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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피아트 먹여 살리는 두카토 '왜 이렇게 잘 나갈까?'

두카토(Ducato)라는 자동차, 혹시 알고 계십니까? 지난 2월 초, 2020년 독일 자동차 시장 결산 글을 썼을 때 잠깐 언급한 적 있습니다. 피아트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0.2%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고, 이게 가능했던 것이 바로 두카토 인기 덕이었다는 내용이었죠.

 

두카토는 피아트가 만드는 상용차입니다. 정확하게는 푸조와 시트로엥 등과 함께 설립한 세벨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생산되고 있는 경상용차죠. 처음 나온 게 1981년이고, 지금까지 겨우(?) 세 번만의 모델 변경이 있을 정도로 아주 잘 활용되고 있는 그런 피아트 효자 모델입니다.

두카토 전기상용 모델 / 사진=피아트

그런데 이 상업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두카토가 어느 시점부터 판매량을 늘려가더니 최근에는 신차 판매량 최상위 그룹 안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독일 신차 판매량 순위를 한번 보시죠.

 

1~4월 누적 독일 신차 판매량 (자료=독일자동차청)

1 : 폴크스바겐 골프 (33,796)

2 : 폴크스바겐 티구안 (24,966)

3 : 폴크스바겐 파사트 (19,746)

4 : 폴크스바겐 T-Roc (18,231)

5 : 오펠 코르사 (17,366)

6 : 스코다 옥타비아 (16,453)

7 : BMW 3시리즈 (15,390)

8 : 미니 (15,029)

9 : 피아트 두카토 (14,977)

10 : 폴크스바겐 UP (14,533)

사진=피아트

쟁쟁한 모델들을 따돌리고 이탈리아산 경상용차가 신차 판매 순위에서 9위까지 올라왔습니다. 심지어 10위 안에 있는 모델들 중 전년 대비 판매량 상승률이 43.5%로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독일에는 폴크스바겐의 승합차 멀티밴(같은 기간 판매량 11,155)이 있음에도 피아트 두카토가 이처럼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두카토는 작년에 피아트 판매량을 견인했는데 올해 역시 피아트 500 (같은 기간 판매량 9,046)보다 더 팔리며 독일에서 선전 중입니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좋은 모습을 보입니다.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어서 이 차가 이렇게 팔려나가는 걸까요?

 

캠핑카 열풍의 최대 수혜자

두카토는 승객 전용 밴으로, 또 화물을 싣고 다니는 화물용 밴으로도 많이 사용되지만 가장 두드러진 활약은 캠핑카 영역에서입니다. 캠핑카를 제작하는 많은 업체가 두카토 중심으로 캠핑카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캠핑 문화가 오래전부터 발달되어 온 곳이지만 최근 수요가 크게 늘면서 두카토가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합니다. 코로나19로 위축이 될 법도 하지만 오히려 코로나로 여러 사람과 접촉을 꺼리게 되면서 가족 단위로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것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왜 유독 두카토일까요? 시트로엥이나 푸조도 같은 플랫폼을 통해 거의 두카토와 같은 밴이 만들고 있고, 또 그 외에도 여러 브랜드가 두카토 같은 차를 만들고 있는데 말입니다.

피아트가 직접 제작하는 두카토 캠핑카 / 사진=피아트

 

두카토가 캠핑카 시장에서 선전하는 5가지 이유

프로모빌과 같은 캠핑카 전문 매체는 두카토가 캠핑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 5가지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우선 1세대 등장 때부터 전륜구동에 가로 배치 엔진이라는 구성이 참신했고, 또한 벤츠나 폴크스바겐이 내놓는 경쟁자들보다 차체가 가볍다는 것을 장점 중 하나로 봤습니다.

 

공차 중량이 기본적으로 가볍다는 것은 탑재 하중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유명 캠핑카 제작 회사들이 이런 장점으로 인해 두카토를 선택했고, 그렇게 제작된 캠핑카들이 히트를 하면서 두카토 선택이 자연스럽게 늘었다는 게 매체의 분석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피아트는 캠핑카 제작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지속적으로 협력을 해왔고, 꾸준히 캠핑카 회사들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등, 영업에 공을 들인 게 더 두카토를 선택하게 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러니 사람의 마음을 누가, 어떻게 움직이느냐, 이런 점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인데,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바로 가격 경쟁력입니다.

 

세벨과 같은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어 생산 비용 절감에 유리했고, 판매량이 많다보니 가격을 낮춰 판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가격 경쟁력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만약 어떤 업체가 두카토 중심으로 캠핑카를 제작하겠다고 하는 경우에는 할인을 더 많이 해주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생산과 판매 등, 전 영역에서 가격 경쟁력이 발생하는 시스템이 마련 됨으로써 경쟁업체들이 따라오기 더욱 힘들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두카토를 베이스로 만든 데스렙스의 캠핑카 / 사진=Dethleffs
사진=Dethleffs

네 번째는 영업, 관리망입니다.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캠핑카의 경우 피아트의 넓은 영업망 덕에 유럽에서 차량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보다 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A/S에서 차별화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강점입니다. 끝으로 두카토는 기획단계, 설계 과정에서부터  캠핑카에 적합한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체 내구성을 캠핑카에 어울리게끔 기획 단계에서부터 연구했고, 휠베이스를 늘리는 것이 용이하게 설계가 됐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캠핑카에 어울리는 상용차로 꾸준하게 발전해온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노력으로 두카토는 이제 캠핑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가 되었습니다.

 

사실 일반 자가용 사업에서 피아트는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따라서 피아트, 아니 피아트를 소유하고 있는 스텔란티스 그룹 전체가 두카토 성공을 하나의 롤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두카토만큼만 하자라는 구호를 통해 클수록 피아트와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 아무리 생각해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