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도체 칩 부족 사태로 자동차를 주문하고 나서도 배송될 때까지 많은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뉴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칩 부족과 상관없이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 무려 4년을 기다려야 하는 차들이 있습니다. 이거 실화냐 물으신다면 “네. 실화 맞습니다.”
4년이라면 보통 일반 양산 모델을 기준으로 본다면 페이스리프트 기간과 맘먹는 시간입니다. 출시 주기가 빠른 자동차라면 세대교체가 곧 이뤄질 만한 그런 기간이죠. 그런데 이 차들은 아주 희귀한 스포츠카도 아닙니다. 작은 카로체리아에서 사람들이 손으로 만드는 수제차도 아닙니다. 도대체 무슨 차이기에 이럴까요? 두 개 모델인데 하나는 토요타의 랜드크루저입니다.
토요타가 1951년부터 내놓기 시작한 오프로더로 지난해 나온 J300이 6세대입니다. 사륜구동으로 토요타를 대표하는 그런 모델 중 하나죠. 내구성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런 튼튼 무식(?)한 SUV인데 J300은 2007년에 나온 5세대 J200의 뒤를 15년 만에 잇게 됐습니다. 정말 긴 기다림 끝에 신형이 나온 건데 이걸 지금 주문하면 배송을 최대 4년 기다려야 한다는 게 토요타의 설명입니다.
왜 이렇게 기다려야 하는가? 일단 랜드크루저를 생산하는 일본 공장의 경우 1년에 대략 5천 대 정도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형 주문이 초반에만 1만 8천 대까지 몰린 것입니다. 이처럼 계약이 몰리자 지난해 아예 추가 계약을 받지 말라고 토요타 측에서 딜러 쪽에 의견을 냈습니다.
일본 내수용 물량을 더 배정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랜드크루저의 중요한 시장인 중동 쪽 수요를 최대한 맞추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유럽 쪽 고객들은 아예 이 신차 냄새를 몇 년간은 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구성 좋은 괜찮은 준프리미엄급 사륜구동 SUV로 랜드크루저의 인기는 갈수록 더 커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전기차 시대에 어울리는 랜드크루저는 어떻게 변신할지, 이점도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또 주문 후 4년이나 애타는 마음으로 자신의 차를 기다려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메르세데스 G바겐 고객들인데요. G바겐의 정식 명칭은 G-클래스입니다. 1979년 처음 내놓은 사륜구동 오프로더 모델로 특히 외국 유명 셀럽들이 즐겨 이용한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자동차입니다.
2018년에 신형 3세대가 나왔는데 일부 모델의 경우 최대 4년 후에 차를 받아 볼 수 있다고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유는 차세대 G바겐이 전기차로만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마지막 엔진시대 G바겐을 소유하려는 이들의 주문이 몰렸기 때문인데요. 이 모델 역시 추가 주문을 받지 않는 상태까지 와버렸습니다. 군용 모델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오프로더라는 점에서 랜드크루저와 닮았다고 할 수 있지만 가격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싼 모델이 바로 G바겐입니다.
특히 전문 튜너에 의해 다듬어지거나 사막 등, 특정 지역에 특히 강한 G63 AMG 6X6 같은 특별한 모델은 억만장자들의 지갑을 자동으로 열게 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없어서 못 파는 차의 대명사라 할 수 있습니다. 3세대의 경우 외관 디자인이 다소 부드러워지면서 일부에서 비판하기도 했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없어서 못 사는 그런 상황에 놓이면서 이런 익스테리어에 대한 비판 얘기는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환경을 고려하는 분들이라면 선택하지 않을 그런 무겁고 고배기량의 사륜구동 모델들이지만 이런 논란과 별개로 두 모델을 향한 팬들의 환호와 열광은 여전한 듯합니다. 과연 높은 관심과 사랑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4년을 기다려야 하다니, 여러분은 어떠세요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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