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성장을 거듭하던 독일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상반기엔 어디까지 추락할지 가늠조차 안 될 정도로 암담했죠. 그나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선전했고, 하반기 판매량이 반등하면서 급격한 폭락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독일 자동차 시장을 정리해봤습니다.
총판매량
2020년 독일에서 팔린 신차(자가용)는 2,917,678대였습니다. 최근 몇 년 계속 이어진 성장세가 꺾인 결과였는데요. 2019년 3,607,258대가 팔렸으니 거의 20% 가까이 판매량이 준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380만 대 전후의 판매도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악의 달은 4월입니다. 보통 30만 대 이상 팔리는 성수기지만 지난해 4월엔 12만 대를 겨우 넘기며 최악의 한 달을 보냈습니다. 이후 회복되던 시장은 7월에 예전 수준까지 올라왔고, 8월에 주춤하는가 싶더니 계속 판매량이 늘며 결국 비수기라 할 수 있는 12월엔 기록적인 31만 대의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참고로 중고차는 7백만 대가 조금 넘게 거래됐는데 이는 전년과 비교해 2.4% 마이너스 성장이었습니다. 중고차가 신차보다 코로나19에 따른 락다운(봉쇄)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주춤한 SUV, 나름 선방한 소형차, 깜짝 실적 캠핑카
차종별로 보면 SUV의 인기가 여전했습니다. 전체 판매된 자동차의 31.8%가 SUV였습니다. 하지만 전년과 비교해 약 17% 가까이 판매량이 줄었습니다. 두 번째로 점유율이 높은 C세그먼트(준중형급) 역시 전년에 비해 19%나 판매량이 줄었습니다. 미니밴 감소폭이 가장 컸는데요. 54.5% 마이너스 성장이었습니다.
그나마 소형 B세그먼트가 9.4% 감소해 한 자릿수 감소폭을 보였네요. 모두 주저앉았지만 유일하게 캠핑카만 플러스 성장을 했습니다. 총 76,225대가 팔렸는데 전년에 비해 41.4%나 늘어난 결과입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캠핑카의 성장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게 부담인 요즘 오히려 캠핑카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올해에도 캠핑카 바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폭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판매
연료 유형으로 보면 가장 비중은 큰 것은 가솔린입니다. 총 1,361,723대가 팔렸는데 전체의 절반 가까운 46.7%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에 비하면 36.3%나 줄어든 것이었습니다. 디젤 자동차 역시 819,896대가 팔려 전년에 비해 28.9%가 줄었습니다. 디젤의 판매량 감소는 계속되고 있지만 생각보다 버티는 힘이 나쁘지 않습니다.
놀라운 건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와 배터리 전기차의 판매량입니다. 배터리 전기차는 지난해 독일에서 총 194,163대가 팔려나갔습니다. 전년에 63,281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런 선전 덕에 점유율은 6.7%까지 올랐습니다.
하이브리드(527,864대)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200,469대) 역시 각각 1.2배, 그리고 3.4배 늘었습니다. 배터리 전기차까지 합치면 점유율은 30%를 넘깁니다. 이처럼 급격하게 전기차와 플러그인 전기차의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최대 9천 유로까지 받을 수 있는 늘어난 보조금 때문입니다. 물론 전기차 종류, 그리고 충전소 등이 늘어난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판매량 증가 등으로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은 139.8g/km로 전년보다 11.0% 낮아졌습니다.
전기차 판매량 TOP 10
1위 : 르노 Zoe (30,376대)
2위 : 폭스바겐 e-골프 (17,438대)
3위 : 테슬라 모델 3 (15,202대)
4위 : 폭스바겐 ID.3 (14,493대)
5위 : 현대 코나 EV (14,008대)
6위 : 스마트 EQ 포투 (11,544대)
7위 : 폭스바겐 e-UP (10,839대)
8위 : BMW i3 (8,629대)
9위 : 아우디 e-트론 (8,135대)
10위 : 오펠 e-코르사 (6,016대)
르노 Zoe의 판매량 증가가 놀랍습니다. 2019년에 비해 2.2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는데 이 판매량은 엔진 자동차를 포함해 전체 24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상위 50개 모델 안에 유일하게 전기차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폭스바겐 3개 모델이 10위 안에 포함됐는데 독일 내수 시장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벌써 단종됐어야 할 e-골프가 ID.3의 지각 등장으로 잘 버텨줬고, ID.3는 4개월 판매량으로 4위까지 순위가 올랐습니다. 올해 ID.3와 ID.4가 본격 판매되면 독일 전기차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폭스바겐 쪽으로 기울 수도 있어 보입니다. 1억 이상의 프리미엄 전기차로는 유일하게 아우디 e-트론이 10위 안에 포함됐습니다.
이탈리아, 영국, 미국 브랜드만 웃었다
총 48개 브랜드가 독일 시장에서 판매 경쟁을 벌였습니다. 그중 피아트 (+0.2), 테슬라 (+55.9%), 페라리 (+23.9%), 람보르기니 (+8.6%), 로터스 (+14.0%), 모건 (+15.6%) 등만이 전년에 비해 더 판매량을 늘렸습니다. 특히 양산 브랜드 피아트의 선전(?)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카토 덕으로 보입니다. 두카토는 캠핑카로 많이 개조되는 대표적 모델입니다.
브랜드별 판매량 Top 20
1위 : 폭스바겐 (525,612대, 전년 대비 21.3% 마이너스)
2위 : 메르세데스 (303,185대, 10.6% 마이너스)
3위 : BMW (240,968대, 13.7% 마이너스)
4위 : 아우디 (213,934대, 19.9% 마이너스)
5위 : 포드 (194,250대, 30.6% 마이너스)
6위 : 스코다 (181,198대, 13.0% 마이너스)
7위 : 오펠 (146,219대, 32.3% 마이너스)
8위 : 르노 (125,318대, 4.4% 마이너스)
9위 : 세아트 (114,564대, 17.4% 마이너스)
10위 : 현대자동차 (105,051대, 18.9% 마이너스)
11위 : 피아트 (89,150대, 0.2% 플러스)
12위 : 토요타 (77,176대, 8.7% 마이너스)
13위 : 기아 (64,296대, 7.6% 마이너스)
14위 : 푸조 (55,501대, 23.8% 마이너스)
15위 : 다치아 (50,704대, 36.6% 마이너스)
16위 : 시트로엥 (48,950대, 16.8% 마이너스)
17위 : 볼보 (47,194대, 11.6% 마이너스)
18위 : 미쓰비시 (44,985대, 13.7% 마이너스)
19위 : 마즈다 (44,346대, 38.1% 마이너스)
20위 : 미니 (44,152대, 11.7% 마이너스)
피아트를 제외하고 모두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이었습니다. 그나마 르노의 판매량 감소폭이 적은 편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전기차 Zoe의 선전에 따른 결과로 보입니다. 포드, 오펠, 다치아, 마쯔다 등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었고, 가장 적은 판매량을 보인 브랜드는 캐딜락으로 총 42대를 팔았습니다.
모델별 판매량 상위 20
1위 : 폭스바겐 골프 (136,324대, 전년 대비 33.4% 마이너스)
2위 : 폭스바겐 파사트 (60,904대, 2.7% 플러스)
3위 : 폭스바겐 티구안 (60,380대, 31.2% 마이너스)
4위 : 포드 포커스 (53,378대, 8.4% 마이너스)
5위 : 스코다 옥타비아 (53,302대, 3.5% 마이너스)
6위 : 오펠 코르사 (53,302대, 2.9% 플러스)
7위 : 폭스바겐 티록 (50,822대, 13.7% 마이너스)
8위 : BMW 3시리즈 (47,273대, 9.1% 플러스)
9위 : 폭스바겐 폴로 (46,174대, 24.7% 마이너스)
10위 : 미니 (44,152대, 11.7% 마이너스)
11위 : 메르세데스 A-클래스 (43,391대, 1.8% 마이너스)
12위 : 메르세데스 GLC (41,791대, 8.9% 플러스)
13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41,651대, 35.3% 마이너스)
14위 : 메르세데스 E-클래스 (37,437대, 24.7% 마이너스)
15위 : 세아트 레온 (37,310대, 5.9% 마이너스)
16위 : 아우디 A4 (35,841대, 29.4% 마이너스)
17위 : 포드 피에스타 (34,821대, 19.6% 마이너스)
18위 : 아우디 A3 (34,098대, 20.0% 마이너스)
19위 : BMW 1시리즈 (32,831대, 2.9% 플러스)
20위 : 피아트 500 (32,038대, 14.6% 마이너스)
모델별 판매량 순위에서 골프가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매년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골프가 왜 독일 등, 유럽에서 판매량이 줄고 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선 별도의 글을 통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에 비하면 파사트, 코르사, 3시리즈, GLC 등, 상위 50위 안에 15개 모델은 전년보다 오히려 판매량이 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어려웠던 시기를 잘 이겨냈습니다. 티구안과 C-클래스, E-클래스, 폴로, A4 등도 크게 판매가 줄었습니다. 폴로가 5위권 밖에 위치한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산 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작년 독일에서 105,051대를 팔았습니다. 기아가 64,296대, 그리고 쌍용자동차가 1,715대의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특히 쌍용은 전년 대비 40%에 가까운 판매량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코나는 총 31,557대가 팔려 한국 자동차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었습니다. 전체 순위에서도 21위를 차지했으며, 전년 대비 42.7%의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눈부신 실적이 아닐 수 없는데요. 전기차 붐과 함께 판매량을 늘린 코나 EV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아 모델 중에는 씨드가(24,799대) 전체 3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씨드 역시 전년과 비교해 15.5% 성장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니로 전기차는 3,543대가 팔렸고, 쏘울 전기차 역시 2,364대로 기아의 EV가 전체적으로 괜찮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에 비해 스팅어(25대)의 판매량은 여전히 아쉽습니다. 쌍용자동차 모델 중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것은 티볼리(976대)였으며 코란도가 710대로 뒤를 이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 그리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의 큰 어려움을 겪었던 독일 제조사들이 과연 올해엔 얼마나 회복한 모습을 보까요? 난세 속에 영웅이 등장한다고 했던가요? 전기차가 과연 새로운 희망이 되어줄지, 이 부분 역시 독일 자동차 시장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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