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프랑스 디자인의 만남, 한정판 전기차 e-메하리

흔하지 않은 컨셉의 자동차에 패션 디자이너의 디자인 철학을 담았다? 한국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프랑스산 전기차 얘기인데요. 독특한 스타일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시트로엥은 이번 9월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한정판 전기차를 공개합니다. E-메하리 스타일드 바이 쿠레주(E-MEHARI Styled by Courrèges)가 그 주인공이죠.

E-MEHARI Styled by Courrèges / 사진=시트로엥


전장 3.80m의 이 검정 모델은 4인승 컨버터블 전기차인 E-메하리의 한정판으로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쿠레주와 협업으로 탄생했습니다. 딱 61대만 판매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 차를 알기 위해서는 메하리라는 차와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쿠레주를 먼저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해변의 장난감으로 탄생한 메하리

시트로엥은 1968년 브랜드 아이콘인 2CV를 개조해 바닷가 등에서 타고 다닐 수 있는 자동차 메하리를 내놓습니다. 지붕이 아예 없는 모델부터 소프트탑 모델까지 몇 가지 형태를 하고 있었죠. 앞 유리가 완전히 젖혀지기도 해서 개방감이 대단했는데요. 600cc 배기량을 한 이 오프로드 SUV, 혹은 다목적 차량(MPV)은 1988년 단종될 때까지 20년 동안 약 145,000대가 세계 곳곳에서 판매됐습니다.

메하리 오리지널 / 사진=시트로엥


강화 플라스틱으로 차체가 이뤄져 있어 무게는 약 570kg 전후로 엄청나게 가벼웠죠. 프랑스 군대가 이 가벼움 때문에 7천 대가 넘는 메하리를 구입했고, 12대 정도를 아일랜드 방위군도 구매했다고 합니다. 메하리라는 이름은 메아리의 오타가 아니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낙타의 이름입니다.


전기차로 다시 등장

유럽은 물론, 미국과 남미 등에서도 판매됐던 메하리는 단종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전기차로 되살아 났습니다. E-메하리는 옛 모델과는 달리 동글동글한 귀여운 느낌을 줬는데요. 칵투스 디자인이 적용됐지만 플라스틱 소재, 탈부착 가능한 지붕, 무엇보다 메하리 오리지널이 갖고 있는 펀카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았습니다.

E-메하리. 뒷좌석이 접혀 화물칸으로 쓸 수 있다 / 사진=시트로엥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으로 탄생한 E-메하리 by Courrèges

시트로엥은 다시 2016년 초, 제네바 모터쇼에서 e-메하리의 특별한 모델을 공개하는데요. 프랑스 디자이너 앙드레 쿠레주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참여한 E-메하리 by Courrèges였죠. 이 쇼카를 상징하는 흰색과 주황색은 실제로 앙드레 쿠레주가 패션에 즐겨 사용하던 색상이기도 했습니다. 

E-메하리 by Courrèges / 사진=시트로엥


미니스커트와 고고 부츠

그렇다면 앙드레 쿠레주는 어떤 디자이너였을까요? 1923년 태어난 이 프랑스 디자이너는 원래 토목 기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디자이너 발렌시아 밑에서 수련을 했고, 1961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내놓으며 독립하게 되죠. 바로 쿠레주 브랜드가 만들어진 1961년을 기념해 이번 한정판이 61대만 만들어졌습니다.

1968년 모델들과 함께 있는 앙드레 쿠레주 / 사진=.flickr.com/Kristine


앙드레 쿠레주는 미니스커트 원조 논쟁의 핵심 인물이기도 합니다. 미니스커트는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퀀트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쿠레주와 일부 전문가들은 1961년 오뜨꾸뛰르에서 쿠레주가 선보인 짧은 치마를 메리 퀀트가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니스커트 이름은 메리 퀀트가 자신의 자동차 미니에서 힌트를 얻어 지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미니스커트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앙드레 쿠레주의 디자인은 높게 평가됐고 독특한 시도를 했습니다. 우주비행사 복장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디자인은 미래적이었죠. 1983년 혼다와 협력해 TACT 스쿠터 디자인을 하기도 했는데요. 2016년 1월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괴롭힌 파킨슨병으로 결국 92세의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쿠레주를 기념한 한정판 E-메하리 Styled by Courrèges

사진=시트로엥


시트로엥은 전기차 E-메하리를 2년 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죠.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나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한정판 E-메하리를 내놓게 됩니다. 시트로엥이라는 독특한 미감을 보여주는 자동차 브랜드와 또한 독특하고 앞서갔던 패션을 선보였던 앙드레 쿠레주의 만남은 어찌 보면 가장 프랑스적인 만남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E-메하리 Styled by Courrèges에는 '프랑스 오리진 개런티'라는 보증 마크가 붙여진다고 합니다. 최고속도는 110km/h밖에 안 되고 긴 완충 시간과 190km 수준의 충전 후 주행 거리 등은 아쉽지만 프랑스 감성과 색다른 재미를 찾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전기차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