸라 산 것이라면 그렇게 자랑스레 방송에 나와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어떤

 

분이 방송제작팀에 대해 언급이 없다해서 오해를 받으신 듯 해 첨언하자면, 이도경 양의 발언이 문제

 

될 것이라고 판단을 미리 못한 건 제작팀들의 수준일 뿐이고, 그걸 떡하고 자막까지 달아 놓은 것을

 

보면, 아무리 자극이 필요한 방송이라지만 개념이 없는 연출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따른 방송

 

제작팀들이 받아야 할 공분 또한 정당한 결과라 본다. 처음 파일럿 프로그램일 때의 신선함을 2년 넘게

 

유지하기란 어렵겠지만 그래도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말을 할 수밖에는 없는 상황.)

 

 

물론, 이런 한국 젊은 친구들의 놀랍도록 잔혹한 현실적 멘트들을 순전히 그들만의 것으로만 엮어내기엔

 

우리 사회가 그 친구들에게 보여준 것이 너무나도 물질만능적 그림들로 넘쳐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 고정패널들과의 대립된 위치에 세워놓고 저런 얘기를 노골적으로 방송에서 들으려치니

 

여간 거북하고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었다.

 

 

오히려 한국 대학생들의 의식이 이런 수준이다 보니 크리스티나라는 이태리 출신 여성의 어쩌면 당연하

 

다고 생각했던 멘트가 더 큰 울림을 주는 게 아닐까?

 

 

 " 사랑 없으면 절대로 결혼 못한다. 하지 마세요..

 

왜냐면 결혼할 때 사랑 많이 있어야 해요.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즐겁게 같이 살고 싶으면 그 사랑의 힘이

 

있어야 해요. 그 사랑의 힘이 없다면 생활의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이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에요."

 

 

남자이건 여자이건, 우리는 각박하고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고 승리자가 되기 위해 현실을 말한다.

 

그러나 그런 현실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나의 모든 가치관과 삶의 목표가 현실에 천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꿈을 가지고 조금은 비현실적이고 교과서나 동화책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에

 

환호하고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자신의 삶을 풍요롭고 가져갈 수 있고 행복과 오래도록 동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나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어제 본 미녀들의 수다를 보고 난 마치 지독히 추운 겨울, 싸늘하게 얼어 있는 쇠기둥을 만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