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겨울타이어 하면 꼭 알아두어야 할 2가지

지난 6일이었죠. 저녁부터 내린 눈으로 전국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말 그대로 교통대란이었는데요. 제설작업까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며 도로에서 다수의 차가 추돌 사고를 일으켰고, 주행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되자 많은 운전자가 자신의 차를 도로 위에 그대로 두고 귀가하기도 했습니다.

큰 혼란이 있고 난 후, 사륜이나 전륜구동 자동차보다 눈길에 더 취약하다며 후륜구동 자동차의 눈길 운전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또 특정 브랜드의 SUV를 언급하며 사륜구동의 눈길 주행 경쟁력을 칭찬하는 기사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후륜이 아닌 다른 구동 방식의 자동차들로 도로가 채워졌다면 눈길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사진=픽사베이  

 

구동 방식보단 겨울용 타이어 장착이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구동 방식에 따른 차이는 분명 있지만 눈길과 얼음길에서 제동력이나 안정적 코너링에 더 영향을 끼치는 것은 타이어입니다. 겨울에 윈터타이어를 장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 점착력 차이가 눈에 띌 만큼 발생하고, 그 차이는 그대로 영향을 끼칩니다. 또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한 전륜, 혹은 후륜 자동차와 윈터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은 사륜차의 제동력도 겨울타이어 장착한 자동차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한 채 시속 50km로 눈길을 달리던 자동차를 멈추게 하면 대략 32m 전후의 제동거리가 나오지만 그 차에 여름용 타이어를 장착하면 두 배인 60m 이상의 제동거리가 나옵니다. 사계절 타이어 역시 일반적으로 겨울용 타이어보다 눈길에서 더 긴 제동거리를 보이죠. 따라서 여름엔 여름용, 겨울엔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이 여전히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겨울엔 윈터타이어 장착만 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걸까요?

‘타이어엔 왜 홈이 파여 있을까?’ 트레드 패턴의 중요성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꼭 챙겨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트레드 홈의 깊이입니다. 트레드라는 것은 노면과 맞닿는 타이어 면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트레드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홈, 패턴들이 그려져 있죠. 그런데 이 패턴이 중요합니다.

 

타이어 패턴 / 사진=픽사베이  

 

위 사진 속 타이어에는 2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파란색과 붉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푹 파인 홈은 그르부(Groove)라고 해서 주로 배수를 돕고 타이어가 노면과 잘 밀착하게 하는 그립력에 도움이 됩니다. 노란색 원으로 표시된 가느다란 꾸불꾸불한 패턴은 사이프(Sipe)라는 것으로, 승차감을 높이고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젖은 노면이나 눈길 등에서 그립력을 발휘하도록 합니다.

 

 왼쪽 상단 겨울용 타이어엔 사이프(노란색 표시 부분)가 왼쪽 사계절타이어보다 넓게 분포돼 있다. 하단의 오프로드용 SUV 타이어(하단 왼쪽)와 여름타이어(하단 오른쪽)엔 거의 사이프가 보이지 않는다 / 사진= reifenqualitaet.de  

 

무조건 패턴이 많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얼마나 적절한가가 중요하죠. 그래서 타이어 제조사들은  패턴 연구에 여러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 패턴 중 우리가 흔히 트레드 홈이라고 하는 것은 그루브를 가리키는데요. 이 홈의 깊이 정도에 따라 타이어의 미끄러짐은 차이를 보입니다.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2가지 자료를 통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트레드 홈 깊이의 차이에 따른 눈길 제동력 비교도 / 자료=ACE  

 

겨울용 타이어를 낀 두 대의 자동차가 있습니다. 둘 다 눈길 위를 시속 50km로 달리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죠. 하나는 26.2m의 제동거리를 보였고, 하나는 37.6m의 제동거리를 보였습니다. 26.2m 거리에서 멈춘 차는 트레드 홈이 거의 신차 수준인 8mm였고, 그보다 11m 더 미끄러진 자동차는 트레드 홈의 깊이가 2mm밖에 남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2mm는 보통 타이어 교체 수준으로 많이 닳은 타이어입니다.

젖은 도로를 시속 100km로 달리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는 어땠을까요? 트레드 홈의 깊이가 8mm 수준인 타이어를 장착했을 땐 62.4m의 제동거리를 보였지만 트레드 홈의 깊이가 2mm밖에 안 남은 타이어의 경우 14m나 더 미끄러졌습니다.   

 

자료=reifenqualitaet.de  

 

이번엔 트레드 홈의 깊이가 다른 3개의 겨울용 타이어 제동력 결과입니다. 눈길에서 시속 50km로 달리다 멈췄을 때 트레드 홈의 깊이에 따른 제동거리 차이는 위 그림에서 보듯 최대 14m까지 났습니다. 8mm 트레드 홈의 경우는 26m, 트레드 홈의 깊이가 4mm 수준일 때는 32m, 그리고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1.6mm의 경우 38m의 제동거리를 보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럽 다수 국가가 트레드 홈의 깊이가 4mm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윈터타이어도 그 트레드 홈의 깊이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제동거리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콘티넨탈과 같은 타이어 제조사의 자료를 보면 차이가 더 심해, 트레드 홈의 깊이가 8mm일 때와 1.6mm일 때 최대 26m까지 제동거리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대 26m는 겨울용 타이어와 여름용 타이어의 편차만큼 큰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왕이면 등급 높은 타이어 선택

두 번째 놓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타이어를 살 때 등급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럽은 제동력을 A부터 G까지 7개의 등급으로 나누고 이를 타이어 라벨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등급이 중요한 이유는 제동거리의 차이가 제법 크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에서 사용 중인 타이어효율등급 라벨 / 자료=위키피디아  
타이어 등급에 따른 제동거리 차이 / 사진= reifenqualitaet.de  

 

A 등급의 타이어는 젖은 도로를 시속 80km로 달리다 멈추면 약 45m의 제동거리를 보이지만 좋지 않은 F 등급의 경우 최대 18m, 최소 3m(B 등급)까지 제동거리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따라서 트레드 홈의 깊이와 함께 타이어 제동 등급이 어느 정도인지를 함께 살피는 꼼꼼함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효율등급 표시라는 게 있어서 이를 통해 제동력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를 위한 타이어 정보 유통 구조 마련돼야

타이어 관련한 얘기를 하다 보면 아쉬운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양질의 타이어 관련 정보를 쉽게 얻질 못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독일과 같은 나라는 자동차 클럽이나 자동차 전문 매체, 제품 평가 기관 등에서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타이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회원, 또는 독자들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자료는 신차 테스트 결과만큼이나 널리 활용됩니다.

또 도로 안전위원회와 같은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라이펜콸리태트reifenqualitaet는 다양한 타이어 정보를 제공합니다. 또 타이어 소식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가 있어 이곳을 통해 새로운 타이어 출시 소식을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신뢰할 만한 기관이 정기적으로 타이어 테스트를 진행해 그 결과를 소비자들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비교공감’으로 이름을 바꾼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를 기대했으나 자동차 부문이 활성화되지 않아 아쉬움이 큽니다.

겨울타이어 테스트 중인 ACE 소속 전문가들 / 사진=ACE.de  

 

겨울용 타이어 장착 기준은 노면 기온 영상 7도

끝으로 꼭 알아두셔야 할 것은 겨울용 타이어는 노면 기온이 보통 7도 이하로 떨어질 때부터 장착한다는 점입니다. 또 M+S와 알파인 심볼이 새겨진 것이라면 사계절 타이어라도 겨울에 사용 가능합니다. 관리 잘된 사계절 타이어는 관리가 안 된 겨울타이어보다 더 낫다는 자료는 꾸준히  나오고 있으니 이 부분도 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M+S와 알파인 심볼 마크가 있어야 겨울에 사용 적합한 타이어다 / 사진=픽사베이  

 

우리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노면 온도가 7도 이상 올라갈 때까지는 겨울타이어가 필요합니다. 언제 기습적으로 눈이 내릴지 모르고, 또 보이지 않는 블랙 아이스로 언제 어떻게 위험에 빠질지 모릅니다. 이럴 때 겨울용 타이어라는 좋은 대안을 떠올리세요. ‘여름엔 여름타이어, 겨울엔 겨울타이어’라는 거,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