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위장막은 신차 도로 테스트 때 디자인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차 겉면에 덧대는 것을 말합니다. 그동안은 보통 시커멓게 생긴 두꺼운 천 등으로 가렸죠. 그러다 일정한 패턴이 들어간 시트지 같은 것을 이용해 랩핑을 하는 등, 위장막도 조금씩 변화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 회사들이 위장막에 멋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감추기만 하던 분위기가 이왕이면 눈길을 끌어 주목도를 높이는 등, 홍보까지 염두에 두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죠. 그런데 여기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위장막이 ‘감추기’에 좀 더 초점이 맞췄다면 패션 위장막 (마땅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이렇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의 경우 주로 프로토타입이나 양산이 결정된 신형 모델을 띄우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르노는 전기차 ‘메간 E-테크 일렉트릭’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완전하게는 아니고, 로고가 잘 어우러진 패션 위장막을 한 상태로 공개했습니다. 상당히 세련됐죠? 르노뿐만 아니라 여러 자동차 업체들이 이런 화려한 위장막을 통해 시선을 끌려고 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곳이라면 아우디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5년이었습니다. 아우디는 자신들의 자율주행 기술을 뽐내기 위해 RS7 한 대를 트랙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운전자가 없는 RS7은 트랙을 신나게 달리며 박수를 받았죠. 하지만 많은 이의 관심을 끈 것은 이 자율주행 능력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화려하게 랩핑 된 익스테리어 또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아우디 스포츠 파트 특유의 배색과 패턴을 적용했는데 워낙 강렬해 지금까지도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자기들도 만족했던 모양인지 이후 계속해서 이런 화려한 패턴이 들어간 패션 위장막을 통해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패션 위장막 마케팅은 그들의 첫 번째 전기차 e-트론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e-트론은 프로토타입 위장막과 양산형 위장막을 아예 달리하며 e-트론 띄우기에 그들이 얼마나 열과 정성을 다했는지 확인시켰는데요. 이 마케팅의 절정은 e-트론 GT였습니다. 곳곳에 패션 위장막 씌운 e-트론 GT 프로토타입과 양산 모델을 끌고 다녔고, 그렇게 위장막 두른 e-트론 GT는 사람들의 시선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패턴도 무척 화려했을 뿐만 아니라 섬세하기까지 했습니다. 거기다 앞면부에 오렌지 색상의 4개의 링은 또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요. 만약 원하는 고객이 있다면 이대로 인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차피 위장막은 언제든 떼어 낼 수 있으니까요. 좋은 소재의 시트지로 잘 랩핑하면 재밌는 이벤트가 될 것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나온 Q4 e-트론 역시 일명 패션 위장막을 두른 채 등장해 주의를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가장 최근에는 RS3 해치백과 세단 모델이 역시 패션 위장막을 두른 채 공개가 됐습니다. ‘이 친구들 위장막 마케팅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싶었고, 저런 열정(혹은 집착)이라면 ‘위장막 에디션’도 한 번 고민할만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2019년이었죠? 아우디의 오랜 사업 파트너 압트(ABT)에서 단 하나(원-오프)의 모델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소형 해치백 A1을 기본으로한 ‘압트 A1 1 of 1’이라는 차였는데요. 거기에도 아우디 특유의 위장막이 적용됐습니다.
판매용 모델은 아니었지만 위장막 패턴 그 자체로 하나의 자동차를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아우디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는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엉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진지하게 아우디가 고민을 해보길 바랍니다. 오늘은 위장막 예쁜 아우디에 대한 이야기 좀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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