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던 디젤 자동차 시장은 2015년 9월에 터진 디젤 게이트 이후 급격하게 위축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그렇다면 디젤 게이트 이후 우리나라 신차 디젤 점유율은 얼마나 줄었을까요? 2012년 50%를 넘기더니 2015년에는 70%에 육박합니다. 그러던 것이 2017년, 그러니까 작년에는 다시 47%로 낮아졌죠. 그런데 낮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가솔린 자동차보다 점유율이 높습니다.
2018년 상반기에는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 점유율 간격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디젤차 판매량이 가솔린을 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연이어 발생한 BMW 화재로 인해 디젤의 버티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디젤 자동차에 대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선택이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으로 어느 정도 옮겨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그렇다면 디젤 승용차의 고향 유럽은 요즘 어떨까요? 우리가 흔히 유럽을 디젤의 고향이라 부르는 것은 디젤차 비중이 높은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90년대 후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유럽 메이커들이 전략적으로 디젤 세단을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디젤차는 이후 제도의 도움을 받으며 유럽에서 크게 성장하게 되는데요.
유럽 자동차 공업협회(ACEA)의 자료를 보면 서유럽 15개 국가의 2001년 디젤차 점유율은 36.7%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계속 비중을 늘려 2006년에는 50%를 넘어섰고, 2011년에는 가장 높은 56.1%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그렇게 50%를 넘던 비중이 2015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게 되죠. 2016년에는 49.9%, 2017년에는 44.8%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국가별로 살펴보면 약간씩 다른 점들이 읽힙니다.
놀라운 그리스의 변화율
2000년 이후 유럽 내 디젤차 점유율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국가라고 한다면 그리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2001년에 디젤 점유율은 0.8%로 가장 낮았죠. 그런데 2011년 10%, 2012년에 40.0%, 2014년에는 63.5%까지 치솟게 됩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성장 폭이죠? 고유가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당시 그리스인들은 디젤차를 선택했고, 또 디젤 엔진 장착률이 높은 SUV의 판매가 많이 늘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점유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2016년에는 55.1%, 2017년에는 44.6%까지 내려갑니다. 2017년의 경우 전년에 비해 10.5%나 줄어들어 룩셈부르크(65.0% -> 54.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점유율 하락을 보인 국가였습니다.
유럽 최고 디젤차 점유국이던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오스트리아와 벨기에는 2000년대 시작 전부터 디젤차의 점유율이 매우 높았던 유럽 내 국가들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2001년 65.7%, 벨기에는 같은 해 62.6%의 디젤 점유율을 보였죠. 오스트리아는 2003년에 정점인 71.5%까지, 그리고 벨기에는 2008년 79%까지 디젤차 비중이 올라갔습니다.
두 나라의 차이라고 한다면 벨기에는 꾸준히 60~70%대를 유지하다 2015년 이후 50%대로 떨어지게 되었고, 오스트리아는 2007년 이후 50%대로 내려 앉았다는 점입니다. 룩셈부르크와 함께 유럽 디젤차 열풍의 핵심이었던 곳들이지만 현재는 룩셈부르크를 제외하고는 두 나라 모두 디젤 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디젤 강국 프랑스도 어쩔 수 없었다
파리 전경 / 사진=픽사베이
프랑스 역시 디젤차 비중이 높은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2001년 56.2%에서 시작해 계속 치고 올라갔죠. 최고 77.3%까지 디젤차가 점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대기오염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파리시가 2015년부터 일부 디젤차에 대한 통행 제한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영향을 받게 됩니다. 바로 그 2015년에 처음으로 디젤차 점유율이 50%대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디젤 게이트 등의 여파로 작년에는 처음으로 47.3%라는 점유율까지 내려가게 됐습니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데 올 상반기는 더 낮아져 40%까지 떨어졌습니다. 파리시는 2024년에 디젤차 금지를, 2030년에는 가솔린차까지 금지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지자체장의 결정이 과연 그대로 유지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만 봐도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민이 큰 독일
사실 독일은 디젤차 점유율이 한 번도 50%를 넘지 않은 곳입니다. 디젤차 강국임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의외로 그 비중은 높지 않았습니다. 2012년 48.1%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국민차 브랜드 VW이 디젤 게이트를 일으킨 충격, 그리고 일부 도시에서의 노후 디젤차 제한 등의 조치로 인해 2017년에는 디젤차 점유율이 38.7%로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2018년 상반기는 더 나빠져 32.1%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규제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고, 독일은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에서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게 많은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줄여도 모자랄 판에 되레 CO2 배출량이 늘었으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네요.
사진=픽사베이
스웨덴 이탈리아는 버티기 중?
그런데 모든 유럽 국가가 이렇게 디젤차의 점유율이 곤두박질친 것은 아닙니다. 덴마크는 2016년 디젤차 점유율이 36.0%에서 2017년에는 35.0%로 그 변화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점유율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외부 요인에 의한 변동폭도 그만큼 크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네요.
스웨덴은 2016년 51.5%에서 2017년에는 48.4%로 낮아졌는데 다른 곳들에 비하면 감소 수준이 역시 크지 않았습니다. 이런 곳은 또 있었는데요. 아일랜드가 현재 유럽에서는 디젤차 점유율이 가장 큰 곳으로, 2016년 70.0%에서 작년에는 65.2%로 4.8% 줄었습니다. 디젤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면 하락폭은 예상한 것보다 크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탈리아도 비슷합니다. 유럽의 5대 시장으로 연 신차 판매량 200만 대를 향해 가고 있는데 이탈리아의 디젤차 점유율은 2016년에는 57.0%였고 2017년에는 56.3%로 감소폭이 유럽에서 가장 작은 나라였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해도 될 정도죠.
내년부터 밀라노가 오래된 디젤차 운행을 제한하기로 결정했지만 굉장히 점진적으로 펼쳐질 정책이고 신형 디젤차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업무용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전체의 45% 수준)한 것이 디젤차 점유율이 버틸 수 있었던 요인이 아닌가 합니다.
이탈리아는 기업이 자동차 등을 살 때 그 비용을 140%까지 보존해주는 법이 마련돼 있고, 연비효율이 중요한 회사 차량의 경우 디젤 선택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제도적 요인이 디젤차 판매량을 지탱시키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의외로 디젤차 비중이 높은 영국
런던의 상징물 중 하나였던 2층 버스는 디젤 버스 공급이 중단됩니다. / 사진=픽사베이
영국은 디젤 자동차 비중이 낮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데 사실은 독일도 넘기지 못한 점유율 50% 벽을 넘긴 곳입니다. 작년에는 그 비중이 42.0%로 낮아졌지만 유럽에서 유일하게 디젤과 가솔린의 유류세가 같은 곳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예상보다 디젤차 점유율이 높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도가 디젤차를 버티게 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 내에서도 국가별로 조금씩 디젤차 구매 분위기는 다릅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그 비중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고요. 일부 전문가들은 디젤차 점유율이 20%를 유지하거나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자동차세 기준으로 삼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입니다. 또 자동차 구입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에게는 보조금을, 많은 차에게는 탄소세 등을 부여하는 정책을 여러 나라에서 펴고 있습니다. 유류세 역시 영국을 제외하면 모든 나라에서 디젤에 적게 붙어 있습니다.
이런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디젤의 퇴출은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겁니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말이죠. 또 제조사들은 엄청난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벌금을 물지 않기 위해서도 전기차 등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디젤차가 버텨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계속 투자도 이어지고 있고 새로운 디젤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죠.
따라서 디젤차가 지금보다 좀 더 힘을 잃기는 하겠지만 유럽에서는 한동안 버틸 겁니다. 업무용 자동차와 SUV의 높은 디젤 비율, 특히 크고 작은 화물차가 보이는 절대적 디젤 의존도 등은 디젤의 종말을 언급하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도 이렇게 말은 했지만 궁금합니다. 과연 디젤차의 시대는 언제 막을 내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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