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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어깨가 무거워진 신형 골프

VW 대표 모델 골프 7세대가 출시된 게 2012년입니다. 벌써 7년째에 들어섰네요. 세대교체를 앞둔 조금은 오래된 모델이지만 적어도 유럽 시장에서 판매량은 지칠 줄 모르는 거 같습니다. 디젤 게이트라는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7세대의 선전은 폴크스바겐에게는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올 상반기 유럽 16개국 기준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판매 1위,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등에서는 2위, 아일랜드, 덴마크에서는 3위를 각각 차지했습니다. 유럽 전체 1위인 것은 분명하고요. 더 놀라운 건 독일에서의 가공할(?) 만한 판매량입니다. 1월부터 7월까지 138,299대, 월 약 2만 대에 가까운 이런저런 골프가 팔려나갔습니다. 

사진=VW


참고로 판매량 2위가 티구안(51,174대)인데 약진에 약진을 거듭함에도 독일에서 골프의 벽은 높아만 보입니다. 심지어 세대교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임에도 전년 대비 6%의 플러스 성장을 보였습니다. 이래서 게르만의 국민차 국민차 하는가 봅니다. 뭐,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7세대는 워낙 큰 악재 속에서 버텨왔기 때문에 그 뒤를 잇는 신형 골프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겁니다. 기대를 충족하는 더 좋은 골프가 나와야겠죠. 그런데 요즘 폴크스바겐의 분위기를 보면 골프의 앞날이 마냥 밝아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사진=VW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순수 전기차 시리즈인 'ID'의 4개 차종이 새롭게 시장에 선보일 텐데요. 중형급부터 CUV, 미니밴, 소형 해치백 타입 등, 다양한 전기차가 준비돼 있습니다. 이미 VW은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긴 관점에서 회사 체질 자체를 전동화 브랜드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전기차 3백만 대 팔겠다고 밝혔고 전기차의 종류도 지금 엔진 장착된 라인업을 훨씬 뛰어넘게 됩니다. 이를 위해 100조에 가까운 돈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죠. 거기다 자신들 전기차를 이용한 공유 서비스 '위(We)'를 내년에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전기차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장 전기차에 흔들릴 골프는 아니겠지만 회사의 방향성 자체, 체질 자체를 이렇게 전동화로 바꾸려 하는 것은 골프와 같은 전통적 해치백 모델에게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유럽 대표적 브랜드가 내놓으며 공세를 쏟는다면 판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판매량이 심상치 않은 티록. 독일에서는 골프 SUV로 불린다 / 사진=VW


전기차 공세만이 아니죠. 폴크스바겐은 요즘 부쩍 SUV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투아렉 신형도 잘 나온 편이고, 티구안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팔려나갑니다. 티구안 7인승 올스페이스까지 등장했죠. 티구안의 독일 내 성장세는 골프의 4배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릅니다.


여기에 독일에서 골프 SUV로 불리는 신형 티록 판매량도 상당합니다. 7월 한달 4천 4백 대 이상이 팔려 전체 판매량에서 1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티록과 티구안의 이런 인기는 신형 골프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더 커질 게 분명합니다. 이처럼 폴크스바겐 내부적인 뚜렷한 변화, 그리고 외부 경쟁자들의 계속되는 도전 등은 신형 골프엔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8세대가 어떤 변화, 어느 정도의 개선을 이룰지 요즘 부쩍 관심이 갑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가 신형 골프 실내 모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죠. 거의 풀디지털급 콕핏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것도 옵션이 아닌 기본 사양으로. 커지고 정밀해진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개선된 DSG도 얘기되고 있습니다.

골프 관련 아우토빌트 기사 /출처=아우토빌트 PDF 캡처

개인적으로는 SUV가 아무리 득세해도, 그리고 조만간 불게 될 전기차 바람(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에도 괜찮은 해치백들 오래 남아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합니다. 너무 앞서간 걱정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요즘 계속 들려오는 이런 자동차 업계의 소식을 보면 그리 먼 걱정이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무리 잘 나가는 골프라도 트렌드가 바뀌고 사람들의 취향이 바뀐다면야 할 수 없겠죠. 골프가 아닌 다른 대안이 매력적이고 충분하다면 골프의 전성시대도 막을 내리게 될 겁니다. 그래도 아직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좋은 해치백이 더 사랑받고 꾸준히 사람들 관심 속에 있었으면 합니다. 해치백 좋아하고 아날로그에 여전히 매력을 느끼는 저 같은 사람들이 있는 한,  8세대는 물론 9세대, 10세대 계속해서 골프가 골프답게 남아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