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코리아에서 자동차 섹션을 담당하고 있는 조용탁 기자가 그 주인공인데요. 지난 11월 말에 중국 상해에 있는 F1 서킷에서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50-2 모델에 대한 시승행사에 참여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짧지만 임펙트 있는 시승기 한편을 부탁했고, 오늘 그 내용을 이 곳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 스케치북다이어리의 취약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신차 시승기 같은 것인데요. 아주 길지도 않고, 아주 전문적이진 않지만 충분히 가야르도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 잠깐,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50-2라고 하면 어떤 모델인지 많이들 아실 텐데요.
40년 동안 람보르기니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활동하다 은퇴한 발렌티노 발보니 아저씨께 드리는 일종의 헌정 모델이 그것입니다. 람보르기니는 전부 4륜구동을 기본으로 했지만 이 모델만큼은 후륜구동 방식을 선택해서 더욱 경량화 된 차체와 합쳐져 한결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주고 있는데요. 뭐 안 타봤으니 정말 그런지는 확답 못 드리겠지만, 시승기를 통해 살짝쿵 한 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아우디 집안의 한 식구가 되더니 차량 경량화라는 도전과제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참고로 5.2L 10기통 엔진에 550마력에 토크가 55.kg.m으로 밟으면 튕겨나간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최고속도는 320km인데요. 정말 이건 테스트 트랙이나 이런 F1 서킷 같은 곳이 아니면 다다르기 어려운 속도일 겁니다. 가격은 2억9천만원으로, 처음으로 2억대의 모델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할 정도로 슈퍼카 시장의 파이를 넓히기 위한 최적의 모델로 평가되는데요. 흔한말로 집한 채 굴리는 기분이 어떨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러면 조용탁 기자의 느낌. 어땠는지.. 좀 들어볼까요?
『지난 11월 30일, 부슬비가 내리는 상하이 F1 국제 자동차 경기장. 트랙 위에는 검은색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 550-2가 서 있었다. 차에 앉아 안전밸트를 묶고 심호흡을 했다. 엔진 버튼을 누르자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 으르렁거리는 굉음이 울렸다. 가야르도가 달릴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제서야 람보르기니 시승회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이날 경기장에는 아시아태평양 9개국에서 온 50명의 자동차 기자들이 모였다. 람보르기니에서 아시아태평양 시장 마케팅을 위해 초대한 것이다. 크리스티안 마테오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의 인사와 함께 시작된 운전교육 시간 분위기는 아주 산만했다. 기자들은 서로 웃고 떠들며 전시된 차량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전문 드라이버와 함께하는 시범 주행이 시작되자 공기가 싹 달라졌다. 시범 주행 다음은 직접 트랙을 달리는 시승이다. 분위기가 조금씩 고조됐다. 기자 대부분은 처음 람보르기니를 운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드림카를 몰고 F1 트랙을 달리는 것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그야말로 행운이다.
기자들은 하나 둘 순번에 따라 차를 몰러 나갔다. 30분 후, 드디어 기자의 차례가 왔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가속 패달에 힘을 줬다. 몸이 자동차 시트에 박히는 느낌과 함께 차가 앞으로 튕겨나갔다. 가야르도가 시속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은 3.9초. 550마력의 10기통 엔진의 힘은 강력했다. 10초가 지났을까? 갑자기 무전기가 울렸다. “속도 줄이세요. 커브 시작됩니다. 사고납니다.”
상하이 트랙의 총 길이는 5.451km. 코스는 직선 9곳과 곡선 14곳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1, 2, 3 번째와 10, 11, 12번째 커브는 연달아 이어진다. 구간에는 달팽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위에서 보면 달팽이 등껍질처럼 생겨 붙은 이름이다. 급회전이 시작되는 곳에서 오히려 속도를 높이니 선도차량에 있던 드라이버가 무전기를 잡은 것이다.
코스에 대한 교육도 받았고, 트랙 곳곳의 주요 포인트에는 속도를 줄이라는 안내판도 붙어 있었다. 하지만 아스팔트의 진동을 느끼며 가야르도의 터질듯한 엔진소리를 듣고 있으니 저절로 질주 본능이 꿈틀거리고 ‘자제’라는 단어는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일단 브레이크를 밟으며 급커브를 돌았다. 바닥이 젖어 있었지만 차는 미끄러지지 않았다. 180도에 가까운 회전이 계속된 첫 번 째 달팽이에서 속도는 100~120km를 유지했다.
커브를 돌고 나와 직선 구간이 시작될 때마다 속도를 최대한 올렸다. 400m 구간에서는 시속 180km, 700m 구간에서는 200km을 쉽게 넘길 수 있었다.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특징으로는 가속과 감속 능력이 꼽힌다. 가속기에서 발을 떼면 독일 스포츠카에 비해 속도가 훨씬 빠르게 떨어진다. 자동차의 성능을 마음껏 확인할 수 있는 F1 트랙에서 이런 특징이 더욱 분명하게 느껴졌다. 정신 없이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를 밟아가며 코스를 돌고 있을 때 무전기에서 두 번째 경고가 울렸다. “급커브 구간입니다. 조금 살살 달려 주시기 바랍니다.”
10번째 커브가 눈 앞에 있었다. 두 번째 달팽이를 돌아 나오며 가야르도의 탁월한 코너윅을 느낄 수 있었다. 람보르기니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직선 거리에서는 강력하지만 곡선에서는 약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야르도는 달랐다. 비에 젖은 노면 위에서 120km/h의 속도로 급커브를 돌며 느낀 안정감은 고급 독일 세단을 능가할 정도였다. 급회전시 바퀴 회전수와 제동 거리를 조절해주는 ESP 시스템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는 엔지니어의 말이 실감났다.
14번째 코너를 돌자 트랙 결승점이 보였다. 길이 1175m에 달하는 상하이 F1 트랙 최장 직선구간이다. 이날 가장 기다렸던 장소다. 목표는 시속 300km/h. F1의 황제 마이클 슈마허를 떠올리며 발끝에 힘을 줬다. 결승점을 지나서도 계속 속도를 올리자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동차 망가지면 구매하셔야 합니다.(You break it, you gotta buy it!)”』
람보르기니 모델 이름들의 유래
스페인 투우의 시조
람보르기니와 황소와의 인연은 창업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황소자리에서 태어난 데서 시작한다. 그는 1966년 출시한 람보르기니의 이름을 미우라로 지었다. 미우라는 스페인 최고의 싸움소를 배출해온 집안이다.
람보르기니의 명차 디아블로는 1869년 7월, 마드리드에서 엘 시코로라는 황소와의 결투에서 승리하며 유명해진 싸움소다. 무르시엘라고는 1879년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당대 최고의 투우사 라파엘 몰리나 산체스의 칼을 24번이나 맞고도 살아남은 황소다. 이 투우는 후에 미우라 집안의 목장으로 옮겨져 여생을 보냈다.
이번에 소개한 가야르도는 스페인 투우의 시조 격이다. 난폭한 성격과 커다란 덩치로 투우사를 곤경에 빠뜨렸던 황소다. 스페인 투우 경기에 출전하는 최고 등급의 싸움소는 대부분 가야르도의 피를 이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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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셨습니까? 여러분만 괜찮다고 해주시면 자주 기자님 귀찮게해서 이런 시승기 좀 올릴 수 있도록 해보려구요. ^^ 그리고, 1월 모임과 관련돼 공지 포스팅을 바로 이어할 터이니 꼭!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 포스팅 이렇게 마치구요. 모두들 행복하고 따뜻한(날이 아무리 춥다할지라도) 크리스마스 되십시오. Frohe Weihna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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