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하면 경제적인 자동차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경차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 그리고 소형차 왕국 유럽에서는 단순히 경제성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죠. 경차로부터 얻을 수 있는 운전의 재미 같은 면도 강조됩니다.
이곳 유럽에서는 요즘 부쩍 경차(A세그먼트)가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며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뭔가 남다른 미니카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한 경차들, 어떤 모델들이 있는지 지금부터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GTI 가족이 된 UP
UP GTI / 사진=VW
지난해 5월 폴크스바겐은 GTI 마크가 붙은 경차 UP을 공개한 바 있는데요. 당시만 하더라도 양산될 것인지 명확한 얘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UP GTI의 판매가를 공개하며 본격 판매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3.6m 수준의 전장이니까 차의 폭만 아니면 우리나라 경차 기준에 드는 그런 모델이죠.
신형 UP GTI는 1.0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이 115마력, 최대 토크 200Nm까지 발휘하며 6단 수동 변속기가 장착돼 있습니다. 최고속도는 196km/h까지 낼 수 있다고 하네요. 경차가 시속 200km/h 근처까지 간다는 게 대단합니다. UP GTI의 115마력은 1976년에 나온 1세대 골프 GTI의 마력과 같습니다. 차의 크기나 마력 등, 여러 면에서 1세대 골프 GTI와 UP은 닮았고, 제조사도 이런 점을 홍보에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UP GTI 실내 / 사진=VW
UP GTI는 새로운 연비측정법에 따라 실제 도로 주행 테스트를 거쳐 연비를 공인받았는데 리터당 17.8km입니다. GTI 특유의 시트 커버 디자인과 운전대에 들어간 붉은 스티치 등이 반갑기는 하지만 골프공 기어 노브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가솔린미립자필터(GPF)가 있어 95%까지 미립자가 필터링이 되는 점인데요. VW이 티구안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GPF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판매가는 추가 비용 없이 16,975유로로 골프의 절반 수준이지만 기본 UP에 비해 2천 유로 정도 비쌉니다. 그래도 코너링에서의 즐거움, 또 괜찮은 가속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내비게이션이나 각종 인포테이먼트 기능을 활용한 점도 요즘 트렌드에 어울리는 선택이 아닌가 싶네요.
지상고 높인 기아 피칸토 X-Line과 오펠 아담 Rocks
피칸토 X-Line / 사진=기아자동차
기아 모닝은 해외에서 피칸토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죠. 최근 지상고를 15mm 올리고 스타일에 변화를 준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피칸토 X-Line을 출시했습니다. 워낙 SUV가 인기이다 보니 이런 형태의 파생 모델이 경차까지 침투하고 있네요.
모닝 GT에 들어가는 100마력짜리 엔진이 피칸토 X-Line에도 들어가 있으니까 경차치고는 고마력 모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서 판매는 아직 불분명한데, 요즘 분위기를 봐서는 쉽지 않을 거 같네요. 그런데 기아가 이런 변형 모델을 내놓은 것은 이미 유럽에서 이런 형태의 모델들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담 / 사진=오펠
아담 Rocks / 사진=오펠
아담 Rocks S / 사진=오펠
오펠은 쉐보레의 스파크를 변형한 카를과 고급형 아담이라는 두 가지 A세그먼트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를이 경제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2013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아담은 펀카, 스타일 자동차라는 컨셉을 강조하고 있죠. 가격도 카를보다 더 비싼데요. 이런 아담에는 역시 지상고를 15mm 올린 아담 Rocks라는 크로스오버 파생 모델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아담 Rocks와 피칸토 X-라인은 사실 2011년부터 판매되고 있는 VW의 크로스오버형 모델 Cross UP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크로스 UP의 경우도 지상고를 15mm 올렸죠. 경차 지상고 15mm 올리는 것이 유행인지 아니면 최적이라 보는 건지, 어쨌든 공교롭게도 모두 같습니다.
오펠은 추가로 아담 S와 아담 Rocks S 등의 고성능 버전도 마련해 놓았는데요. 1.4리터 엔진이 들어가 있는데 자그마치(?) 150마력이나 됩니다. 쇼카 개념으로 튜닝된 특수 모델을 제외하면 양산되는 경차에서 이런 정도의 마력이 더 있을까 싶네요.
유럽 사륜구동 경차의 자존심 판다 4x4
판다 4X4 / 사진=FCA
판다 크로스 / 사진=FCA
사륜구동 경차라면 우선 스즈키를 꼽을 수 있겠죠. 누가 봐도 오프로더 스타일인 짐니는 최초 사륜 경차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도심형 사륜구동 경차 Ignis도 나와 두 모델 모두 유럽에서 경쟁 중입니다. 그렇다면 유럽 토종 사륜구동 경차는 없을까요? 피아트 판다가 있죠.
판다는 조르제토 주지아로에 의해 디자인돼 1980년 첫선을 보였습니다. 1983년 피아트는 다시 판다 사륜구동 모델을 내놓게 됩니다. 주지아로는 판다를 두고 청바지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심플한 멋에 실용적이라는 의미였는데, 실제로 피아트는 가격 부담 덜하고 수리가 쉬운 그런 작은 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판다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가치는 사륜구동 판다를 통해 좀 더 확장되죠. 험로에서도 충분히 실력을 발휘했던 판다는 농촌 지역에서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아니, 유럽 전역에서 잘 팔려 나갔죠. 1세대 판다 4X4는 무려 20년이나 지속될 정도였습니다. 이후 두 번의 모델 교체를 거쳐 현재 3세대가 판매 중입니다. 널따란 트렁크 입구는 1인용 소파를 넉넉히 넣을 수 있을 만큼 큽니다. 실제 지인이 그렇게 소파를 옮기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으니까요.
해치를 열면 넓은 입구가 시원한 느낌을 준다. 2세대 판다 / 사진=FCA
피아트는 판다 사륜구동 모델을 판다 4X4와 판다 크로스 두 가지로 나눴습니다. 특히 판다 크로스는 스타일에서 노골적(?)이라 할 만큼 오프로더 느낌을 부여했죠. 우리는 피아트 경차라고 하면 피아트 500을 먼저 이야기하겠지만 유럽에서는 판매량 면에서도 판다가 피아트 500을 앞설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남들은 SUV다 고급 세단이다 해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화려한 모델들을 가지고 있지만 피아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작은 차를 통해 자신들의 길을 만들고 가고 있습니다. 그 점만큼은 인정해 줘야겠죠.
모터쇼를 위해 제작되었던 쇼카 '쿵푸 판다' /사진=FCA
쿵푸 판다의 느낌을 살린 도심형 (앞바퀴 굴림) 판다 시티 크로스 / 사진=FCA
다카르 랠리에 출전한 판다 크로스의 역주하는 모습 / 사진=FCA
지금까지 소개한 모델 외에도 스마트 포투 브라부스나 109마력까지 힘을 내는 르노 트윙고 0.9 TCe 같은 모델도 평범하지 않은 경차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제조사 입장에서야 얼마나 많이 팔리는가가 중요하겠지만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이런 파생모델들을 만나는 소비자는 즐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발랄한 경차들의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계속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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