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기 어려웠던 두 대의 자동차 비교 테스트 기사가 독일의 유력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에 최근 실렸습니다. 현대 i30 N 패스트백과 토요타의 2인승 쿠페 GR 수프라가 그 주인공인데요. 현대가 내놓은 고성능 일상용 콤팩트 자동차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 그 수준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i30 N 패스트백 / 사진=현대자동차
GR 수프라 2.0 / 사진=토요타
사실 한국에서라면 두 모델을 붙여 놓고 비교 테스트 같은 것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일부에서는 '급'이 다른 두 모델을 왜 비교하냐며 비판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독일이잖아요? 얘들은 장르 범위가 넓고,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은 모델을 매칭해 성능 평가하기를 좋아라 합니다. 독일 것, 외국 것 가릴 것 없이 말이죠.
수프라는 1978년부터 생산된 GT 타입의 스포츠 자동차죠. 앞에 엔진이 있고 뒷바퀴굴림의 FR 타입입니다. 4세대가 2002년까지 나왔다가 이후 17년이 지난 2019년 다시 5세대를 내놓았는데요. 커다란 스포일러가 달린 4세대의 경우 영화 '분노의 질주'에 나오면서 많이 그 얼굴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4세대 수프라 / 사진=favcars.com
신형(5세대)은 잘 아시는 것처럼 BMW와 함께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서로 개발비도 절약하는 등, 상부상조하자고 뜻을 모은 거 같은데 BMW Z 느낌이 곳곳에서 느껴져 출시 전부터 여러 얘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올해 초 적게나마 들여온 것으로 아는데 실적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현대 i30 N 패스트백은 i30 N 모델의 파생 모델로, 지붕을 낮춰 쿠페의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현대가 벨로스터와 함께 시장에 내놓았는데 유럽 전용 모델이라 한국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수프라의 경우 3.0리터 6기통 엔진만 들어간 것으로만 알려졌지만 그보다 작은 직렬 4기통 엔진도 있습니다. 오늘 비교 테스트는 바로 그 엔진이 들어간 모델이 현대 i30 N 패스트백과 맞붙었는데요. 놀랍게도 평가 총점에서 i30 N 패스트백이 더 좋게 나왔습니다.
운전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 수프라를 과연 현대차가 성능에서 따돌린 것일까요? 지금부터 그 자세한 결과를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늘 그렇듯 별다른 멘트 없이 기본 사양에 대한 데이터 비교, 그리고 해당 매체의 항목별 평가 결과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테스터의 주관이 들어간 그런 것보다 이런 독일식 평가가 더 마음에 드는데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우선 비교 테스트에 참여한 두 모델의 기본 스펙부터 확인해보죠. 참, 테스트는 호켄하임링에서 이뤄졌습니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비교 테스트 기사 일부 / 출처=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PDF 캡처
마력 / 토크 / 구동 방식 / 변속기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 275마력 / 최대 378Nm / 앞바퀴굴림 / 6단 수동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 258마력 / 최대 400Nm / 뒷바퀴굴림 / 8단 자동
출력은 i30 N 패스트백이 좋고 토크는 수프라가 약간 앞섰네요. 구동 방식에서 보면 달리기에 더 좋은 뒷바퀴굴림을 수프라가 하고 있어서 이 부분의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됩니다. 변속기 역시 BMW의 8단 기술이 들어가 연비에 수프라가 좀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공차중량 / 전장 * 전폭 * 전고 *휠베이스 / 최고속도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 1466kg / 4455 * 1795 * 1419 * 2650mm / 250km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 1469kg / 4379 * 1854 * 1292 * 2470mm / 250km
무게는 비슷하죠? 다만 크기는 수프라가 더 짧고 넓으며 더 낮습니다. 그것도 많이. 휠베이스도 짧네요. 여기에 뒷바퀴굴림 방식이면, 달리기 성능에서 i30 N이 이기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그래도 총점에서 이겼다고 하니 기대를 잃지 않겠습니다. 다음은 실용 부분 비교입니다.
트렁크 용량 / 유럽 공인 연비 / CO2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450리터, 최대 1351리터 / 리터당 12.19km / 킬로미터당 188g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290리터 / 리터당 13.51km / 킬로미터당 170g
테스트 연비 / 0-100km/h / 60-100km/h 추월가속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 리터당 10.52km / 6.4초 / 3.1초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 리터당 11.5km / 5.3초 / 2.9초
제동력 (0-100km/h, 디스크 차가운 상태) / 시속 130km 제동력 (차가운 상태 / 달궈진 상태)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 35.0m / 60.8m, 61.3m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 33.8m / 55.6m, 56.4m
제동력의 경우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이가 크다는 게 한눈에 보이네요. 아무래도 차의 성격이 스포츠카에 좀 더 가까운 수프라이기에 제동력에도 그만큼 신경을 쓴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 항목별 점수 소개해드리고 간단한 설명 첨가하겠습니다.
사진=현대자동차
사진=토요타
차체 항목 (100점 만점)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 61점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 41점
공간의 차이가 워낙 분명해서 점수도 그만큼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세부 9개 항목 중 품질 이미지, 조작 편의성에서 수프라가 앞섰고 5가지 항목에서 i30 N 패스트백이 우세하거나 압도했습니다. 나머지 두 개는 동점. 앞서 제원 비교에서 어느 정도 결과가 예상된 부분이었습니다.
안전성 항목 (100점 만점)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 53점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 68점
안전장치와 사양 항목에서 수프라가 앞섰고 제동력에서도 좀 더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주행 안전성의 경우 의외(?)로 1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네요.
사진=현대자동차
사진=토요타
안락함 항목 (100점 만점)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 62점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 65점
2열 좌석이 없는 수프라가 뒷좌석에서는 0점을 받았습니다. 당연합니다. 하지만 멀티미디어 항목에서 압도했고, 앞좌석도 조금 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서스펜션의 안락함 정도 역시 수프라의 완승으로 평가됐습니다.
구동 항목 (100점 만점)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 51점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 55점
연비, 최고속도, 추월가속, 주행질감, 변속성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 편이었지만 세부 항목에서 1점씩 앞선 게 몇 부분 나타나며 약간의 수프라 우세였습니다. 큰 의미는 없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주행성 항목 (100점 만점)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 67점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 75점
핸들링, 운전의 재미 항목에서는 역시 수프라가 앞선 평가를 받았습니다. 조향 성능 역시 수프라가 더 좋다고 여겼네요.
환경 항목 (50점 만점)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 17점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 23점
CO2 배출량에서 수프라가 더 적었던 것이 점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여기까지의 총점은 현대 i30 N 패스트백이 311점, 수프라가 327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점수가 뒤집어진 걸까요? 바로 가격 부분입니다. 독일 기준 i30 N 패스트백은 기본가 34,020유로, 수프라 2.0은 무려 52,824유로나 합니다. 이 가격과 옵션 비용, 보험료, 무상 보증 조건(현대의 경우 5년 주행거리 무제한) 등을 종합한 가격 항목 점수는 현대가 93점, 토요타가 71점이었습니다. 이걸 합산한 최종 결과는,
i30 패스트백 N 퍼포먼스 : 404점
GR 수프라 2.0 다이나믹 : 398점
사진=현대자동차
사진=토요타
그런데 이번에 평가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인, 그러니까 일상용 자동차를 평가하는 기준이 아닌, 스포츠카에 맞는 평가를 했을 경우를 결과가 어땠는지도 함께 밝힌 겁니다. 항목별 점수를 확인해 볼까요?
앞좌석(15점 기준) : 수프라 13점, i30 N 패스트백 12점
성능 발휘 (20점 기준) : 수프라 16점, i30 N 패스트백 15점
변속기 (20점 기준) : 수프라 18점, i30 N 패스트백 16점
조향 (20점 기준) : 수프라 18점, i30 N 패스트백 16점
트랙션 / 그립 (15점 기준) : 수프라 11점, i30 N 패스트백 10점
주행 역동적 보조시스템 (5점 기준) : 수프라 3점, i30 N 패스트백 3점
0-100km/h (15점 기준) : 수프라 9점, i30 N 패스트백 6점
0-200km/h (10점 기준) : 수프라 2점, i30 N 패스트백 1점
제동력 100-0km/h (10점 기준) : 수프라 7점, i30 N 패스트백 5점
제동력 200-0km/h (15점 기준) : 수프라 7점, i30 N 패스트백 1점
트랙 운전 즐거움 (20점 기준) : 수프라 19점, i30 N 패스트백 16점
공도 운전 즐거움 (25점 기준) : 수프라 24점, i30 N 패스트백 22점
테스트 연비 (10점 기준) : 수프라 7점, i30 N 패스트백 6점
가격 (25점 기준) : 수프라 7점, i30 N 패스트백 25점
그 밖에 특정 지역(작은 마을)을 달리며 느낀 핸들링, 커브 템포 등에서도 수프라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수프라 186점, i30 N 패스트백는 175점이었습니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현대 i30 N 패스트백은 콤팩트한 자동차들 가운데 핫한 모델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수프라와 비교하면 미지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수프라는 첫 커브를 돌면 그 가격의 가치가 있는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핸들링 능력을 칭찬했습니다. 2인승 쿠페이지만 일상용으로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설명도 추가했는데요. 적절한 비교 대상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두 모델을 붙여 놓은 게 어색하긴 했지만 나름 흥미로운 테스트였습니다.
운전 재미를 생각한다면 수프라와 같은 2인승 쿠페가 제격입니다. 하지만 i30 N 패스트백 역시 비교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럽에서 괜찮다는 고성능 콤팩트 해치백들과의 경쟁을 위해 만들어진 모델인 만큼 실망보다는 긍정적인 면들이 더 많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수프라와 같은 2인승 전문 펀드라이빙 쿠페와 더 정확한 비교를 원한다면 현대나 기아가 2인승 쿠페를 내놓으면 됩니다만 그런 일이 일어날까요? 현재로는 아쉽지만 출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젠 수프라와 비교 테스트도 하고, 현대도 이젠 고성능 분야에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는 느낌입니다.
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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