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의 '디자인 수다'

BMW의 새로운 수석디자이너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Adrian Van Hooydonk). 그의 이름이 입에 쉽게 붙는 이유는 혹시 히딩크 아저씨로 인함은 아닐까요? ^^  전임 크리스 뱅글이 다소 깐깐해 보이는 인상이라면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는 나름 세련미 속에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요. 

오늘은 아우토짜이퉁(Autozeitung)과 그가  뜨거운 여름날 뮌헨에서 떠든 수다를 옮겨봅니다. 과거 피터 슈라이어와의 인터뷰 내용에 비해서는 한결 가볍게 진행이 됐지만, 이런 바쁜 사람 찾아와 나눈 이야기 치고는 너무 소품스럽지 않나 싶더군요. 어쨌거나 BMW 그룹의 새 디자인 수장의 짧은 디자인 얘기, 함께 해보시죠.

 우선 이 양반의 간단 약력을 알아볼까요? 

1964년생이니까 40대 후반이네요. 네덜란드 림베르크란 곳에서 태어났고 델프트 테크닉 대학과 스위스에 있는 유럽아트센타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는군요. 산업디자이너로 일하다 1992년에 BMW에 입사했고, 2001~2004년까지 BMW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자인웍스USA의 책임자로 일했습니다. 디자인웍스USA는 지난 번 X1 디자이너 리차드 김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도 언급이 됐던 곳이죠.

크리스 뱅글 아래에서 뮌헨과 싱가포르 그리고 미국의 디자인웍스를 담당하다 2009년 드디어 BMW그룹의 새로운 디자인 수장에 임명이 되죠. 이제 그에 의해 BMW는 물론 모토바이크와 MINI, 그리고 롤스로이스의 디자인까지 책임지게 된 것입니다.

이쯤에서 약력 소개를 마치고 잡지와 인터뷰한 내용 중 몇 덩어리를 옮겨 보겠습니다.

Q. 요즘 레트로 디자인(Retro Design)이 각광입니다. BMW 역시 그에 어울리는 브랜드 아닌가요?

A. 아닙니다. BMW는 레트로 디자인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미래로 나아가지 않고 과거의 디자인을 되살리는 작업은 우리와는 맞지 않아요. BMW는 가장 모던한 차를 만드는 곳입니다. 따라서 복고풍 디자인에 이 모던함을 집어넣는다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죠. 하지만 Z8로드스터 같은 경우는 레트로룩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기서 잠깐!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가 얘기하는 레트로 디자인이란 뭔가 짚어보죠. 뭐 짚을 것도 없습니다. 그냥 복고풍, 좀 더 각주를 달아보자면 30년대에서 60년대 사이에 출시됐던 자동차들을 현대의 감각으로 되살려 낸 것 정도가 될겁니다. 예를들면,

위의 사진은 57년형 피아트500의 모습이고 아래는 2009년형 피아트500의 사진입니다. 과거 모델을 멋지게 되살려 냈죠? 하나 더 볼까요?

위의 사진은 66년형 포드 머스탱 GT, 아래는 최근에 나온 머스탱GT의 모습입니다. 새롭게 나온 녀석 정말 끝내주게........사진이 찍혔죠? ㅋㅋ 아 물론 차도 멋지구요. 이렇듯 감성은 유지한채 새로운 트렌드의 디자인과 퍼포먼스를 잘 믹스해놓은 것, 이게 레트로 디자인입니다. 그렇다면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가 언급한 Z8 로드스터는 어떤걸까요?

위 사진은 55년형 BMW 507모델이고 아래는 007 영화에 사용돼 잘 알려진 2001년형 Z8 모델입니다. 어떠세요? 507모델이 새롭게 재해석돼 살아나온 거 같습니까?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 형님 얘기는 이 모델 정도만 레트로 디자인에 적용이 된다 뭐 그런 것인데요. 정말 그럴까요?...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죠!

Q. 그렇다면 BMW의 디자인 방향은 어떤 쪽으로 나아가는 건가요?

A. 'Efficient Dynamics' 이걸로 우리 방향은 이미 설정됐거든요. '능률적역동성' 을 보여줘야 합니다.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이어야한다는 거죠. 이미 베엠베는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로서 능률적인 차를 잘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점을 디자인에도 고스란히 반영을 시킬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매우 어려운 작업이고 큰 도전과제이지만 우린 그것을 즐기고 또한 해낼 거예요.


Q. 에코자동차들(친환경적)에 대해 사람들은 못 생겨진다고들 말하는데...

A. 비젼 이피션트 다이나믹스 같은 모델을 보면 스포티브하고 나름 우아한 맛도 느껴지지 않나요? (웃음)

가볍고 매우 능률적인 차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우리 회사는 미래를 위한 작은 모델들 역시 만들어 나갈 거예요. 메가시티 전기차 역시 베엠베의 유전자가 고스란히 스며들어가게 될겁니다. 우리의 자동차들은 강력한 자신만의, BMW만의 강력한 캐릭터가 있는 '완벽한' 모델들이 될 것입니다.


Q. 그렇다면 X6이나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 같은 차들은 디자인적인 면에서 당신이 얘기한 것처럼 '완벽한' 모델들이라 할 수 있습니까?

A. 두 모델은 각 자 새로운 영역, 새로운 컨셉의 차들로 그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나 개성이 분명한 모델이죠. 하지만, 각자의 강한 개성들이 전체적인 면으로 볼 때 BMW의 전통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 보여집니다. 이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죠. ^^

 
Q. 당신의 취미는 뭔가요?

A. 아 저는 오토바이크를 타는 게 큰 취미예요. 미국에서 생활할 때 R 69S라는 모델을 산 적이 있어요. 그 녀석을 타고 캘리포니아를 신나게 돌아다니기도 했죠. 하지만 독일에 와서는 통 시간이 나질 않아 유럽 오토바이 면허를 아직 취득하지 못한 상태랍니다. 꼭 시간을 내 면허를 딸 거예요. 오토바이크는 대단한 즐거움입니다.

이렇게 인터뷰는 끝을 맺었습니다. 정말 간단하죠? ㅡㅡ; 좀 아쉬운 점이 있는데 한 가지 재미난 정보를 잡지가 주더군요.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가 붉은 의자를 들고 있는 사진인데요. 미국의 한 가구회사를 위해 그가 직접 디자인한 의자라고 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의자 디자인이 매우 어렵다는데 그 이유가, 너무 많은 의자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고유의 디자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자동차 디자이너의 의자라...호기심이 생기네요. 기본적으로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는 패션이나 요트디자인 등에서도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폭넓게 디자인 세계를 둘러본다고 합니다. 가구디자인 박람회 같은 곳도 자주 찾는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고 해주었네요.

그의 이름을 세계에 강하게 각인시킨 새로운 5시리즈 이후, 어떤 결과물들을 우리들에게 보여줄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