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기아자동차는 해외 주요 시장에서 ‘현지 전략형’ 모델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해당 지역의 자동차 소비 특성을 철저하게 연구해 만든, 지역 특화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요.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그리고 유럽 시장 등이 대표적인 현지 전략형 모델을 내놓는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국내엔 유럽 전략형 모델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 기아 유럽 전략형 모델>
현대자동차 유럽 전략형 모델 : 경차 i10 소형 해치백 i20, i20 액티브, 준중형 i30 왜건, 고성능 모델 i30 N과 i30 패스트백, i30 패스트백 N
기아자동차 유럽 전략형 모델 : 프라이드 수출형 모델 리오, 준중형 해치백 모델 씨드와 씨드 GT, 씨드 왜건 , 씨드 왜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프로 씨드, 그리고 쿠페형 SUV XCeed, XCeed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아의 대표 유럽 전략형 모델 씨드(GT) / 사진=기아
나열해서 보니 제법 가짓수가 되죠? 이 모델 중 일부가 ‘한국에 들어오면 어떨까?’ 하는 기대를 나타내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모델에 대한 호기심, 또는 뭔가 유럽 전용 모델이라고 하니 성능이나 품질에서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등으로 인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선택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없는 것보다 선택지가 많은 게 소비자에겐 분명 좋은 일입니다. 다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시장 하나만을 보고 해외 공장과 국내 공장 노조를 설득하고, 설비를 증설하는 등의 노력을 하면서까지 한국에 들여올 그런 히트 모델이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데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불리고, 작은 차보다는 큰 차 선호가 분명한 한국 시장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이에 어울리는 유럽형 모델은 없다고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수입되었으면 하는 현대와 기아의 유럽 전략형 모델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우선 기아는 엑씨드를 꼽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SUV, CUV 붐이 일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군침을 흘릴만한 합니다. 스토닉보다 길고, 넓고, 높이는 더 낮은, 따라서 실용성과 안락함, 그리고 주행의 즐거움이 더 기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일도 나쁘지 않고요.
엑씨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 사진=기아
현대차의 경우 현재 나와 있는 모델 중에는 딱히 한국 시장에 들여올 만한 건 없어 보입니다. I30 N과 같은 고성능 준중행 모델이 탐이 나기는 하지만 국내에는 벨로스터 N이 있고, 심지어 벨로스터 N의 경우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까지 장착한다고 하니 수동 변속기만 있는 i30 N보다 더 (내수)시장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아반떼에도 N 로고가 달려 나오게 되면 i30 N의 빈자리는 그리 커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곧 선보일 소형 해치백 i20의 고성능 모델 i20 N은 조금 다릅니다. I30 N을 벨로스터가 대체할 수 있다면 i20 N은 대체할 만한 국내 판매용 모델이 없기 때문인데요. 이 작은 고성능 해치백이 줄 운전의 재미, 즐거움을 상상한다면 i20 N에 대한 국내 자동차 팬들의 아쉬움은 상대적으로 클 듯합니다.
신형 i20 / 사진=현대자동차
아우토빌트 등에 따르면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i20 N이 준비 중입니다. 기아 엑씨드 등에 들어간 1.6리터 T-GDI (204마력) 엔진이 장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런 수준이라면 200마력의 폴크스바겐 폴로 GTI, 포드 피에스타 ST (200마력) 등과 경쟁을 펼치게 됩니다. 또 아우토빌트는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DCT가 장착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벨로스터에 DCT를 적용하는 만큼 i30와 i20 N에도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할 수 있겠네요.
스웨덴에서 테스트 중인 i20 N / 사진=현대자동차
판매 볼륨이 크지 않은 고성능 B세그먼트 시장에서 과연 현대차가 i20 N을 얼마나 팔 수 있을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되레 어려운 경쟁을 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하지만 현대가 유럽에서 계속 이런 ‘성능’ 중심의 도전을 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그저 흉내만 내다 마는 것이 아닌, 정말 현대자동차만의 달리기 맛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라고 한다면, 그 지난한 싸움, 과정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언제까지, 어떠한 도전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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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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