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부터 1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에정이던 제90회 모터쇼가 개막을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취소됐습니다.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인데요. 스위스 정부는 별다른 공지가 없는 한 1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계속해서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축구, 카니발, 그리고 모터쇼 등이 이 기준에 의해 올스톱된 상태입니다.
2020년 제네바모터쇼 포스터 / 출처=GIMS
제네바모터쇼는 자동차 제조사가 없는 나라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적 모터쇼로 많은 업체가 여기서 자신들의 신차와 신기술, 신제품을 선보입니다. 1905년 처음 열렸으니 115년이나 된 굉장히 역사가 깊습니다. 초기 1, 2차 세계대전으로 열리지 않기는 했지만 이후에는 특별히 개최에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 취소가 됐네요.
참가 준비를 다 마친 제조사나 부품업체들 역시 갑작스러운 취소 결정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일 텐데요. 그래도 지금 같은 때 실내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달리 불만을 토로하기도 어렵습니다. 만약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이 진정이 안 되는 등, 그 기간이 늘어간다면 그 밖의 모터쇼들 역시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부터 사실 모터쇼의 위기론은 힘을 얻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신차에 대한 정보를 모터쇼가 아니라도 이제는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그런 분위기는 각 모터쇼의 방문자 수 감소로 드러납니다. 편차가 없는 편이라는 제네바모터쇼만 하더라도 2018년 약 70만 명에 가깝던 방문자 수가 지난해에는 거의 60만 명까지 줄었죠.
2019년 제네바모터쇼 당시 모습 / 사진=GIMS
전기차다, 자율주행이다, 각종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제조사들로는 거금을 들여 모터쇼에 참석하는 것보다 인터넷 등을 이용해 홍보하는 게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도 낫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뿐인가요? 비용 부담은 내년부터 시작될 강력한 이산화탄소 규제에 따른 조 단위의 벌금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스페인, 독일, 그리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열리는 가전, 전자 박람회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됩니다. 가전박람회에 참가하는 제조사가 계속 늘면서 두 행사 모두에 전념하는 건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전통적 모터쇼는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글쎄요.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모터쇼가 사라지진 않을 거 같습니다. 소멸이 아닌 변화를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펼쳐지겠죠.
예를 들어 독일 하면 떠올렸던 프랑크푸르트모터쇼의 경우 다음부터는 프랑크푸르트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개최됩니다. 독일 자동차 공업 협회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서는 다음주에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GIMS
자동차 좋아하는 분들에게 모터쇼는 너무나 즐거운 이벤트입니다. 친구, 혹은 연인이나 아이 손을 잡고 함께 방문하기에 이만큼 좋은 행사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모터쇼에 대한 투자를 줄여갑니다. 아니,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예 참가를 포기하며 그 비용을 다른 방식으로 쓰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터쇼는 어떤 길을 모색해야 할까요? 자동차 팬의 입장에서 부디 성공적 변화를 통해 오래도록 여러 모터쇼가 유지되길 바랍니다. 제네바모터쇼, 내년에는 건강한 환경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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