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독일의 한 유력 자동차 전문지는 '최초'라며 신형 BMW 5시리즈를 타 본 소감을 기사로 올렸습니다. 실외는 물론 실내까지 일부 위장막으로 가려진 상태에서 타 본 것이기 때문에 스타일에 대해 온전히 독자에게 전하긴 어려웠지만 몇 가지 특징적 변화는 미리 전해줄 수 있었죠.
딩골핑 공장에 위장막을 한 채 서 있는 신형 5시리즈 / 사진=BMW
잘 나가는 E클래스
5시리즈 신형에 대한 매체의 소감을 전하기에 앞서 라이벌 모델인 메르세데스 E클래스에 얽힌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클래스가 유럽에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한 국내 자동차 제조사는 엔지니어 그룹을 독일로 보내 현지에서 직접 E클래스를 타보게 했습니다.
꼼꼼하게 시승을 한 뒤에 내린 결론은, 전 세대 E클래스와의 커다란 차이는 물론 E세그먼트 (준대형급)를 대표하는 모델로 여기던 5시리즈조차 다양한 측면에서 뛰어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E클래스 성장에 큰 인상을 받은 모양이었죠. 실제로 올 4월부터 유럽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E클래스와 세대교체를 앞둔 5시리즈의 판매량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지난 8월에 독일에서만 E클래스는 2970대가 팔려 전체 모델 중 19위에 해당하는 높은 판매량 순위를 보인 반면, 5시리즈는 1,833대가 팔려 40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에 그쳤습니다. 전년 동월과 대비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였는데, 5시리즈 고객층 일부를 E클래스가 흡수했을 거라는 분석이 독일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 본격 판매가 시작된 신형 E클래스 왜건 모델은 아우토빌트에서 실시한 경쟁 모델 아우디 A6 왜건 및 BMW 왜건과의 비교 테스트에서 비교적 넉넉한 점수 차이로 경쟁자들을 따돌렸습니다. 이 테스트 내용을 보면 E클래스는 BMW 특유의 날렵한 주행감을 따라잡았고, 엔진의 성능과 다양한 보조 장치의 편리성은 벤츠 특유의 안락함, 그리고 안전성 등과 결합해 E클래스 신형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좋은 방향으로 바꿔 놓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아우토빌트의 경쟁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역시 신형 E클래스 세단을 5시리즈와의 비교테스트에서 우승자로 선택했습니다. 여전히 운전의 재미 면에서는 5시리즈가 앞서고 있지만 제동력이나 일부 안락함에서 밀리는 평가를 내렸고, 강하고 더 편안해진 E클래스 신형은 민첩함까지도 좋아졌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아우토빌트의 5시리즈 시승 관련 기사 (잡지 속 이미지는 예상도)
늘 동급에서 운동성능에서만큼은 1위를 놓치지 않던 5시리즈였기에 이런 평가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물론 현재 판매되고 있는 5시리즈의 기술과 E클래스 신형에 적용된 기술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는 점은 고려해야겠죠. 또 비싼 에어서스펜션이나 다양한 첨단 장치가 E클래스 평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E클래스의 변화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다르게 말하면 정말 잘 만들어졌기에) 5시리즈 신형이 웬만한 수준의 변화로는 E클래스를 압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제법 들리고 있습니다. 과연 5시리즈는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요?
정밀해진 서스펜션과 조향성
신형 5시리즈를 먼저 타본 아우토빌트에 따르면 우선 겉모습에서 어떤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세부적인 디자인의 변화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정도이고, 그런 변화를 통해 좀 더 강하고 현대적 감각이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실내는 현재 5시리즈(F10)과 비교해 신형(G30)이 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고 아우토빌트는 전했습니다. 7시리즈의 느낌을 많이 담을 것으로 보입니다.
리모트뷰 3D / 사진=BMW
각 종 첨단 장치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이지만 주행성능에서 아우토빌트는 크게 두 가지 변화를 언급했습니다. 하나는 서스펜션 기능의 강화였고, 또 하나는 정교한 조향감이었습니다. E클래스에 적용된 에어서스펜션이 없던 모델을 시승했지만 충분히 그 수준의 성능 만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했습니다. 또 많은 자동차의 조향장치가 전자식으로 바뀌며 떨어지던 정밀도 문제를 5시리즈가 이번 신형을 통해 '전자식도 이렇게 정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BMW 6기통 엔진 특유의 부드러움과 변속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더 좋아진 8단 자동 변속기, 거기에 강화된 서스펜션과 정밀해진 조향감까지. 안락함에 초점을 맞췄다는 신형 5시리즈에 대한 아우토빌트의 평가는 '기대만큼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일각에서 이번 파리모터쇼를 통해 공개되지 않을까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BMW는 공식 공개를 조금 더 미룬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미국 시장에 초점을 맞춰 공개하려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신형 5시리즈에 대한 여러 독일 내 평가와 소식을 종합해 보면, 이 모델의 성패는 타보고 경험한 이들의 입소문에 의해 결정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단 외향적 변화가 크지 않을 거라는 점, 그리고 실제로 차를 경험한 운전자들이라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세밀한 변화가 많을 거라는 점 등이 이런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강력하게 존재감을 뽐내며 E세그먼트의 새로운 롤모델이 된 E클래스. 그리고 신형 5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5시리즈. 순순히 E클래스가 밀리지 않을 거라는 전망 속에 과연 정밀함과 섬세함이라는 키워드로 돌아올 5시리즈가 어떤 입소문을 얻게 될지, 기대감 속에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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