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폴크스바겐 6조, 현대-기아 1조, 상상초월 CO2 벌금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강화된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제조사에 엄청난 벌금(할증료)을 물리기로 했습니다. 과연 어느 정도나 벌금을 내게 될지, 그 규모에 대한 여러 예측이 나왔죠. 제조사들 역시 자신의 문제이기에 누구보다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려 봤을 텐데요. 문제는 이 천문학적 할증료를 피할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억 소리 나는 벌금 규모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죠. 그중에서도 자동차와 관련한 환경 규제는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수년간 반대하고 버텨봤지만 결국 내년부터 본격 실행이 됩니다. 

사실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 벌금을 물리기로 한 것은 약 10년 전부터였습니다. 2012년에는 한 제조사에서 판매된 신차 65%를 기준으로 당시 CO2 배출 허용 경계선인 130g/km를 넘기면 벌금을 물어야 했죠. 그때 벌금을 낸 제조사가 있는지, 냈다면 또 얼마나 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어쨌든 기준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룰은 매년 강화되어 왔죠. 금액의 경우 1g/km 초과 때마다 5유로가 부과됐습니다.

그리고 2021, 그러니까 내년부터는 제조사가 판매하는 신차의 대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5g/km 이상이 되면 1g이 초과할 때마다 95유로의 할증료를 내야 합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초과 g x 판매된 차량 수 x 95유로 = 전체 벌금액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고 브랜드 전체 판매량이 많으면 그만큼 벌금도 많아지겠죠?

여기서 한 가지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모든 제조사가 동일한 기준, 그러니까 95g/km가 아니라는 겁니다. A라는 제조사가 판매한 자동차의 평균 중량이 B라는 제조사가 판 자동차의 평균 중량보다 무겁다면 그 무게를 어느 정도 반영해 기준을 조금 더 올려줬습니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벤츠를 만드는 다임러의 경우 2021년까지 CO2 배출 목표는 103.1g/km이고, 반대로 작은 차(가벼운)를 주로 만드는 푸조시트로엥(PSA)의 경우 2021년까지 91g/km 이하로 CO2 평균 배출량을 맞춰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어겼을 때 물어야 할 벌금, 할증료는 얼마나 될까요? 예측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근 독일의 쥐트도이체차이퉁이 공개한 PA 컨설팅 그룹의 예측 결과를 보면 그 액수에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완성차 업체들이 사력을 다해 막으려 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어느 수준인지, 유럽 시장에서 활동 중인 주요 11개 자동차 기업의 예상 할증료를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환율은 1유로당 1,300원 기준, 자료= PA 컨설팅 그룹)

재규어-랜드로버

2021년 달성해야 할 CO2 배출 기준치 : 130.6g/km

2018 CO2 평균 배출량 : 151.5g/km

2021 CO2 예상 평균 배출량 : 135.0g/km

예상 할증료 : 1 209억 원


볼보

2021년 달성해야 할 CO2 배출 기준치 : 108.5g/km 

2018 CO2 평균 배출량 : 129.5g/km

2021 CO2 예상 평균 배출량 : 121.0g/km

예상 할증료 : 4 966억 원


다임러

2021년 달성해야 할 CO2 배출 기준치 : 103.1g/km

2018 CO2 평균 배출량 : 130.4g/km

2021 CO2 예상 평균 배출량 : 114.1g/km

예상 할증료 : 1 2 961억 원


BMW

2021년 달성해야 할 CO2 배출 기준치 : 102.5g/km

2018 CO2 평균 배출량 : 123.6g/km

2021 CO2 예상 평균 배출량 : 110.1g/km

예상 할증료 : 9 802억 원


폭스바겐

2021년 달성해야 할 CO2 배출 기준치 : 96.6g/km

2018 CO2 평균 배출량 : 121.1g/km

2021 CO2 예상 평균 배출량 : 109.3g/km

예상 할증료 : 5 8 552억 원


포드

2021년 달성해야 할 CO2 배출 기준치 : 96.6g/km

2018 CO2 평균 배출량 : 122.7g/km

2021 CO2 예상 평균 배출량 : 112.8g/km

예상 할증료 : 18 928억 원


토요타

2021년 달성해야 할 CO2 배출 기준치 : 94.9g/km

2018 CO2 평균 배출량 : 100.9g/km

2021 CO2 예상 평균 배출량 : 95.1g/km

예상 할증료 : 234억 원


현대-기아자동차

2021년 달성해야 할 CO2 배출 기준치 : 93.4g/km

2018 CO2 평균 배출량 : 118.9g/km

2021 CO2 예상 평균 배출량 : 101.1g/km

예상 할증료 : 1 361억 원


피아트-크라이슬러

2021년 달성해야 할 CO2 배출 기준치 : 92.8g/km

2018 CO2 평균 배출량 : 125.4g/km

2021 CO2 예상 평균 배출량 : 119.8g/km

예상 할증료 : 3 4 333억 원


르노-닛산-미쓰비시

2021년 달성해야 할 CO2 배출 기준치 : 92.9g/km

2018 CO2 평균 배출량 : 108.2g/km

2021 CO2 예상 평균 배출량 : 97.8g/km

예상 할증료 : 1 3 741억 원


푸조-시트로엥(PSA)

2021년 달성해야 할 CO2 배출 기준치 : 91.9g/km

2018 CO2 평균 배출량 : 113.9g/km

2021 CO2 예상 평균 배출량 : 95.6g/km

예상 할증료 : 1 2 194억 원

사진=VW

이 결과를 보면 폴크스바겐그룹이 거의 6조 원에 가까운 벌금을 내게 됩니다. 그 뒤를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포드가 따르고 있죠. 현대자동차그룹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1조 원 이상의 할증료를 낼지도 모릅니다. 그에 비하면 하이브리드와 작은 차로 승부를 보는 토요타는 2백억 원대의 비교적 적은(?) 할증료를 낼 것으로 예측됩니다. 물론 전체 판매량이 생각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변수라고 한다면 제조사들에 주어진 슈퍼-크레딧이라는 제도인데요. 제조사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0g/km 미만인 자동차를 1대 판매했을 때 이를 2대로 계산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단계적으로 혜택이 줄기 때문에 부담을 크게 덜어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더욱 큰 문제는 EU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 기준치와 비교해 37.5% 더 감축하기로 합의를 한 것입니다. 95g/km에서 59g/km까지 다시 줄여야 합니다. 독일 자동차 제조협회가 어디에도 없는 규정이고 비현실적인 것이라고까지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테슬라에겐 남의 일인 CO2 대란 / 사진=테슬라


예상되는 변화

최근 독일 시사지 슈피겔은 독일에서 10년 연속 신차의 평균 출력이 증가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2019년의 경우 평균 158마력이었는데 이중 SUV 평균은 172마력으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무겁고, 출력이 높은, 그래서 배출되는 가스의 양이 많은 차가 많이 팔리고 있다는 뜻이죠. 영국도 되레 가솔린 자동차 소비가 늘면서 CO2 배출량이 더 늘었다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조사들은 전기차 투자를 멈출 수 없고, 이전과는 다른 빠른 속도로 다양한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을 것입니다. 현재로는 전기차 외에는 흔한 표현으로 앞으로 벌고 뒤로 까지는 상황을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전동화 선언을 한 것도 이런 규제가 일차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

유럽 각국 정부 또한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확대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것이고, 이산화탄소 저 배출을 위한 업계의 투자도 전기차 활성화와 함께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엔진과 배터리 전기차의 병행은 필수적이고, 업계의 투자는 이 두 가지 방향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가 는다는 것은 자동차 원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SUV나 스포츠카 등의 경우 가격 상승폭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규제에 따른 손실을 어떻게든 메꾸려 할 테니까요. 그리고 제도의 변화, 자동차 제조 환경의 변화는 유럽만이 아닌, 우리나라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남의 얘기만은 아니란 것이죠.

사진=BMW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 파괴를 생각한다면 이런 강한 규제를 비현실적이라고 비판만 하기도 어렵습니다. 도심 최고제한속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글로벌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 역시 배기가스, 안전사고, 미세먼지 등을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환경을 우선 생각하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게 됐습니다. 환경 기술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입니다. 천문학적 벌금은 분명 부담이지만, 이를 계기로 자동차 생태계가 건강하게 바뀔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