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각형의 독특한 그릴 모양, 고성능 모델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 자동차 엠블럼 중에서도 복잡하기로 유명한, 잔고장에 스트레스받으면서도 이탈리아 특유의 배기음에 마음을 다시 진정하게 된다는 알파 로메오. 전설이 되어 버린 페라리 창업자 엔초가 레이서로 신나게 자동차 경주를 펼쳤던 그 알파 로메오가 한국 땅을 밟을 거라는 소식에 마니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알파 로메오는 언제 시작되었을까요?
사진=FCA
이태리 차 알파의 시작은 프랑스인으로부터
1910년 이태리 롬바르디아주의 주도인 밀라노에서 투자자 우고 스텔라 등에 의해 Alfa라는 자동차 회사가 세워집니다. 그런데 이 알파라는 자동차 회사를 알기 위해서는 알렉산드르 다락이라는 프랑스 기술자 겸 자동차 회사 설립자를 알아야 합니다. 재봉틀 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기계 설계에도 능력이 있었다고 하죠.
전기차 자동차와 로터리 밸브 엔진 등에도 관심을 보였지만 운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자동차 회사는 이익을 내는 제조업의 하나일 뿐이었죠. 1904년에는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10%가 그가 세운 오토모빌 다락의 것이기도 했다는데요. 다락은 사업을 쭉쭉 넓혀갔죠. 영국과 독일, 그리고 1906년에는 밀라노 출신의 귀족 우고 스텔라와 SAID(Società Anonima Italiana Darracq)라는 자동차 회사를 이탈리아 나폴리에 설립하게 됩니다. 이후 다시 밀라노로 회사는 옮겨지게 되죠.
하지만 부품 품질 문제와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SAID는 이후 우고 스텔라의 주도 하에 새로 투자자와 경영진을 꾸려 회사 이름을 바꾸게 되는데 바로 A.L.F.A였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자동차 엔지니어 주세페 메로시를 데려와 자체적인 설계 능력을 키우며 본격적인 자동차 회사로 독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주세페 메로시가 설계해 알파 이름으로 처음 만들어진 1910년형 24HP는 평판이 좋았죠. 42마력급으로 최고속도는 100km/h까지 낼 수 있었습니다. 알파는 주세페 메로시라는 걸출한 엔지니어 덕에 1914년 성능 좋은 레이싱용 자동차를 만들어 내놓기도 했지만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고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게 되자 니콜라 로메오라는 사업가에게 회사를 넘기게 됩니다. 그리고 1920년, 니콜라 로메오는 자신의 성인 로메오를 추가해 회사 이름을 지금과 같은 알파 로메오로 만들게 되죠.
알파의 첫 모델 24HP(1910년)/ 사진=favcars.com
니콜라 로메오는 나폴리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다시 회사 생활을 하며 전기 공학까지 배운 공학도이자 사업가였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던 그는 광산업을 위한 기계 등을 만들어 팔았는데 이게 큰 성공을 거두게 되죠. 그 성공을 바탕으로 자동차 회사 알파의 지분을 사들였고 3년 후인 1917년 완전히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됩니다.
인수한 자동차 공장을 처음에는 전쟁(1차 세계 대전)을 위해 군수품 제조 공장으로 개조를 했는데 이 역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한 그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군수품 사업으로 돈을 번 로메오는 자신이 잘 알고 있던 철도사업에도 투자를 하게 되면서 사업의 덩치는 계속 커나가게 됩니다.
가운데 인물이 니콜라 로메오, 우측에 익숙한 얼굴은 엔초 페라리 / 사진=alfaromeoworld.com
그는 알파를 인수한 초기엔 자동차 생산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수하기 전에 만들어진 자동차들이 백여 대 있었고, 이 차를 내다 팔면서 동시에 레이싱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 고급 스포츠카 제작 및 고급 승용차까지 영역을 넓혀가게 됩니다. 마음을 고쳐먹은 거죠.
하지만 공격적 경영이 결실을 보지 못하며 재정적 어려움에 처했고, 결국 니콜라 로메오는 책임을 지고 1928년 회사를 떠납니다. 이후 알파 로메오는 독재자 무솔리니에 의해 1933년 국영기업으로 오래 버텨옵니다. 그리고 1986년 라이벌 란치아와 합병되며 피아트와 연결되었고, 결국 2007년 피아트에 완전 인수되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피아트는 알파로메오가 있는 밀라노의 바로 옆에 위치한 토리노 지역에서 출발한, 일종의 지역 라이벌 자동차 회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회사에 인수되는 아픔(?)을 맛보게 된 것이죠. 또 한동안 폴크스바겐 그룹을 이끌던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의장이 알파 로메오 인수를 강력히 원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내용입니다.
독특한 로고
사진=FCA
알파 로메오하면 디자인과 민첩한 움직임, 그리고 로고를 빼놓을 수 없겠죠? 알파 시절이던 1910년 한 젊은 디자이너에 의해 만들어진 디자인이 독특한데요. 붉은 십자가는 알파 로메오가 만들어진 고장 밀라노의 상징이며, 사람을 잡아먹고 있는 듯한 뱀의 모습은 13세기 밀라노 지배자 비스콘티 가문을 상징합니다.
일각에서는 잡아먹는 그림이 아니라 사람이 빠져나오는 것이라는 주장을 합니다만, 뭔가 섬뜩하기도 하고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엠블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보다 더 강렬한 엠블럼이 있을까요? 초기 엠블럼에는 밀라노라는 지역명이 새겨져 있었으며, 1946년에는 붉은색의 알파 로메오 엠블럼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2차 대전 중 엠블럼 생산 기계가 파손되면서 그렇게 된 것인데요. 밀라노라는 지명은 1972년이 되어서야 엠블럼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알파 로메오 엠블럼 변화 과정 / 사진=위키피디아 이탈리아
아, 알파 로메오라는 브랜드를 남기고 홀연히 떠난 니콜라 로메오는 어떻게 됐냐고요? 무려 7명의 자녀를 낳은 이 사업가는 알파 로메오 인수 후 무리한 투자 등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힙니다. 결국 이사회에 의해 나가달라는 권고(말이 권고지)를 받고 떠나게 되죠.
회사 대표자리에서 쫓기듯 물러나고 10년 후인 1938년, 6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는데요. 사후 니콜라 로메오는 남부를 대표하는 나폴리의 주요 인물로 기념되고 있습니다. 페라리, 마세라티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알파 로메오가 과연 우리나라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멋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그런 알파 로메오의 탄생 배경에 대해 오늘은 알아봤습니다.
스텔비오 콰드리폴리오/ 사진=F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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