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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픽업 경쟁에 뛰어든 유럽의 대표 주자들

SUV가 천하를 지배하고 있는 사이,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다른 쪽으로 조용히(?) 새로운 도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픽업 시장에 뛰어든 것인데요. 왜건과 해치백으로 대표되는 유럽에서 픽업은 시장 중심에 있지 못했습니다. 경상용차들이 곳곳에서 활동하며 픽업은 들어올 틈이 없어 보였죠.


하지만 지상고 높은 네바퀴굴림 SUV에 대한 인기가 계속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픽업까지 견인하는 듯합니다. 물론 유럽 이외의 곳에서도 판매를 하므로 큰 틀에서 픽업을 만드는 것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꿈쩍도 안 하던 제조사들이 유럽에 픽업을 내놓는 것은 분명 새로운 변화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유럽산 트럭들이 2018년 경쟁을 펼치게 될까요?


피아트 풀백

풀백 크로스 / 사진=FCA

풀백 크로스 / 사진=FCA

풀백 실내 / 사진=FCA

피아트는 고급 자동차를 제외하면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는 제조사 중 하나입니다. 캠핑카는 물론 경상용차까지 의외로 라인업이 다양한 편이죠. 그리고 2016년 여기에 픽업이 추가됐습니다. 일본 미쓰비시 L200이라는 장수 모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마치 마쯔다 MX-5를 가져와 스파이더 124를 만들어 재미를 본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을 취했습니다.


아무래도 판매가 그리 많지 않은 작은 시장이기 때문에 플랫폼을 별도로 만들어 뛰어들기에는 부담이 컸을 겁니다. 따라서 이렇게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일본 중형 픽업을 뼈대로 해서 시장을 탐색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유럽에서는 4인승 확장캡과 5인승 더블캡, 그리고 작년에 공개돼 이제 막 판매가 시작된 풀백 크로스 등, 세 가지 모델이 판매 중인데요.


특히 풀백 크로스 마치 블랙 에디션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스타일에도 신경을 썼는데, 레저용 픽업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입니다. 유럽에서는 154마력(기본가 26,656유로)과 181마력(기본가 32844유로) 두 가지 디젤 엔진이 판매되고 있는데 미쓰비시 L200 (2015년부터 유럽 판매 중) 엔진 그대로입니다.


덩치에 비해 회전 반경도 크지 않고 만듦새도 좋은 편에 비교적 좌석도 편하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였지만 바디 온 프레임 구조 안에서의 장점이라는 점도 참고해야겠습니다. 또 소음도 생각만큼 크진 않은 듯한데, 미쓰비시 L200은 풀백에 비해 좀 더 조향성이 낫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후륜 서스펜션에 대한 단점 지적도 있지만 크게 문제될 건 아닙니다. 


메르세데스 X 클래스 

사진=다임러

고급 브랜드가 픽업 시장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여러 의견들이 있었죠. 벤츠가 너무 많은 곳에 발을 뻗는 게 아니냐는 얘기였는데 사실 벤츠를 만드는 다임러만큼 다양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도 드뭅니다. 버스와 트럭은 물론 갖가지 특장차 등, 안 만드는 게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당연히 픽업도 얘기가 되어 왔고, 화려한 콘셉트카의 느낌을 비교적 잘 살려 양산형 모델이 작년 11월부터 유럽 등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차의 베이스는 닛산 나바라로 이 픽업 역시 유럽에는 2016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는데요. 서스펜션이 편안하고 기본 사양이 풍부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임러는 나바로의 기운을 빌려 자신들의 첫 번째 양산 픽업을 내놓았는데 역시 유럽에는 가솔린이 아닌 디젤(2.3리터 르노-닛산 엔진) 모델만 판매가 되고 있네요.


현재 나바로와 같은 163마력과 190마력의 디젤 엔진이 들어가 있는데 가격이 나바로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그 가격 차이만큼의 만족감의 차이를 만들어 줄지도 궁금합니다. 고마력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올해 3.0리터 258마력짜리도 내놓는다고 하니까 힘 부족의 아쉬움은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륜 능력이나 주행의 편안함이 장점으로 평가되었고 특히 주행의 안락함은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독일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격이 부담은 부담입니다. 고급 세단이나 도심형 고급 SUV와는 다른 픽업에 과연 고급스러움을 얼마나 잘 버무려 소비자에게 다가설 수 있을까 싶은데요. 실내 소재 역시 기존의 벤츠와는 달리 평범한 편이라 벤츠는 전략적으로 이 부분을 마케팅 등을 통해 해결을 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르노 알래스칸   

사진=르노

벤츠 X 클래스와 르노 알래스칸은 공통점이 있죠. 모두 닛산 나바라의 플랫폼에서 만들어졌다는 건데요. 르노와 닛산이야 같은 집안이니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다임러와 르노의 협력 관계도 끈끈하죠. 관련성의 결과물인 세 개의 픽업 모두 같은 엔진으로 대동단결돼 있네요. 문제는 알래스칸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건데요. X 클래스 220d의 기본 가격이 39,115유로, 나바라 동급 기본 가격이 29,210유로, 그리고 알래스칸의 163마력 모델은 36,902유로입니다.


X 클래스는 나름 이름값이려니 하겠지만 르노의 경우 상위 190마력 모델은 4만 유로 이상으로 시작됩니다. 그래서 가격에 대한 언급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네요. 르노는 알래스칸을 다양하게 활용할 생각인 듯합니다. 요즘은 캠핑카까지 가능하니 활용도를 알래스칸의 경쟁력으로 삼으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르노가 같은 집안의 나바라와 유럽에서 어떤 경쟁을 펼칠지, 서로 판매 간섭이 이뤄질 수 있을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네요.


VW 아마록

아마록

아마록 실내

아마록 Canyon / 사진=폴크스바겐

현재 판매되고 있는 유럽산 픽업 중 가장 오래된 아마록입니다. 2010년부터니까 출시된 지 벌써 7년이 지났군요. V6 3.0 TDI 엔진 하나 가지고 잘 버텨오고 있습니다. 승합차 트랜스포터에 들어가는 엔진으로 평가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굳이 이것저것 가지치기 할 건 없어 보입니다.


163마력부터 8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 224마력 엔진까지 풍성하게 마련돼 있고 가격은 르노 알래스칸보다 조금 더 저렴합니다. 다만 기본 사양 구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좀 채워 넣다 보면 역시 가격 상승은 불보 듯 뻔해 그 점이 아쉬움이네요.


이런 점만 제외하면 평가는 대체로 좋습니다. 자체 상용차 라인을 통해 만든 순수 유럽 혈통(?)의 픽업이라는 자부심을 깔고 유럽 픽업 시장을 현재까지는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토크도 좋고 서스펜션의 감각도 훌륭하다는 독일 내 여러 전문지의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독일 고객들 요구 때문인지 독일에서도 조립되고 있죠. 이제 토요타 Hilux, 닛산 나바라, 미쓰비시 L200, 포드 레인저는 물론 앞서 소개한 유럽산 픽업들과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치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쌍용의 코란도 스포츠(유럽 수출명 코란도 액티언 스포츠) 신형도 유럽에 여름쯤 수출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쌍용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이제 막 피어나는 유럽의 픽업 시장에서 잘 승부를 해보았으면 합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무상보증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입니다. 모두 2년인데요. 그에 비하면 미쓰비시나 닛산 픽업은 무상보증 기간이 5년입니다. 가격에 무상보증은 물론 기본적으로 같은 플랫폼에서 나온 모델들이라는 점을 과연 유럽산 브랜드라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만약 유럽의 픽업 시장이 커지면 무시무시한 미국산 픽업 본좌들이라 할 수 있는 포드의 F 시리즈나 램, 그리고 쉐보레 실버라도 등도 언제든 유럽으로 몰려올 겁니다. 과연 그랬을 때 대응책은 있을까요?

램3500 / 사진=램트럭

디펜더 픽업 / 사진=랜드로버

바야흐로 사륜구동의 전성시대입니다. SUV 붐과 함께 전통적 오프로더들, 그리고 전기 SUV 등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입니다. 이쯤 되면 오랜 세월 유럽의 터줏대감처럼 버텨온 디펜더 픽업 정도는 다시 나와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2018년의 또 하나의 트렌드 픽업의 세계를 잘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